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살자'는 낡은 온정주의가 만든 악순환
해경·지자체 솜방망이 처벌에 불법 양식장 '널려'
어민 피눈물 속 중매인 농간도…박지원 "엄정 수사" 촉구
"합법적으로 바다를 지켜온 어민들은 텅 빈 바다를 보며 피눈물을 흘리는데, 불법은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바다의 암세포를 도려내기 위해 뼈를 깎는 강력한 단속과 엄정 수사가 필요합니다"
전남 완도 앞바다가 '무면허 불법 김 양식'으로 병들고 있다. 일부 얌체 업자들이 불법으로 바다를 무단 점유하고 밀식(빽빽하게 기르기)을 감행하면서 조류 소통이 막히고 해양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이러한 참담한 현실 속에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해남·완도·진도)이 칼을 빼 들었다.
박 의원은 지난 19일 완도해양경찰서장을 직접 만나 물김 양식장과 관련된 비리 및 불법 행위에 대한 강력하고 엄정한 수사를 강력히 요청했다.
◆폭증하는 불법 양식장…생태계 망치고 어민은 울상
20일 완도해양경찰서에 따르면 불법 양식 시설물 단속 건수는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 3건에 불과했던 적발 건수는 2024년 7건으로 늘더니, 2025년 현재 무려 45건으로 폭증했다. 불법이 바다를 집어삼키고 있다는 방증이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시장의 구조적 모순이다. 지난해 김이 과잉 생산됐음에도 불구하고 중매인들의 가격 장난과 농간으로 인해 오히려 김값은 치솟았다. 정작 땀 흘려 김을 키워낸 합법 어민들은 제대로 된 가격조차 받지 못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상황이 이토록 심각하지만, 현장의 단속은 철저히 겉돌고 있다. 양식산업발전법에 따라 무면허 양식업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무거운 형사처벌을 받게 되어 있다. 그러나 강력한 사법경찰권을 쥔 해경의 단속 의지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단속에 나선 지자체 역시 인력과 장비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완도군 관계자는 "현재 운영 중인 어업지도선이 단 1척뿐"이라며 "일직선으로 달려도 하루 4시간이 걸리고, 복잡한 해안선을 따라 단속하려면 하루 꼬박 걸려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더 큰 문제는 '온정주의'와 '행정 편의주의'다. 불법 시설물을 적발하더라도 주인을 끝까지 추적하지 않고 '작업자 미상'으로 처리하고 넘어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어민들은 "해경과 지자체가 '어민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라는 낡은 온정주의에 빠져 사실상 단속을 방기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 박지원 의원 "구상권 청구 등 무관용 원칙 적용해야"
현재 단속선 갑판 위에는 걷어낸 불법 부표와 그물이 일부 쌓여있지만, 바다 곳곳에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여전히 불법 양식장들이 널려 있다. 지자체가 행정대집행을 통해 일부 철거에 나서고 있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이에 박 의원은 관계 기관의 안일한 태도를 강하게 질타하며, 불법을 발본색원할 것을 주문했다. 형식적인 단속을 넘어 배후를 끝까지 추적해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장의 한 어민은 박 의원의 행보에 지지를 보내며 "해경과 지자체가 끝까지 추적해 구속 수사하고, 수천만 원에 달하는 철거 비용을 모조리 구상권으로 청구하는 등 무관용 원칙을 보여주지 않으면 절대 뿌리 뽑지 못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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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의원의 강력한 수사 촉구가 '바다의 암세포'를 도려내고 완도 바다의 질서를 바로잡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해경과 지자체의 향후 대응에 지역 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호남취재본부 이준경 기자 lejkg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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