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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MP 칼럼]미·중 '편의적 경쟁 관계' 구축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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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MAGA·시진핑 중화부흥
민족주의 국가 비전 유사해
협력 기반 '좁은 길' 가능성도

미·중 관계 악화는 흔히 양국의 상이한 정치·경제 체제 때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유하는 전략적 목표의 공통점에 주목한다면 관계 개선을 위한 새로운 길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 길은 지정학적 사안에 있어서는 비교적 넓고 복합적인 반면 통상·경제 문제에 있어서는 그 폭이 훨씬 좁다.


양국 정상은 과거에 대한 향수가 섞인 민족주의를 바탕으로 각자의 국가 비전을 그려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징적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MAGA)'는 시 주석이 추구하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국가적 꿈과 매우 유사하다.


이들의 외교 정책은 모두 지정학적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을 통해 중국을 세계 공급망의 중심으로 끌어올리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 파나마 운하, 그린란드 등을 미국 영향권에 포함하려는 외교적 시도를 통해 지리적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한다.


양국 정상은 자국이 다른 역할을 수행하는 새로운 세계 질서를 추구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전통적으로 맡아온 '글로벌 공공재 제공자'로서의 책임을 내려놓고 자국 이해관계에 더욱 집중하는 방향으로 기조를 전환하고자 한다. 반면 시 주석은 중국이 부상할 수 있었던 '규칙 기반의 세계 경제 시스템'을 유지하면서도 그 시스템의 운영 과정에서 더 큰 발언권을 확보하고자 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모두 제조업과 기술 자립을 국가 경제력의 근간으로 보고 있으며 무역은 그 과정에서 핵심적인 수단으로 여긴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1월 재임한 이후 무역 갈등은 다시 심화했다. 그 결과 양국 모두가 손해를 보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양국 정상이 공유하는 전략 목표의 공통분모에 주목한다면 불안정한 경쟁 상태를 벗어나 더욱 안정된 공존의 조건을 모색할 수 있다.


지정학적 측면에서는 양국의 지역적 우선순위가 다르다는 점이 긴장 완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영토적 관심은 주로 북미 지역에 집중돼 있어 중국이 아시아에서 더욱 넓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세계에서 수행해 온 전통적 역할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경우 중국이 국제 체제에서 더 큰 역할을 하겠다는 야망도 덜 논쟁적인 이슈로 여겨질 수 있다.


더욱 시급한 미·중 무역 협상 교착 상태와 관련해서는 최근 런던 협상을 통해 양국이 한 달 전 수준으로 관계를 되돌렸기를 바란다. 현재 미국은 대중 관세율 55%를 유지하되 최근 부과한 일부 기술 수출 제한 조치를 완화할 계획이다. 이는 중국이 미국에 대한 희토류 수출 규제를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흐름과 맞물린다.


핵심 쟁점은 중국이 요구하는 관세 인하와 서방 기술에 대한 접근 확대를 어느 수준까지 수용하면서도 미국이 원하는 무역적자 축소 및 중국산 희토류에 대한 안정적인 접근권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느냐다.


경제적 긴장과 관련해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시도는 사실 시작조차 쉽지 않은 일이다. 이는 트럼프 1기 시절 체결된 '미·중 1단계 무역 합의'가 실패로 끝났다는 사실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간단히 말하자면 미국이 중국의 첨단 기술 및 군사 관련 제품 접근을 막는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구매할 수 있는 미국산 제품 종류와 양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광범위한 제조제품에 상응할 만큼 미국 제품 수입을 늘리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앞서 중국은 1기 때 미·중 무역전쟁 타협안으로 일부 양보를 조건으로 미국산 관세를 소폭 인하 받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중국은 무엇보다 미국산 첨단 기술 제품, 특히 최첨단 반도체에 대한 접근 제한을 완화할 것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파괴적인 경쟁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협력을 기반으로 한 '좁은 길'도 존재한다. 이 길로 나아가려면 중국은 '미국의 승리'로 포장할 수 있는 '빅딜'에 집착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전략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는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협력보다는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선호하는 안보 중심 참모들과 의회 지도자들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이런 내부 압력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제조업과 일자리 창출'에 대한 집착을 겨냥한 패키지를 제시하면서도 최소한 무역 불균형이 개선되는 듯한 외형적 효과까지 담보해야 한다.


역설적으로 현재 진행형인 틱톡 구조조정 논의가 이런 해법을 제시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의 유용성을 알게 된 후 미국 기업이 보안 문제를 관리한다는 조건으로 중국 자본의 지속적 투자를 허용하는 타협안에 열린 태도를 갖게 됐다. 비슷하게 합작 투자(JV) 방식은 미국 내 중국 투자를 확대할 기반이 될 수 있으며 제조업 증가와 기술 이전,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잠재력도 있다.


현실적으로 가능성 있는 분야는 친환경 기술·전기차·배터리 분야다. 이는 중국은 강점이 있고 미국은 뒤처진 영역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따라서 베이징이 이런 합작 투자가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며 그가 바라는 '큰 성과'를 안겨줄 수 있다는 점을 워싱턴에 설득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SCMP 칼럼]미·중 '편의적 경쟁 관계' 구축 가능할까 유콘 황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 연구원. 카네기국제평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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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콘 황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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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칼럼 Can the US and China forge a rivalry of convenience?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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