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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사냥' 나선 中기업들에 통로 넓혀준 '3%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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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세정 공정에서 앞선 기술을 지닌 국내 기업 A사가 최근 중국계 자본의 손에 넘어갔다.

중국 입장에선 최대 주주가 아니더라도 4% 이상 지분만 확보하면 '작전세력'을 감사위원으로 넣을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물론 의결권 100% 행사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고, 더 많은 지분을 보유한 다른 주주와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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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통과한 상법개정안
지분 4% 이상만 확보하면
감사위원 선임 시도 가능
소수지분만으로도 영향력 행사
기술탈취 위해 악용될 가능성도
2005년 쌍용차 사태 재현 우려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 요구

반도체 세정 공정에서 앞선 기술을 지닌 국내 기업 A사가 최근 중국계 자본의 손에 넘어갔다. 자금난에 빠진 A사는 중국 기업을 모기업으로 둔 싱가포르 법인에 다량의 지분을 매각했고, 이 법인이 최대 주주에 오르면서 경영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가 됐다. 최근 이런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선 이를 통해 중국 측이 경영권을 장악한 뒤 기술연구소 설립, 인력 파견 등의 방식으로 핵심 기술을 확보하려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국 자본을 통한 기술 유출 우려가 이미 현실화된 상황에서 국회를 통과한 상법이 그 통로를 넓혀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재계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기술사냥' 나선 中기업들에 통로 넓혀준 '3%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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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3%룰, '작전세력' 투입 용이

9일 재계에 따르면 개정된 상법에서 중국 등 외국인 주주의 접근을 쉽게 만드는 장치는 이른바 '3%룰'이다. 기업이 주주총회에서 감사 또는 감사위원(사내이사, 사외이사 포함)을 선임할 때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의 합산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규정이다. 기존에도 이 조항은 있었지만 적용 대상이 '감사위원 중 1명'에 한정돼 나머지 감사위원은 최대 주주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으로 적용 대상이 '감사위원 전원'으로 확대되면서 최대 주주는 아무리 많은 지분을 보유해도 감사위원 선임에 사실상 손을 쓸 수 없게 됐다. 4% 이상 지분을 가진 외부인은 자기 사람을 감사위원으로 앉히려 할 경우 기업은 이를 막기 어렵다. 감사위원 전원에 대해 최대 주주가 3%만 행사할 수 있어 외부 인사 여러 명이 감사위원회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감사의 독립성을 높이고 최대 주주의 전횡을 견제하기 위한 취지다. 하지만 기술 탈취를 노리는 외국 자본에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입장에선 최대 주주가 아니더라도 4% 이상 지분만 확보하면 '작전세력'을 감사위원으로 넣을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물론 의결권 100% 행사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고, 더 많은 지분을 보유한 다른 주주와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 그러나 만에 하나 중국 측 인사가 감사로 선임된다면 기술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감사위원은 내부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위치이기 때문에 예전보다 외부 세력이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넓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이로써 중국이 우리 기업 내부로 진입할 수 있는 경로는 전보다 분명히 넓어진 셈이다.


손승우 법무법인 율촌 지식재산권·기술 고문은 "3% 룰로 인해 재계가 가장 우려하고 있는 부분이 '경영권 방어'"라며 "(그 속에는) 경영권을 지키지 못하는 극한의 상황에 이르렀을 때 발생될 수 있는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들은 전 세계적으로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어, 국내 진입도 더 민감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중국 투자자(법인 포함)가 보유한 국내 상장주식은 16조7450억 원으로, 전년보다 19.1% 늘었다. 다국적 컨소시엄, 사모펀드, 싱가포르·동남아 자회사를 앞세운 우회 투자도 많아 실제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지분을 다수 확보해서 최대 주주가 된 뒤 핵심 기술의 설계자료, 도면 등을 빼가는 중국의 패턴은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도 진행형"이라며 "상법 개정 후에 이런 행태가 심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술사냥' 나선 中기업들에 통로 넓혀준 '3%룰'

쌍용차·메그나칩 사태 재현 우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상법 개정이 2005년 '쌍용자동차 기술유출 사건'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쌍용차는 2005년 1월 회사의 최대주주가 된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에 인수됐다가 2009년 1월 상하이차가 경영에서 손을 떼면서 다시 독립했다. 이 과정에서 쌍용차의 최신 기술인 하이브리드차 중앙통제장치(HCU)의 소스코드가 상하이차로 유출된 사실이 적발됐다.


2021년 매그나칩 반도체 사례도 회자된다. 시스템 반도체 기업인 매그나칩은 당시 중국계 사모펀드인 '와이즈로드캐피털'에 주식 전량을 1조5800억원에 매각하기로 하고 관련 인수 작업을 벌였지만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가 이를 승인하지 않으면서 불발됐다. 매그나칩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돼 있어 CFIUS 심사를 받아야 했다.


"경영권 방어 수단 절실"

기술유출 등 불순한 의도로 우리 기업에 파고드는 중국 세력들을 막기 위한 법적 장치들이 없지는 않다. 우리 상법은 기업들이 정관에 감사위원의 자격 제한을 명확하게 적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우리 정부가 운영하는 '외국인투자심의제도'도 있다. 하지만 중국의 고단수 수법은 이미 이를 뛰어넘어 현장에선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란 평가가 많다. 중국은 우리 법의 빈틈을 주목해 투자자 정보를 확인할 길이 없는 사모펀드, 다른 나라의 관계사 등을 앞세워 우리 기업들의 지분을 사고 있어 배후 여부도 파악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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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경영권을 방어할 최소한의 수단을 보장받길 원한다. 그간 논의가 보류됐던 차등의결권, 포이즌필(독약조항), 황금주 등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차등의결권은 창업주나 경영진이 보유한 주식에 일반 주식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해 경영권을 보호하는 제도다. 포이즌필은 적대적 M&A나 경영권 침해 시도가 발생하면 기존 주주에게 시세보다 훨씬 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수 있도록 권리를 미리 부여하는 것이다. 황금주는 보유한 주식의 금액이나 수량에 상관없이 주주총회에서 의결된 중요 사항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특별 주식을 말한다. 재계는 해외 선진국들이 이 세 가지를 적절히 시행하고 있는 반면, 우린 없다는 사실도 강조하고 있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선 부작용도 적지 않아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많다. 논의 과정에서 다소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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