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주총 결과 예측 어려워져
3%룰, 경영권 방어 힘들어질 듯
더 정교한 대응 방안 마련해야
집중투표제·분리선출 확대 곧 개정
최근 개정된 상법에는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외에도 전자주주총회, 사외이사, 감사위원 등과 관련해 기업 경영에 부담이 되는 여러 소수주주 권익 보호 방안들이 포함됐다.
여당은 이번 개정에서 유예된 '집중투표제 의무화'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 조항도 곧 추가 개정안을 발의해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재계가 경영권 보호를 위한 보완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커진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기업의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자주주총회 도입 및 의무화
개정 상법은 상장회사가 이사회 결의를 통해 전자주주총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면서 자산규모가 일정 규모 이상(대통령령에 위임)인 상장회사는 의무적으로 전자주주총회를 개최하도록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일부 기업이 도입한 '참관형 전자주주총회'와 달리 이번에 도입된 전자주주총회는 온라인을 통해 총회에 참가한 주주가 총회에 출석한 것으로 간주되고, 의사 진행이나 결의에도 실시간 참여가 가능하다.
신설된 전자주주총회 조항은 부칙에 따라 2027년 1월1일부터 시행된다. 의무 개최 대상 기업은 대통령령에서 정해질 텐데 입법 과정에서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기업이 논의됐고, 대략 200개 이상 기업이 개정법 적용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스템 구축·현장 리허설 필수
기업 입장에선 내년까지 주총 회의장 영상과 음성을 실시간으로 송수신할 수 있는 시스템과 전자투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기술적 조치도 필요하다.
타인의 명의를 도용해서 의결권을 행사한 경우나 통신 장애가 발생해 일부 주주의 표결이 누락됐을 때 대응 절차도 마련해야 한다. 다만 법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전자주주총회 운영을 위탁할 수 있도록 했는데, 한국예탁결제원(KSD)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법무법인 세종의 이숙미 변호사는 "기업 입장에선 절차적 하자 문제를 피하기 위해 IT 인프라 구축 후 집계·진행 시뮬레이션이나 사전 현장 리허설을 반드시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총 결과 예측 어려워져
전자주총이 도입되면 지금보다 주총 결과 예측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특히 상법 추가 개정으로 '집중투표제'까지 의무화될 경우 예측 불가능성이 현저히 높아질 수 있다.
이 변호사는 "지금까지는 위임장 심사 과정을 통해 우호주주와 비우호주주를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어 표결 결과를 사전에 예측하는 게 가능했지만, 전자주총의 경우 원격으로 접속한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 방향을 사전에 파악하기 어려워 주총 결과의 예측 가능성이 작아질 수밖에 없다"며 "위임장 분석 전략에서 실시간 출석 대응 전략으로의 전환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감사위원 선임·해임 '3%룰' 강화
상법상 감사위원을 선임하거나 해임할 때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총수의 3%를 초과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는 그 초과하는 주식에 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대주주의 지나친 영향력 행사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지금까지는 최대주주가 '사외이사가 아닌 감사위원'을 선임·해임할 때만 특수관계인 등이 보유한 주식과 합산해 계산했다. 하지만 이번 상법 개정으로 최대주주는 선임·해임되는 감사위원이 사외이사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언제나 특수관계인 등이 보유한 주식과 합산해 보유 주식 수를 계산해야 한다. 공포 후 1년 뒤부터 시행된다.
소수주주 이사회 진입 가능성 커져
이처럼 최대주주의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는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회사가 원하는 감사위원을 선출하기가 더 어려워진 반면, 소수주주가 추천한 인사가 감사위원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대폭 커졌다.
재계에서는 소수주주의 이사회 진입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사회에서 공개되는 안건이나 공시 전 정보 등 회사의 중요 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주주제안권, 회계장부 열람등사청구권, 주주대표소송 등 소수주주권을 보다 정교하고 치밀하게 행사하는 게 가능해져 경영권 방어가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3%룰'이 강화되면서 '의결정족수 미달'로 감사위원을 선임하지 못하는 경우가 지금보다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 변호사는 "정관 개정을 통해 감사위원의 자격요건을 강화하거나 주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사외이사 후보군을 사전에 확충해 둘 필요가 있다"며 "위임장 대결(프록시 파이트)이 벌어질 경우 백기사를 확보하고,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이 변호사는 "회사 중요 정보가 무분별하게 제삼자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비밀유지서약서 등을 제출받아 개별 이사들에게 회사 정보에 대한 비밀유지의무가 있음을 주의시킬 필요가 있다"며 "집행임원제도나 이사회 내 별도의 위원회를 설치해 내밀한 정보를 통제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독립이사 선임 비율 3분의 1로 상향
개정 상법은 기존의 '사외이사'를 '독립이사'로 명칭을 변경하고, '사외이사로서 사내이사, 집행임원 및 업무집행지시자로부터 독립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이사'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상장회사의 독립이사 의무선임비율을 이사 총수의 4분의 1에서 3분의 1로 상향했다. 대규모 상장회사의 경우 법 개정 전과 마찬가지로 '이사 총수의 과반수'를 독립이사로 선임해야 한다.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되며, 기존 사외이사는 개정법 부칙에 따라 독립이사로 간주되기 때문에 2026년 7월 이후 선임되는 사외이사부터 독립이사로 등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사외이사 및 그 비율에 관한 정관 개정이 필요하다.
이 변호사는 "3분의 1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지배구조 미달' 사유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며 "결격요건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는데 세부 사항은 시행령에서 정해질 것이기 때문에 세부 규정 개정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집중투표제 도입·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
이번 개정에서 소수주주의 권리 보호를 위해 논의됐던 ▲집중투표제 의무화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안은 일단 빠졌지만 다음 상법 개정 때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집중투표제는 2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주주가 보유주식 1주마다 선임할 이사의 수만큼 부여받은 의결권을 1명에게 집중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집중투표제가 적용될 경우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 과반수를 득표하지 못해도 많은 표를 얻은 자부터 순차적으로 이사로 선임되기 때문에 소수주주들이 표를 모아 원하는 이사를 선출하는 데 유리하다.
현행 상법은 상장회사의 경우 정관으로 이를 배제할 수 있도록 특례를 인정하고 있는데, 다음 상법 개정 때 정관으로 집중투표제를 배제할 수 없도록 명문화하는 조항이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선출된 이사 중에서 감사위원을 뽑지 않고 감사위원이 될 이사를 분리해서 선출하는 제도인데, 일괄선출 방식에 비해 3%룰 적용에 따른 대주주의 의결권 제한 효과가 크다. 현재 1명으로 돼 있는 최소 분리선출 감사위원 수를 2명으로 늘리는 방안과 감사위원 전원을 분리선출 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이 변호사는 "기업 입장에서는 선제적인 임시주총 소집을 통해 정관상 이사의 수 상한까지 이사를 선임하거나 시차임기제를 운영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전자주주총회
주주의 일부가 소집지에 직접 출석하지 않고 원격지에서 전자적 방법으로 결의에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의 주주총회
최석진 로앤비즈 스페셜리스트 csj040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더 세진 개정 상법]②전자주총·독립이사제·3%룰 강화…"커진 불확실성, 기업 선제 대응 필요"[최석진의 로앤비즈]](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5071421013945346_1752494499.jpg)
![[더 세진 개정 상법]②전자주총·독립이사제·3%룰 강화…"커진 불확실성, 기업 선제 대응 필요"[최석진의 로앤비즈]](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5071421043145347_175249467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