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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길 산책]뭉크에게 배우는 K아트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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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화가가 시대와 국가를 바꾼 사례
국가전략과 결합한 K아트 '오래 지속될 자산'

[남산길 산책]뭉크에게 배우는 K아트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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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노르웨이 오슬로에 새롭게 이전하여 문을 연 뭉크 미술관은 개관 직후부터 세계 미술 애호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1963년 오슬로 토옌(Tøyen) 지역에서 처음 문을 열어 운영되다가 새 건물을 비에르비카(Bjørvika)에 지으면서 2021년 10월22일 새롭게 개관했다. 미술관은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노르웨이의 문화적 정체성을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되었고, 오늘날 오슬로를 찾는 이들이 반드시 들러야 할 명소로 자리 잡았다.


주목할 점은 노르웨이가 오랫동안 북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다는 사실이다. 1930년대까지 노르웨이는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경제 구조를 지니고 있어 산업 기반이 약하고, 주로 농업·어업·임업에 의존하는 저소득 구조였다. 이 시기 노르웨이 미술가 에드바르 뭉크가 활동했지만, 국가는 그를 국제적으로 브랜딩할 여력이 부족했다. 이후 20세기 후반, 원유 산업으로 경제적 기반을 갖춘 노르웨이는 이를 문화로 확장하는 전략을 세웠다. 그 과정에서 노르웨이 미술사의 거장 뭉크를 세계적 아이콘으로 부각시키며, 뭉크 미술관은 국가 브랜드를 강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뭉크는 더 이상 개인 작가의 차원을 넘어 '노르웨이 문화 그 자체'를 대표하게 된 것이다.


한국의 상황을 돌아보면 우리는 이미 K팝과 K드라마, 그리고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은 K문학까지 성취를 이루었다. 그러나 미술, 즉 K아트는 아직 세계적 대중성이나 영향력 면에서 충분히 자리 잡지 못했다. 해외 주요 미술관에 한국 작가의 작품이 소장되고, 국제 아트페어에서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문화적 파급력이라는 차원에서 본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그 잠재력은 그 어떤 문화 영역보다 크다.


[남산길 산책]뭉크에게 배우는 K아트의 미래 노르웨이 오슬로 비에르비카에 자리한 뭉크 미술관 전경. 뭉크 개인의 예술세계를 넘어 ‘노르웨이 문화 그 자체’를 대표하게 된 이곳은, 국가가 어떻게 예술가를 세계적 아이콘으로 만들어내는지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필자 제공.

최근 필자는 한국 여성 작가 박래현, 천경자, 방혜자, 윤석남, 류민자 다섯 명의 전시를 준비하면서 K아트의 대중성과 영향력에 대한 가능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의 작가, 특히 여성이라는 또 다른 사회적 제약이 있던 시기에도 끊임없이 자신의 서사를 만들며 빛과 어둠의 무수한 순간을 겪어내었다. 대한제국, 일제강점기, 광복, 한국전쟁, 대한민국으로 이어진 한국 근현대사의 역동적이고 드라마틱한 사건을 지나는 동안, 이중의 마이너리티-여성과 예술가-라는 조건은 오히려 작가들의 작품을 일구어내는 근본적인 형질이 되어 작품으로 탄생했다. 특히 한지와 담채 기법 등 한국적 재료를 활용한 작업은 세월의 질감과 정신성을 담고 있어 국제 미술 시장에서도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지닌다. 한국 미술의 힘은 바로 이 '고유성과 보편성의 결합'에 있다. 한국적 재료와 기법에서 비롯된 독창성, 그리고 인간 보편의 감정을 건드리는 서사적 힘은 세계 어디서든 통할 수 있는 언어다.


그렇다면 한국 미술가들을 어떻게 뭉크와 같이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알릴 수 있을까? 단순히 전시를 열고 작품을 전시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제는 우리 아티스트들만이 가진 고유의 독창적이고 서사적인 스토리를 다양한 매체와 융합을 통해 세계에 전달해야 한다. 작품 자체의 아름다움에 더해, 그 작품이 태어난 배경과 작가의 삶을 서사적으로 엮어 보여줄 때 비로소 세계인과의 공감은 극대화된다.


예를 들어, 한국의 대표적 여류 화가 천경자의 작품을 떠올려보자. 그의 그림에는 여성으로서의 정체성, 예술가로서의 고독, 가족에 대한 애정과 갈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러한 작품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텔링을 드라마나 영화, 혹은 웹 다큐멘터리로 제작한다면 어떨까. 한국 미술은 단순히 '그림'으로만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는 창으로 기능할 수 있다. 그들의 아트를 전시하고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뭉크 미술관이 노르웨이의 상징이 되었듯, 한국 역시 특정 작가와 작품을 통해 국가 브랜드와 문화적 정체성을 확장할 수 있다. 특히 K아트는 현재 글로벌로 주목받는 한국의 다른 문화 산업과도 연계할 수 있다. K팝과 미술의 협업, K드라마나 K뮤지컬 소재로서 미술의 적극적 등장, 디지털 미디어 아트 활용 등은 모두 한국 미술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새로운 경로가 된다. 이미 세계는 한국 문화에 친숙해져 있다. 이제 남은 것은 K아트가 한국 문화의 마지막 퍼즐로 자리 잡는 일이다.


노르웨이가 뭉크를 통해 국가 정체성을 구축했듯, 한국 역시 세계적 작가를 발굴하고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대표 작가 중심의 국책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아트를 통해 도시 경쟁력과 관광, 나아가 국가 브랜드 전략과 연결하는 발상의 전환이 된다면 K아트는 K팝과 K드라마, K문학을 잇는 새로운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할 뿐만 아니라 가장 강력하고 오래 지속될 문화자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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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숙 아트토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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