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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청, 보존 일변도 벗고 '활용·확산' 전면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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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릉 등 개방 확대…APEC·유네스코 총회 통해 위상 제고
경복궁 플래그십스토어·황리단길 모델 전국 확산…해외 유산 환수도 체계화
야간 개방·VR 콘텐츠로 접근성 혁신…성과 중심 조직 개편도 병행

국가유산청, 보존 일변도 벗고 '활용·확산' 전면 전환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지난달 11일 서울 중구 덕수궁 돈덕전에서 열린 특별전 '빛을 담은 항일유산' 언론공개회에서 항일의병 관련 문서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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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 정책 방향이 보존에서 활용과 확산으로 전환된다.


국가유산청은 8일 서울 덕수궁 석조전에서 새 정부의 국가유산 정책 비전 '문화강국의 원천 K헤리티지, 국민 곁으로 세계 속으로'를 발표했다. 문화재청에서 국가유산청으로 개편되면서 추진해온 정책 전환으로, K컬처 열풍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 관심이 폭증하는 시점에서 나온 전략적 변화다.


허민 청장은 "국가유산이 국민의 자랑과 자부심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책의 출발점"이라며 "K헤리티지의 가치가 국내를 넘어 세계로 확산하도록 정책을 발굴하고 재정을 뒷받침하겠다"고 천명했다.


제시한 목표는 ▲열린 국가유산 실현 ▲글로벌 유산 강국 도약 ▲행정 효율성 제고 세 가지다. 허 청장은 "국가유산을 통해 국민 삶의 질이 나아지도록 현장에서 소통하고 공감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동시에 다양한 환경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궁궐 문턱 낮추고 근현대유산 발굴

국가유산청은 국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열린 국가유산'을 만든다. 그동안 관리 사각지대에 놓였던 철도역사, 발전소, 조선소 같은 근현대 산업유산과 대중가요·영화 초기자료, 민주화운동 관련 기록, 생활문화유산 등을 대폭 발굴해 관리 대상을 넓힌다. 국립자연유산원 건립과 무형유산 대중화 기반 강화로 보존·전승 체계도 고도화한다.


국가유산청, 보존 일변도 벗고 '활용·확산' 전면 전환 지난달 1일 울산시 울주군 삼남읍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 '반구천의 암각화, 울산의 소리를 듣다'에 참석한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시민 의견을 듣고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접근성 혁신에도 나선다. 경복궁 관람객 증가 등의 성과를 거둔 고궁 야간 개방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조선왕릉과 명승 옛길 등 그간 공개되지 않은 공간을 개방해 특별한 문화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현장 합동지원단 운영, 사전영향협의 제도 등 '현장 중심 규제개혁'으로 대규모 개발사업과 관련한 유산 보호 갈등도 줄인다.


국가유산청은 유산을 소멸 위기 지역의 재생 동력으로도 활용한다. 경주 황리단길의 성공 모델을 전국 9대 역사문화권으로 확산하고, 목포·군산·영주 등 근대역사문화공간을 정비해 낙후된 지역 경관을 개선한다. 국가유산 방문자 여권 투어와 마을 자연유산 활용 프로그램 등으로 지역 문화자원의 가치를 국민이 직접 체감하도록 한다.


기후 위기 대응도 강화한다. 목조문화유산 방재설비를 2030년까지 고도화하고, 산불·풍수해·생물피해 등 유형별 맞춤 관리체계를 구축한다. 또 AI 기반 재난관리 시스템으로 피해 예측력을 높이고, 돌발 상황 즉시 대응체계를 마련한다.


K헤리티지, 세계 무대 진출 가속화

글로벌 유산 강국 도약의 핵심은 K헤리티지의 세계화다. 국가유산청은 국가유산 특화 AI 모델을 개발해 해설 서비스, 시각화, 3D 원천자료 구축은 물론 게임·영화·드라마 등 콘텐츠 산업 연계까지 도모한다. 넷플릭스 '킹덤'이 조선왕조실록을 소재로 세계적 성공을 거둔 것처럼, 우리 유산이 글로벌 콘텐츠의 원천이 될 수 있다고 판단에서다.


국가유산청, 보존 일변도 벗고 '활용·확산' 전면 전환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테레사 파트리치오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위원장과 2026년 개최되는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 의장국으로서 대한민국의 활동 방향 등에 대해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국인 관광객 맞춤형 프로그램도 대폭 강화한다. 궁궐 외국인 특화 체험을 확대하고, 경복궁 내 플래그십 스토어 조성으로 국가유산 문화상품 판매를 활성화한다. VR, 미디어아트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한 실감형 콘텐츠도 개발해 K헤리티지의 매력을 세계에 알린다.


국제 행사 개최에도 총력을 기울인다. 다음 달 APEC 정상회의에서 경주역사유적지구 정비와 세계유산축전, 미디어아트 공연 등으로 세계 지도자들에게 한국 유산의 가치를 각인시킨다. 내년 부산에서 열리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도 국제적 위상을 높일 절호의 기회로 본다.


해외에 흩어진 유산 환수와 보존도 체계화한다. 미국, 일본, 유럽 등에 산재한 유산에 대한 환수 전략을 마련하는 한편 보존처리·공동 전시 같은 협력 사업을 확대한다. 독일 교민들이 복원을 요청해온 프랑크푸르트 한국정원의 정비 등 전통 조경의 세계화도 추진한다.


남북 문화유산 교류 재개도 장기 과제로 설정했다. 당장은 어렵지만 여건이 조성되면 개성 고려궁성 남북 공동 조사를 재개하고, 금강산 유점사 복원 지원을 위한 민간 협력체계를 마련한다. 동시에 마추픽추, 람세스 2세 장제전, 퀼테페 유적 등 해외 인류 공동유산 보호에도 한국의 기술과 경험을 제공한다.


조직 혁신으로 정책 동력 확보

국가유산청은 앞선 두 목표 달성을 위해 조직 역량 강화에 나선다. 성과 중심 인사관리 체계를 도입하고, AI 활용과 K헤리티지 글로벌 브랜드화 같은 신성장 분야 투자를 확대한다. 특히 승진 과정에서 성과와 역량을 중시하고 내부 소통을 강화해 조직문화를 개선한다. 국가유산청 노동조합과의 협의를 병행해 직원 권익 보호와 행정 생산성 향상도 함께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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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청, 보존 일변도 벗고 '활용·확산' 전면 전환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뮤지엄에서 열린 국가유산 디지털 특별전 '헤리티지: 더 퓨처 판타지' 특별전에서 '조선왕실 행차 풍경' 미디어아트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허 청장은 이번 정책이 단순한 보존을 넘어 활용과 확산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국가유산은 과거를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민의 삶과 함께하며 미래 세대를 위한 자산이 돼야 한다"며 "K헤리티지가 한국 문화의 원천으로서 세계 무대에서 빛나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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