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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름 바꿀 각오하고 파운드리 지켜야"[백종민의 쇼크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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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카이스트 교수 인터뷰
"HBM 시대 파운드리는 반도체 경쟁력 유지의 필수요인"
"국가는 인프라 제공·기업은 창의력과 기술 이해 필요"
"기업이 GPU 확보해 학교와 연구 협업해야"
"AI교육에 학과 중심 단기 처방 대신 수학 중심의 융합 인재 육성해야"
"은퇴후에는 대치동에서 학생 진로 상담할 것"

"삼성, 이름 바꿀 각오하고 파운드리 지켜야"[백종민의 쇼크웨이브] 김정호 카이스트 교수(중앙)가 연구실에서 학생들과 토론하고 있다. 테라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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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카이스트(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인터뷰의 서두부터 무거운 진단을 내렸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통해 기선을 잡았지만, 인공지능(AI)이 경제와 산업, 국가의 운명을 결정짓는 새로운 질서의 출발점임을 강조하고 국가, 기업, 개인의 철저한 대비를 촉구했다.


김 교수는 한국 반도체산업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평가했다. "우리는 늘 남이 만든 판에 올라탔다. 중앙처리장치(CPU) 시대에도, 모바일 시대에도 부품 공급자로 기여했을 뿐, 판을 직접 짠 적은 없었다. 이제는 판을 새로 짤 창의력이 필요하다." 한국이 단기간 성과에만 몰두하는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AI 시대에는 생존조차 장담하기 어렵다는 경고였다.


기업 경영자들에게도 날카로운 조언을 던졌다. "최고경영자(CEO)와 최고기술책임자(CTO)가 기술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미래에 대한 인사이트를 가질 수 없다. 젠슨 황처럼 직접 공부하고 기술과 비전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영자가 단순히 재무적 성과를 관리하는 수준에서 멈추지 않고, 기술적 이해와 창의적 리더십을 겸비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HBM 분야에서 뒤진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직설적인 조언을 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사명을 AI로 바꿀 정도의 각오를 해야 한다. 메모리만으로는 절대 생존할 수 없다. 토털 솔루션을 끌고 가야 한다. 특히 파운드리를 포기하면 전체 경쟁력이 무너진다"고 했다.


김 교수가 예상한 HBM의 발전 청사진 속에 등장하는 파운드리 기술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종합반도체 업체의 역량이 HBM 미래 주도권을 확보할 근간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HBM 시대에도 파운드리는 핵심이다. 절대로 포기해선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삼성을 넘어 국가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김 교수는 엔비디아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 경계했다. "AMD, 인텔, 구글, 메타 같은 대안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경쟁자들을 키워 삼성을 거치지 않고는 AI 솔루션을 만들 수 없게 해야 한다는 해석이다.


김 교수는 "HBM은 단순한 메모리가 아니라 국가 전략 자산"이라고 말했다. 그는 "HBM을 국가 전략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 메모리를 싸게 많이 파는 시대는 끝났다. 앞으로는 HBM을 누가 먼저 잡느냐가 국가 생존과 직결된다"면서 국가적으로 HBM을 활용하라고 제안했다.


핵심은 주도권이다. 그는 "미국은 안보를 이유로 중국을 견제하고, 중국은 독자 기술을 키우며 맞서고 있다. 그 사이에 있는 한국 기업들은 양쪽으로부터 압박을 동시에 받는다"면서 "언젠가는 미국이 본사와 공장 이전까지 요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기 때문에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단순히 따라가는 전략에서 벗어나 주도권을 확보해야 하고 창의적 전략으로 판을 새로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AI 시대 국가의 역할에 대해서도 그는 분명히 했다. "국가는 단기 과제에 매달릴 게 아니라 인프라를 까는 데 주력해야 한다. 슈퍼컴퓨터, 데이터센터, 전력망, 연구 장비 같은 기반 시설이 있어야 기업과 연구실이 경쟁할 수 있다." 그는 정부가 인재 양성과 기초 원천 연구를 지원하면서도, 장기적 관점에서 국가 전략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은 대규모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확보하고 이를 대학에 공유해 학생들의 연구를 돕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미국 역시 AI 시대가 열리며 GPU를 대량으로 확보한 기업과 학교 연구진 간의 협업이 늘고 있다고 했다.


최근 국내 대학이 앞다투어 AI학과를 신설하는 분위기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김 교수는 "AI만을 가르치는 학과는 답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대신 그는 기존 학문과 AI를 접목할 수 있는 융합 인재가 필요하다고 했다. AI와 반도체를 동시에 이해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 그리고 수학적 기초를 튼튼히 다진 인재가 결국 AI 시대를 이끌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 교수는 수학 교육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AI와 반도체의 본질은 수학이다. 수학적 기초가 없으면 응용도, 융합도 불가능하다." 그는 수학적 사고가 AI 알고리즘과 반도체 설계의 근간을 이루며, 단순한 프로그래밍 교육으로는 세계와 경쟁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후학 양성은 김 교수가 양보하지 않는 부분이다. 김 교수는 최근에도 학과 교수 중 강의평가 일등을 했다고 했다. 가을학기에도 또 일등을 하면 기자에게 저녁을 사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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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인터뷰의 말미에서 인생 후반기 계획을 살짝 공개했다. 역시 교육과 이어진다. "70대가 되면 대치동에 작은 사무실을 열고 학생들에게 AI와 반도체에 대해 상담을 하고 싶다." 연구를 할 수 없을 때도 학생들을 이공계로 이끌겠다는 작은 희망이 느껴졌다.




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cinqang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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