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당선 전 22년 동안 다바오 시장 역임
부시장인 아들이 시장직 대행할 것으로 보여
대량 학살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 시설에 구금돼있는 로드리고 두테르테(사진) 필리핀 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실시된 필리핀 중간선거에서 다바오시 시장으로 선출됐다. 이날 AP 통신 등 외신은 선거 감시단체의 비공식 집계 결과,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다바오 시장 선거에서 50만표 이상을 득표하며 2위 후보보다 약 8배나 많은 표를 얻어 '옥중 승리'를 했다. 현 다바오 시장이자 이번에는 부시장에 출마한 아들 세바스티안이 옥중에 있는 아버지 대신 시장직을 대행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마약과의 전쟁'을 내세워 수천 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체포돼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ICC로 이송됐다. 필리핀 민다나오섬 남동부에 있는 다바오시는 필리핀 제2의 도시이자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전 22년 동안 다바오시 시장직을 역임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여전히 두테르테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확고하며, 지지자들이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수감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의 정치적 박해 때문으로 여기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번 다바오시 선거에서 두테르테 부자가 당선되는 등 두테르테 가문의 정치적 영향력이 확인되면서 필리핀 정치 지형이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이 가운데, 투표 하루 뒤 개표가 80%까지 진행된 13일 기준 개표 상황도 두테르테 가문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 측은 당초 기대치보다 많은 최소 5석까지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두테르테 진영이 상원에서 선전함에 따라 지난 2월 탄핵당해 최종 심판을 앞둔 딸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의 정치적 부활 가능성도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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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테르테 부통령은 지난 2월 예산 유용 의혹, 마르코스 대통령 부부 등을 암살하도록 자신의 경호원에게 지시했다는 발언 등으로 하원에서 탄핵당했다. 하지만 이번에 뽑힌 상원 12석과 기존 12석을 합해 총 24석 중 9석 이상을 두테르테 진영이 확보할 경우 파면 여부를 결정하는 상원에서 탄핵을 부결시킬 수 있다. 다만 필리핀의 정당 간 노선 차이가 명확하지 않고 이합집산이 극심한 점을 고려하면 오는 7월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두테르테 부통령 탄핵 결정 결과는 여전히 확실하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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