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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MP칼럼]베이징서 '외교 승리' 챙긴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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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MP칼럼]베이징서 '외교 승리' 챙긴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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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여년 동안 김정은이라는 이름은 고립되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불량국가'의 대명사로 여겨져 왔다.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오랫동안 변방 국가로 외면받아 왔다. 그러나 이제 이런 인식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란히 서고, 두 나라와 각각 정상회담을 가진 것은 단순한 외교 행보를 넘어 북한의 국제적 위상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사건이었다. 이번 열병식은 세 나라 정상이 66년 만에 한자리에 모인 첫 사례이자 김 위원장이 여러 세계 지도자들과 함께한 첫 무대였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각국 정상과 국제기구 지도자들과 함께 촬영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국제사회의 '왕따'에서 영향력 있는 글로벌 플레이어로 변모한 것은 북한에 있어 엄청난 외교적 성과다. 불과 10년 전인 2015년, 시 주석 옆에 선 인물은 북한 지도자가 아니라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었고, 북한은 국제 제재 속에 발이 묶여 있었다.


김 위원장은 2011년 절대 권력을 물려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초기에는 북한의 국제적 위상을 끌어올리지도, 외교적 족쇄에서 벗어나지도 못했다. 그의 핵 도발과 호전적인 언사는 세계적 비난만 불러왔을 뿐, 국제사회와의 실질적인 교류로 이어지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첫 외교적 돌파구는 2018년에 찾아왔다. 이는 문재인 당시 한국 대통령의 노력이 크게 작용한 결과였다. 문 대통령의 중재로 김 위원장은 북한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과 직접 마주 앉는 데 성공했다. 이어 2018~2019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연이은 정상회담은 김 위원장의 국제적 이미지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그는 더 이상 '불량 독재자'가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이미지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김 위원장에게 결정적 기회는 뜻밖의 곳에서 찾아왔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었다. 코로나19 방역으로 국경을 걸어 잠근 북한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한국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워싱턴D.C.나 서울과의 외교 채널마저 얼어붙은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이 일으킨 전쟁은 김 위원장에게 전략적 돌파구가 됐다.


서방의 제재로 고립된 러시아는 실질적 지원을 제공할 동맹이 절실했다. 오랜 기간 국제적 고립 속에서 생존해온 북한은 러시아의 귀중한 파트너로 부상했다. 양국은 무역·관광, 그리고 무엇보다 군사 협력에서 손을 맞잡았다. 이 같은 협력은 북한에 경제적 이익을 안겨주었지만 김 위원장이 훨씬 더 큰 성과를 거둔 것은 2024년 6월이었다. 러시아와 북한이 상호방위조약을 복원한 것이다. 러시아가 북한에 제공한 안전 보장은 김 위원장과 북한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제 김 위원장은 하나가 아니라 두 강대국의 지지를 등에 업게 된 것이다.


많은 이들이 이를 단순한 과시로 치부했지만 김 위원장은 새 동맹에 대한 진정성을 행동으로 입증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북한군의 해외 파병이 현실이 된 것이다. 북한 병사들이 러시아군과 함께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됐고, 이는 곧 유럽 땅에 북한군이 발을 디뎠음을 의미한다. 러시아를 지원하는 차원을 넘어 사실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맞서는 전투에 나선 셈이다.


그 파급력은 작게 볼 수 없다. 과거 북한의 도발은 으레 위협성 발언이나 미사일 시험 발사에 그쳤고, 국제사회의 규탄과 제재라는 반복된 수순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위협 대신 실질적인 행동을 택했다.


김 위원장은 국내에서도 강한 지도자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논란이 큰 해외 파병 문제를 의외로 투명하게 다루며 주목을 받았다. 전사한 병사들의 유가족을 공개적으로 만나 위로하는 모습까지 연출했다. 이런 치밀하게 계산된 장면들은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노린다. 내부적으로 '인민을 챙기는 지도자' 이미지를 강화하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강인함과 결단력을 과시하는 것이다.


서방이 집요하게 비핵화를 요구하고 있음에도 김 위원장은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주 베이징에서 열린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그는 북한이 러시아와 맺은 조약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며, 앞으로도 이를 형제의 의무로 간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이나 푸틴 대통령과 함께한 베이징 무대는 김 위원장의 전략적 행보가 결실을 본 순간이었다. 국제사회는 더 이상 그를 하찮은 불량국가의 지도자로만 치부할 수 없게 됐다.


모스크바와 베이징을 평양과 묶는 상호방위조약은 북한을 둘러싼 어떤 군사적 충돌도 두 강대국이 개입하는 글로벌 대립으로 비화할 수 있음을 뜻한다. 미국의 한반도 방위 공약을 고려하면 이런 시나리오는 이제는 가정에 그치지 않고 현실적 위협으로 다가왔다.


지난주 중국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은 국제 질서가 얼마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북·중·러 3국의 협력 구도로 이들은 아시아를 넘어 서방의 영향력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한반도의 안정과 글로벌 충돌 방지를 원한다면 김 위원장과의 대화 재개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반대로 김 위원장의 세력 확대를 방치한다면 이는 지역 안보를 넘어 세계 안보까지 뒤흔들 수 있다.


가브리엘라 베르날 북한 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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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칼럼 How Kim Jong-un notched up a big diplomatic win in Beijing을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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