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간판으로는 첫 지방대 출신 수장
통계 아닌 '삶'으로 59년간 지방소멸 체감한 인물
"지방에 대한 번역없는 이해"로 정책 기대
"국토부 장관 중에서 지방 출신 인사는 제가 처음인 걸로 압니다."
김윤덕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은 인사청문회 당시 장관으로 지명된 취지를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이어 "역대 장관은 대부분 수도권 출신이었고, 저는 지방에서 활동해 온 사람"이라며, 이번 인사가 국토 균형발전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이 말한 '지방 출신'은 단순히 고향 얘기가 아니다. 고향이 지방인 인사는 이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그와 같이 삶 전체가 지방에 뿌리 내린 이가 국토부 장관에 오른 적은 없었다. '국토교통부'로 이름이 바꾼 뒤, 나온 8명의 장관 중 지방대 출신조차 한 명도 없다. 그는 전북에서 나고 자라 지방대학을 졸업하고, 지방의원을 거쳐 지역구 3선을 지낸 정치인이다. 59년간 '로컬보이'였던 김 장관 자신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고, 그 상징성을 애써 감추지 않았다.
실제로 그의 인사청문회에서 가장 많이 반복된 주문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진짜 지방 사람이니, 균형발전에 진심으로 힘써달라"는 것이었다. 동료 의원들은 그가 서울 한 번 가려면 새벽부터 움직여야 했던 지방의 현실을 알고 있고, 낙후된 의료·교육 인프라에 대한 주민들의 한숨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들어온 인물이라 평가했다. '지방소멸'이라는 단어를 서류가 아닌, 이웃들을 통해 체감한 정치인이라는 믿음이 그 바탕에 깔려 있었다.
대한민국의 국토 정책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짜였다. 집값 안정, 교통망 확충 등 굵직한 국가 과제는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됐다. 수십조원이 들어가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노선에 전국의 관심이 몰릴 때 지방은 하루 몇 번 없는 농어촌 버스 노선이 끊기고, 읍내 병원 하나 없어 환자가 몇 시간을 달려야 하는 일이 반복됐다. 서울에 직장을 둔 이들을 위한 신도시가 논의되는 동안, 지방 원도심은 빈집과 유령 상가로 변해갔다.
이런 불균형은 지방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를 갉아먹는 불안 요소가 되고 있다. 수도권의 집값 불안, 청년 주거 위기, 지방의 인구 유출, 지방 아파트 미분양 문제는 모두 '수도권 과밀'이라는 하나의 뿌리로 연결된다. 균형발전은 단순히 지방을 돕자는 차원이 아니라, 수도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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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장관이 정책의 관성과 구조를 단번에 바꾸기는 어렵다. 그러나 변화는 작은 것에서 시작한다. 김 장관에게 기대감이 커지는 것은 그가 통계와 보고서 너머 지방의 삶을 '번역 없이'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임기를 마친 뒤, 단지 '전북 출신 장관'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무게 중심을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단 '1cm'라도 옮겨놓은 첫 국토부 장관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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