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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정한 기원 대표 "위스키 생산 최적의 기후…바로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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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남양주서 시작…韓 최초의 싱글몰트 위스키 증류소
시그니처 3종, 세계 3대 주류품평회 휩쓸며 세계시장에 각인
"한국다움 담은 한국적인 위스키로 승부할 것"

도정한 기원 대표 "위스키 생산 최적의 기후…바로 한국" 도정한 기원 위스키 증류소 대표가 '기원(KI ONE)'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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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다 위스키 만들기 좋은 나라는 전 세계에 없을 겁니다."


한국 최초의 싱글몰트 위스키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기원(KI ONE)'이 최근 세계 3대 주류품평회에서 잇따라 수상하며 브랜드의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기원의 선전 배경으로 '한국 기후의 힘'을 꼽은 도정한 기원 위스키 증류소(Ki One Whisky Distillery) 대표는 연교차 50도(℃)가 넘는 혹독한 기후를 바탕으로 매콤한 한국적 풍미를 더한 독특한 위스키를 앞세워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까지 사로잡겠다는 계획이다.

'위스키 불모지'에서 한국산 위스키의 기원이 되다
도정한 기원 대표 "위스키 생산 최적의 기후…바로 한국"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에 자리 잡은 '기원 위스키 증류소' 전경.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대학교(UCLA)에서 정치학을 공부한 도 대표는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을 거쳐 2014년 국내 수제맥주 브랜드 '핸드 앤 몰트'를 창업하며 주류업계에 발을 들인 인물이다. 이후 오비맥주의 모기업이자 세계 최대 맥주 회사인 AB인베브에 2018년 양조장을 매각하고, 다음 프로젝트로 삼은 것이 바로 위스키다.


그의 시선이 맥주에서 위스키로 옮겨간 데는 '한국산 위스키의 부재'가 있다. 국내 주류시장의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한국산 위스키가 없다는 사실은 도 대표 자신을 비롯해 주변 외국인들에게 놀랍고 의아한 일이었는데, 그는 이러한 국산 위스키의 부재를 오히려 기회로 받아들였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도전 의식이 그를 자극했고, 국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그를 꿈꾸게 했다.


그렇게 한국에서 직접 만든 위스키를 목표로 2020년 경기도 남양주에 국내 최초의 크래프트 싱글몰트(단일 증류소에서 몰트 단일 원료로 만든 위스키) 증류소인 기원 위스키 증류소의 문을 열었다. 기원이라는 이름에는 한국 위스키의 '시작'과 '뿌리', 그리고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하길 염원하는 '바람'을 모두 담았다.

연교차 50℃ 혹독한 기후…韓 최고 위스키 생산지로 이끌 '힘'
도정한 기원 대표 "위스키 생산 최적의 기후…바로 한국" '기원 위스키 증류소'의 증류기.

도 대표가 '한국산 위스키의 기원'이라는 당찬 목표를 내걸고 위스키 생산에 뛰어들 수 있던 배경에는 우리나라가 가진 '기후의 힘'이 있다. 그가 말하는 기후의 힘은 30도(℃)를 가뿐히 넘는 무더운 여름과 영하 20℃까지 내려가 뼈가 시리게 아린 겨울이 만들어내는 극단적인 연교차에 있다. 이러한 극단적인 기후는 사람에게는 고통을 안겨주지만 위스키 숙성에는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한다.


위스키는 일반적으로 원액을 오크 캐스크(참나무 목통)에 담아 숙성하는데, 여름에는 오크통이 팽창하면서 위스키 원액을 빨아들여 머금고, 겨울에는 수축하면서 머금었던 원액을 다시 뱉어낸다. 이렇게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면서 오크통의 캐릭터가 위스키에 녹아드는데, 일반적으로 오랜 시간 숙성할수록 깊은 풍미와 부드러운 질감 등을 갖게 한다. 극단적인 한국의 기후는 이러한 숙성 과정을 가속해 숙성을 촉진하고, 이 과정에서 고유의 향과 맛을 구축하도록 돕는다.


기원의 증류를 책임지고 있는 스코틀랜드 출신 마스터 디스틸러 앤드류 샌드(Andrew Shand)는 "스코틀랜드는 연중 서늘한 기후로 오크통이 대부분 수축 상태로, 카발란으로 유명한 대만은 더워서 팽창 상태를 유지하지만 한국은 특유의 기후로 인해 빠르면서도 맛있게 위스키가 숙성된다"며 "남양주에서 1년 숙성은 스코틀랜드의 3~5년 숙성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코틀랜드와 미국, 일본 등 다양한 나라에서 술을 만들어봤지만 한국은 위스키를 만들기 너무나 좋은 나라"라고 평가했다.


도정한 기원 대표 "위스키 생산 최적의 기후…바로 한국"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에 자리 잡은 '기원 위스키 증류소' 전경.
시그니처 라인 3종, 국제주류품평회서 전 종목 수상

기원은 지난해 11월 증류소의 첫 번째 정규 제품군이라고 할 수 있는 시그니처 라인 3종(호랑이·독수리·유니콘)을 선보였다. 시그니처 라인은 재미교포 출신의 대표와 스코틀랜드에서 온 마스터 디스틸러 그리고 한국인 직원들까지 각기 다른 세 개의 사회에서 살던 사람들이 하나의 뜻을 가지고 힘을 모아 만든 위스키라는 의미를 담은 제품으로, 각 국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동물로 이름을 지었다. 도 대표는 "한국의 위스키가 어떤 맛을 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며 "시그니처 라인 출시에 앞서 다양한 스타일의 '배치(Batch)' 시리즈 6종을 선보이며 일종의 실험을 거쳤고, 이를 통해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과 선호 등을 반영해 완성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도정한 기원 대표 "위스키 생산 최적의 기후…바로 한국" 기원 위스키 증류소의 시그니처 라인 3종.

이 가운데 한국을 상징하는 '기원 호랑이(Ki One Tiger)'는 한국의 위스키 애호가들 사이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은 셰리 와인 캐스크에 숙성해 완성한 제품으로 풍성한 달콤함과 과실의 풍부한 향과 풍미가 특징이다. 도 대표는 "2024년 '샌프란시스코 세계 주류 품평회(SFWSC)'에서 '더블 골드'를 수상했던 제품인 '기원 배치 3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를 모티브로 블렌딩해 만든 위스키"라며 "위스키를 처음 즐기는 소비자와 애호가 모두 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는 대중적인 매력이 있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시그니처 3종은 지난 5월 'SFWSC'와 함께 세계 3대 주류품평회로 꼽히는 '인터내셔널 스피릿 챌린지(ISC)', '국제 와인&스피릿 대회(IWSC)'에서 모두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특히 '기원 유니콘'은 SFWSC에서 심사위원 전원 만장일치로 골드 평가를 받아야만 주어지는 더블 골드를 수상했고, 5년 미만 싱글몰트 위스키 증류소 중에는 최초로 IWSC에서 98점을 받았다. 도 대표는 "이번 수상을 통해 기원이 단순히 한국 최초 위스키란 타이틀을 넘어 세계 품평회가 인정한 품질을 갖췄음을 증명한 것"이라며 "이는 한국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싱글몰트 위스키를 생산하고, 일상적으로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열렸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도정한 기원 대표 "위스키 생산 최적의 기후…바로 한국" 기원 위스키 증류소의 '기원 호랑이(Ki One Tiger)'.
"한국다움 살린 한국적 위스키 만들 것…종량세 전환은 과제"

도 대표는 앞으로 스카치 위스키나 일본 위스키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다움을 앞세운 한국적인 위스키로 글로벌 무대에서 입지를 다지겠다는 각오다. 그는 한국적인 위스키의 캐릭터로 스파이시함에 주목했다. 도 대표는 "일반 증류소보다 2~3배 긴 120~150시간 발효를 통해 화사한 느낌을 더했고, 고추장에서 영감을 받은 달큰한 스파이스를 위스키의 끝맛에 남겨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발효 과정에서는 효모가 곡물에서 나온 당을 알코올로 변환하는데, 이 과정에서 에스터라고 불리는 화합물이 생성되고, 이 에스터가 위스키의 과일 향과 단맛을 결정한다.


한국적인 위스키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올해 안에 홍고추를 활용한 위스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도 대표는 "오크통에 홍고추와 뜨거운 물을 넣어 불리는 방식으로 캐스크에 매운맛을 입혔고, 여기에 위스키를 넣어 3년 동안 숙성했다"며 "홍고추의 매운맛이 기분 좋게 목을 타고 내려가는 위스키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밖에도 '일엽편주'와 청주, '보해'와 복분자 오크통 배럴을 교류하는 등 전통주 업체들과도 다양한 교류를 하고 있다"며 "다양한 국산 재료와 제조법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한국 위스키의 확장을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도정한 기원 대표 "위스키 생산 최적의 기후…바로 한국" 도정한 기원 위스키 증류소 대표.

다만 우리 주세법 체계에 대해선 아쉬움을 드러냈다. 현행 주세법은 위스키·소주 등 증류주의 출고가에 72%의 세율을 적용하는 종가세를 적용하고 있다. 이는 가격이 높은 술일수록 높은 세금이 붙게 되는 과세 체계로 국내 위스키 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원인으로 지적받고 있다. 도 대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을 포함한 소수의 국가에서만 종가세를 채택하고 있고, 대부분의 국가는 알코올의 사회적 책임을 고려한 종량세를 채택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우리 국민들은 해외 직구나 해외여행 간 주류 구매로 눈을 돌리고 있고, 이는 내수 시장의 주류 소비 감소와 외화 유출로 이어지고 있다"며 종가세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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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종가세 체계가 유지된다는 전제하에서는 국산 주류와 수입 주류의 과세표준의 차이를 좁히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입 주류의 경우 통관 시점이 과세표준이기에 수입사의 판관비 등에 대해선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반면 국내 제조사는 제조장 출고 시 세금이 부과되기에 판관비에도 세금이 붙어 같은 세율임에도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게 되는 게 현실"이라며 "지난해 국세청의 기준판매비율로 그 간극을 줄이고자 했으나 여전히 그 격차를 줄이기에는 부족한 부분이기 때문에 국산 주류가 수입 주류와의 경쟁에서 같은 선상에서 경쟁하기 위해선 종가세 체계 내에선 기준판매비율을 높이거나 종량세 시행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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