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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IEW]트럼프 '거래의 기술' 시장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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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안보 명분 넘어선 수익 공유·지분 확보
수출 통행세로 시장 파괴 선례 남겨

[THE VIEW]트럼프 '거래의 기술' 시장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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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거래의 기술'이라는 철학을 국가 정책으로 확장하고 있다. 관세를 협상 도구로 활용해 각국으로부터 유리한 교역 조건을 이끌어내고, 국가 안보와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기업 경영에 직접 개입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법은 단기 성과를 거두고 있다. 미국의 압도적 경제력과 시장 지배력 앞에서 많은 국가가 이전보다 불리한 조건을 수용하며 협상 테이블에 앉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반도체 업계에서 벌어지는 사태는 이러한 실용주의가 자유 시장 경제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행정부가 엔비디아에 요구한 사상 초유의 수출 이익 공유 조치와 인텔의 최대 주주 등극은 단순한 규제를 넘어 국가가 기업의 핵심 경영권과 수익 배분에 직접 개입하는 국가자본주의 모델로의 전환을 시사한다.


엔비디아에 대한 조치는 교묘하면서도 전례가 없다. 이전 행정부가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수출을 원천 봉쇄했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거래를 택했다. 저사양 인공지능(AI) 칩의 중국 수출을 허가하는 대가로 관련 매출의 15%를 정부에 통행세처럼 내라는 것이다. 행정부 입장에서는 나름의 합리성이 있다. 완전 봉쇄보다는 통제된 수출을 통해 미국 기업의 수익 기회를 보장하면서 정부는 추가 세수를 확보하고 중국의 기술 발전 속도를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위험한 선례를 남긴다. 안보라는 명분이 정부의 새로운 수익 모델로 변질되고 있으며, 연방정부의 수출품 과세 금지라는 헌법 정신에도 위배될 소지가 있다. 더 큰 문제는 모든 기술 기업이 수출 허가를 받기 위해 정부와 이익을 흥정해야 하는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시장 메커니즘을 정치적 거래로 대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THE VIEW]트럼프 '거래의 기술' 시장을 흔든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거래 카드’가 된 반도체. 단기 성과에도 불구하고 시장 원칙을 뒤흔드는 국가 개입 논란이 커지고 있다. 챗GPT 생성 이미지

인텔 사태는 더욱더 충격적이다.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에 따른 보조금을 지분으로 전환해 미국 정부는 인텔 지분 10%를 확보하며 최대 주주가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납세자를 위한 위대한 거래라고 자화자찬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달갑지 않다. 행정부의 논리는 분명하다. 국가 안보의 핵심인 반도체 산업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고, 납세자 돈으로 지원한 기업의 성과를 국민과 공유하겠다는 것이다.


중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뒤처질 수 없다는 절박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대만의 TSMC나 한국의 삼성전자가 첨단 반도체 생산에서 앞서 나가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직접 나서 자국 기업을 지원하려는 의지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대 주주가 된 정부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경영진은 없다. 인텔의 장기 전략이 시장 논리보다 정치 논리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는 삼성전자나 TSMC 같은 동맹국 기업들마저 유사한 압박에 직면하게 만들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분명한 성과가 있을 수 있다. 자국 기업 보호, 세수 확보, 전략적 우위 등 가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 일정 수준의 국가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현실론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자멸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기업의 자율성과 시장 효율성이 훼손되고 혁신의 동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접근이 글로벌 기술 생태계의 분열을 가속화하고 미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오히려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될수록 국경은 높아지고 국가의 역할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시대적 현실이다. 그러나 그 역할이 시장의 규칙을 파괴하고 기업을 국가의 전리품으로 취급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실리콘밸리가 오늘날의 위상을 갖게 된 것은 국가의 개입이 아니라 자유로운 경쟁과 혁신 덕분이었다. 정부의 '보이는 손'이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좌우하려 할 때, 그것이 과연 산업을 구원할 '손'이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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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규 미국 윌래밋대 교수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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