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정 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기고'
긴 유통 경로, 소비자 가격 오를 수밖에 없어
현 농안법, 장점보다 단점 더 큰 제도로 변해
경매제 첫 도입한 네덜란드도 폐지
독과점적 시장구조 타파해야
최근 몇 년간 농산물 가격이 급등해 가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기후변화가 원인이라고 하지만 한편에서는 농산물 도매시장의 독과점이 더 큰 원인이라고 한다. 가락시장 5대 민간 도매법인은 1985년 가락시장 개장과 함께 지정돼 한 번도 교체되지 않은 채 지금도 그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총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도매시장 거래제도는 산지와의 거래를 도매법인이 독점하고 소비지와의 거래를 중도매인이 배타적으로 담당하는 구조다. 소비자가 농산물을 구입하기까지 도매법인과 중도매인 그리고 소매점을 거치는 긴 유통경로를 지나야 하므로 최종소비자 가격은 더욱 상승할 수밖에 없다.
농산물 생산자가 도매시장에서 거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도매법인을 거쳐야 한다. 도매법인은 위험이 없고 안정적인 수수료 수입을 얻는 경매방식을 선호하다 보니 현재 가락시장의 경매 비율은 무려 80%에 육박한다.
경매는 도매상의 매점매석을 막고 생산자에게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기 위해 1976년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과 함께 도입됐다. 그러나 가격과 거래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개되는 현재의 거래환경에서 이젠 장점보다 단점이 더 큰 제도가 돼버렸다. 경매는 공급 물량 변화에 따른 가격 급등락이 심해서 농산물의 안정적 공급을 보장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대형마트나 온라인플랫폼 등 대형 유통업체는 산지와의 직접 계약을 통해 농산물을 일정한 가격과 물량으로 공급받아 판매한다.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연합(EU) 회원국과 일본 등 해외 주요국의 도매시장은 산지와 소비지의 거래를 분리하지 않고 직거래할 수 있는 단순한 유통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해외의 도매상들은 가락시장 도매법인과 같은 산지 거래 독점권 없이 다른 도매상과 자유롭게 경쟁하고, 산지 및 소비지와 직접 계약을 통해 농산물을 공급하고 있다. 경매제를 처음 채택한 네덜란드에서조차 이제는 화훼 부문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경매를 하지 않은 지 오래됐다.
우리와 같이 소농 구조를 가진 일본에서는 우리 농안법의 모델이 된 '도매 시장법'을 1999년에 개정해 경매제 우선 원칙을 폐지하고 이제는 경매 비율이 10% 미만이 됐다. 2018년 법 개정에서는 도매법인의 산지 거래 독점권을 폐지했다. 마찬가지로 소농 구조를 가진 대만 역시 경매를 주된 거래 방식으로 채택한 도매시장 비중은 20%가 안 된다. 또 우리와 달리 민간 도매법인이 아닌 농민단체가 경매를 주도하여 생산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있다.
이미 해외 각국의 농산물 도매시장에서는 특정 소수의 도매상이 거래를 독점하지 않고 자유롭게 경쟁하면서 농산물 도매가격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농산물 가격안정은 해외와 같이 독과점적 시장구조의 타파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민간 도매법인 중심의 거래구조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
김윤정 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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