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배임죄 성립 범위 넓어져
주주대표소송, 이사 상대 직접 손배소 늘어날 듯
'신중한 판단 거친 의사결정' 증거 확보해야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에게까지 확대하는 등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기업들이 비상이다. 전자주주총회, 독립이사 비율 강화, 감사위원 선임·해임 시 '3%룰' 강화 등 기업 경영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제도 변화를 앞두고 기업을 고객으로 둔 로펌 경쟁도 시작됐다.
이사 충실의무 주주로 확대…총주주 이익 보호 의무 신설
가장 주목받는 건 '이사의 충실의무' 조항이다. 다른 개정 조항들과 달리 법 공포 즉시 시행된다. 개정법은 기존 '이사는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를 '회사 및 주주를 위하여'로 바꿨다.
또 '이사는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여야 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개별 주주가 아닌 주주 전체라는 집단의 집합적 이익을 보호해야 하고, 특정 주주의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준혁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개별 주주들 한 명 한 명을 모두 기계적으로 평등하게 대우하라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2023년 7월에 나온 주주평등의 원칙에 관한 4개의 대법원 판례가 '공평'의 의미를 해석할 때 참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회사가 일부 주주에게 우월한 권리나 이익을 부여해 다른 주주들과 다르게 대우하는 경우에도 법률이 허용하는 절차와 방식에 따르거나 그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허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주주의 '사무처리자'…배임죄 성립 범위 넓어져
재계의 가장 큰 우려는 일부 주주에게 손해가 발생해도 회사에 손해가 없으면 현재 처벌되지 않는 경영 행위들까지 배임죄로 처벌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배임죄 성립 범위가 넓어진 건 확실하다"고 했다. 그동안 법원은 이사는 위임계약에 따른 회사의 사무처리자일 뿐, 주주에 대한 사무처리자는 아니라는 입장이었는데 개정법이 시행되면 주주에 대한 사무처리자로도 볼 가능성이 커진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법원이 주주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 성립을 부정했던 ▲가장납입을 통한 신주 발행 ▲불공정한 비율에 의한 합병 ▲제3자 배정 방식의 저가 전환사채 발행 등 사례에서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들 사례에서 법원은 주주가 보유한 기존 주식의 가치가 감소했더라도 배임죄로 처벌하지 않아 왔다. 특히 합병 사례에서 법원은 "합병에 관한 사무는 '회사의 사무'이며 주주는 합병의 이해관계자일 뿐이고, '전체 주주'는 추상적 개념에 불과해 특정된 피해자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는데,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또 상장회사가 핵심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자회사를 신설한 뒤 상장하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처럼 회사에는 손해가 없지만 주주에게는 손해가 생기는 경우에도 배임이 문제 될 수 있다.
주주대표소송·이사 상대 직접 소송 늘어날 듯
이번 개정으로 소수주주가 이사의 책임을 묻는 주주대표소송이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배주주의 이익을 고려한 이사의 의사결정이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나 총주주 이익보호 의무 위반에 해당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법원은 일부 대표소송의 절차적 하자도 특별한 경우 치유될 수 있다고 판결하는 등 대표소송에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 주주가 직접 이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사례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법원은 이사가 고의나 중과실로 임무를 게을리했을 때 제3자에게 연대해 배상책임을 지도록 한 상법 401조의 '제3자'에 '주주'가 포함된다고 보면서도 주주에게 직접 손해가 발생했을 때만 이사의 책임을 인정했다.
기업 대응 방안…인식의 전환·증거자료 확보
로펌들은 상법 개정에 따른 기업 대응 방안으로 ▲주요 의사결정 시 주주 이익 고려 ▲의사결정 근거의 확보 및 공시 ▲독립위원회 설치 등 절차적 정당성 확보 ▲적극적인 IR 및 주주와의 소통 등을 제시했다.
법무법인 세종 이동건 변호사는 "일단 주주의 이익이 곧 회사의 이익이고, 주주의 손해는 곧 회사의 손해라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모든 주주들을 만족시키는 결정을 할 수는 없지만, 의사결정을 할 때 특정 주주가 아니라 전체 주주의 이익을 생각해서 결정하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또 "주주 전체의 이익을 고려해 충분한 정보를 갖고 신중한 판단을 했다는 근거가 필요하다"며 "실질적인 이사회 진행이 필요하고, 이사회 보고자료, 녹취록 등 증거를 확보해 적절하게 공시하는 게 실무자 입장에서는 중요하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지배주주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이사들로만 구성된 '독립위원회' 설치 등 방법으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소송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적극적인 IR과 주주와의 투명한 의사소통으로 분쟁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최석진 로앤비즈 스페셜리스트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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