서울·제주 탐방해 한국 문화 애니메이션에 녹여
BTS 콘서트·북촌 한옥마을 등서 아이디어
"빛나는 한국 문화, 캐릭터가 가이드 되길"
애니메이션의 상상력은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경험으로 구체화할 때 더 생생하게 드러난다. 매기 강 감독은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연출하면서 이 과정을 창작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1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한국 문화가 담긴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어 기획 단계부터 한국적 요소에 집중했다"며 "다양한 경험을 통해 아이디어를 살려냈다"고 밝혔다.
그는 작품 속 배경과 캐릭터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2022년 주요 스태프들과 함께 서울과 제주를 탐방했다. 명동과 북촌 한옥마을, 민속촌, 남산 등 다양한 장소를 둘러보며 전통과 현대적 모습을 동시에 관찰했다.
민속촌에서는 전통 건축과 생활 양식을 세밀히 살피고, 이를 캐릭터 디자인과 장면 구성에 반영했다. 북촌 한옥마을은 루미와 진우가 처음 만나는 장소로 선택했다. 강 감독은 "단순히 예뻐서 고른 것이 아니라 이야기적 의미와 연결성을 고려했다"며 "현대 서울과 옛 한옥을 한 프레임에 담아 두 캐릭터의 시대적 간극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 역시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었다. 도깨비 동상과 조각이 있는 정원에서 악귀 디자인과 움직임의 힌트를 얻었다. 남산에서는 무기 시범을 체험했다. 몸짓과 움직임이 주는 긴장감을 눈여겨보고 캐릭터 행동에 반영했다.
그는 한국인들의 음식과 식사 문화도 작품에 녹였다. 특히 멤버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관계를 다지는 장면에서 둥근 테이블, 금속 수저, 냅킨을 다루는 방식 등 작은 디테일까지 고려했다. 강 감독은 "팀원들과의 회식, 거리 탐방, 소규모 촬영 등을 통해 캐릭터들의 심리와 문화적 맥락까지 보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기원에서 태권도 시범을 관찰한 것도 이런 과정의 하나였다. 태권도 동작과 현대 댄스를 결합할 가능성을 확인하고, 실제 안무에 적용했다. 그는 "직접 보고 느낀 경험이 아니었다면 캐릭터 움직임과 안무를 자연스럽게 연결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경험은 컴퓨터 그래픽(CG) 팀과의 협업에서도 빛을 발했다. 서울 공간을 세트 없이 3D 이미지로 재현했다. 직접 경험한 장소의 느낌과 분위기를 작품에 실감 나게 구현했다.
이 영화의 핵심인 K팝도 경험에서 비롯된 아이디어였다. 강 감독은 "방탄소년단(BTS) 콘서트에서 관객 5만 명이 나도 모르는 가사를 따라 부르는 모습을 보고, 관객과의 접점이 얼마나 중요한지 체감했다"고 말했다. 관객과 스토리, 캐릭터가 상호작용할 때 몰입감이 극대화됨을 직접 확인한 것이다.
결국 강 감독의 작업은 경험을 기반으로 한 '진정성 있는 재현'에 초점을 맞춘 창작 과정이었다. 장소와 문화, 사람과 감정을 연결하며 관객이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으로 몰입하도록 설계했다. 한국 문화의 정수를 담으면서도 글로벌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와 서사를 만들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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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는 한 가지 목표가 더 있었다. 바로 한국에 대한 가이드 역할이다. "많은 사람이 가이드 없이 여행하지 않나. 캐릭터가 가이드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국의 빛나는 문화를 꼭 알리고 싶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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