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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K-푸드 위기는 내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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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 불투명한 지배구조 고질병
K푸드, 글로벌 성과 이어가려면
식품기업 내부 낡은 틀 깨야

[기자수첩]K-푸드 위기는 내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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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수출이 전부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식품업계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강조한 말이다. 내수 시장이 정체되고 인구 구조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해외 진출은 단순한 성장 전략을 넘어 산업 생존을 위한 절박한 해답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K푸드는 한류 콘텐츠의 파급력과 한국 고유의 맛, 건강하고 세련된 이미지 등을 무기로 삼아 글로벌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며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그러나 화려함 이면에는 여전히 해묵은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이에 따른 오너 리스크다.


글로벌 시장은 더 이상 '좋은 제품'만으로 기업을 평가하지 않는다. 경영 투명성과 건전한 거버넌스는 투자 유치와 사업 파트너십의 기본 조건이 됐다. 네슬레, 유니레버 등 세계적 식품 기업들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독립 이사회를 운영하며 최고경영자(CEO)를 견제하는 체제를 갖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사회 의장과 CEO를 분리하고, 절반 이상을 사외이사로 채우는 등의 제도는 단지 외형상의 장치가 아니라, 위기 대응 능력과 경영 지속성을 담보하는 실질적 기반이 된다.


하지만 한국 식품기업은 여전히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본지가 국내 20개 상장 식품기업 지배구조를 분석한 'K푸드 거버넌스 보고서'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이들 기업의 이사회는 여전히 오너 일가의 '거수기'에 머물렀고, 사외이사는 독립성보다 충성심으로 평가받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소액주주의 권리는 선언적 구호에 불과했으며, 재무적 의사결정조차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곳도 있었다. 이는 단순히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파트너십 체결을 비롯해 해외 사업 확장에서도 불신을 줄 수 있어 한국 식품산업의 외연 확장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지배구조가 전체 식품 산업의 역동성을 저해한다는 점이다. 식품 산업은 트렌드 변화가 빠르고, 끊임없는 혁신과 투자가 필요한 영역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가족 중심의 보수적 경영은 새로운 시도를 꺼리게 만들고, 신사업 결정에는 오너 개인의 판단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조직이 외부 변화보다 내부의 눈치를 먼저 본다면, K푸드 열풍이 반짝 흥행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다행히 최근 통과된 상법 개정안은 이 같은 굴레를 끊을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너 중심 이사회를 견제하고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편된 만큼 한국 식품기업들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체질 개선을 꾀할 수 있다. 그러나 법은 최소한의 안전장치일 뿐이다. 기업들은 단순히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가 아닌, 세계인의 식탁에서 오래 사랑받을 수 있는 경영 투명성을 스스로 구축해야 한다.



K푸드의 인기는 분명히 기회다. 하지만 지속 가능성을 원한다면 외부 성과에 도취하기보다 내부의 낡은 틀을 깨는 용기가 필요하다. 소비자는 단지 '맛'이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철학까지 함께 소비한다. 국내 식품 기업들에 묻고 싶다. 세계인의 식탁에서 살아남을 준비가 됐는지.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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