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벽화 여섯 점 최초 공개
김규진·김은호 등 근대 거장 작품
조선 왕실의 마지막 궁중 회화가 100여년 만에 대중에게 공개된다.
국가유산청 국립고궁박물관은 14일부터 10월12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특별전 '창덕궁의 근사(謹寫)한 벽화'를 열어 국가등록문화유산인 창덕궁 벽화 여섯 점을 최초로 공개한다고 13일 밝혔다.
벽화들은 조선 왕실의 마지막 궁중 회화로 기록될 작품들이다. 소실된 창덕궁 내전을 1920년 재건하는 과정에서 제작돼 당시 황위에서 물러난 순종과 순정효황후가 생활하던 공간에 장식됐다. 높이와 너비가 각각 180~214㎝와 525~882㎝에 달해 유례를 찾기 어려운 대작으로 평가된다.
제작에는 우리나라 근대 화단을 대표하는 화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수직으로 솟아오른 총석정의 절경을 파노라믹하게 표현한 희정당 벽화 '총석정절경도'와 구름에 싸인 금강산의 단풍 든 가을 정경을 신비롭고 웅장하게 표현한 '금강산만물초승경도'는 1915년 서화연구회를 발족한 해강 김규진의 작품이다. 직접 금강산을 유람하며 그린 스케치를 바탕으로 완성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당시 금강산이 궁중 회화의 새로운 소재로 부상했다"며 "민족정신을 상징하는 영험한 산의 기운과 관광지로 개발되던 시대적 배경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대조전에는 '만장봉'의 정재 오일영과 '군어도'의 묵로 이용우가 합작한 '봉황도'와 '금차봉납도'의 이당 김은호가 그린 '백학도'가 마주 보고 있다. 각각 해와 달이 그려져 음양의 조화를 이룰뿐더러 경물을 배치하고 채색하는 기술적인 면에서 유사성이 있다. 태평성대와 부부의 화합을 상징하는 봉황과 십장생 중 하나인 학은 궁중 회화의 단골 소재다.
경훈각에서는 해방 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로 활동한 심산 노수현의 '조일선관도'와 근대 대표적 산수 화가인 청전 이상범의 '삼선관파도'를 감상할 수 있다. 속세를 벗어난 신선경을 묘사한 작품들이다. 장수를 상징하는 선계의 복숭아와 거북을 든 동자, 서로 나이를 자랑하는 신선 세 명을 배치해 황제 부부의 장수와 평안을 기원한다.
벽화들은 하나같이 전통적인 궁중의 청록산수 기법으로 그려졌으나 근대적 면모도 엿보인다. 조선의 궁중 화가들과 달리 '근사(삼가 그려 올린다)'라는 표현과 함께 그림에 자신의 이름을 남겨 화가로서 개인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벽에 직접 그린 형태가 아닌 비단에 그린 뒤 종이로 배접한 것을 벽에 부착한 '부벽화' 형식을 갖추고 있어 기법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국가유산청은 내전에 그대로 남아있던 벽화들을 2014년부터 보존·처리했다. 현재 원본은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하고 있으며, 창덕궁 내전 전각에는 모사도와 영인본을 설치해뒀다. 금강산의 절경과 봉황과 백학의 날갯짓, 영생을 누리는 신선의 세계를 관객 움직임에 반응하는 실감 영상으로 재현했다.
지금 뜨는 뉴스
박물관은 전시에서 창덕궁 벽화를 주제로 한 미디어아트 '근사한 벽화, 다시 깨어나다'도 선보인다. 금강산의 절경과 봉황과 백학의 날갯짓, 영생을 누리는 신선의 세계를 관객 움직임에 반응하는 실감 영상으로 재현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궁궐 건축과 궁중 회화는 물론 우리나라 근대미술의 우수한 가치를 국내외에 널리 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