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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순경]"가문의 경찰 DNA에 부끄럽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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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서울 혜화서 대학로파출소 나선영 순경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경찰 가문

편집자주Z세대가 온다. 20·30 신입들이 조직 문화의 미래를 결정하는 시대다. 경찰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경찰에는 형사, 수사, 경비, 정보, 교통, 경무, 홍보, 청문, 여성·청소년 등 다양한 부서가 있다. 시도청, 경찰서, 기동대, 지구대·파출소 등 근무환경이 다르고, 지역마다 하는 일은 천차만별이다. 막내 경찰관의 시선에서 자신의 부서를 소개하고, 그들이 생각하는 일과 삶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자랑스러운 딸이자 손녀, 자랑스러운 후배가 되자."


서울 혜화경찰서 대학로파출소에서 만난 나선영 순경(30)은 출근할 때마다 이 말을 되새긴다. 나 순경은 "경찰 제복은 아무나 입을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제복을 입는 순간부터 사소한 말과 행동 하나에도 조직과 국민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매번 다짐한다"고 말했다.

[MZ순경]"가문의 경찰 DNA에 부끄럽지 않게" 나선영 순경이 7일 서울 종로구 혜화경찰서대학로파출소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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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경찰인 나 순경의 삶에서 경찰은 단순한 직업이 아니다. 나 순경의 할아버지는 1963년부터 30년간 경찰로 근무했으며, 아버지는 1989년 입직해 현재 대구 수성경찰서 소속 지구대장으로 재직 중이다. 작은아버지를 비롯한 친척들까지 대부분 경찰로, 명절이면 자연스럽게 경찰 이야기가 오간다. 지난해 11월에는 나 순경이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근무하던 남편과 결혼해 경찰 식구가 한 명 더 늘었다.


온 가족이 경찰인 가정환경에서 경찰에 대한 애정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할아버지는 나 순경이 어릴 적부터 '경찰이 없으면 국민들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는 말을 자주 했고, 아버지는 '나를 욕하는 건 참을 수 있어도 경찰을 욕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고 할 정도로 자부심이 강했다고 한다.


나 순경은 경찰이 되기 전에는 아버지의 경찰 자부심이 과도하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그는 "항상 개인보다 경찰 조직을 생각한다는 아버지를 보며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정도로 엄격하다고 생각했다"면서도 "막상 경찰이 되고 야간에 폭력 사건 등 위험한 순간을 자주 접하다 보니 아버지의 심정을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나의 사명감은 아버지로부터 왔다"
[MZ순경]"가문의 경찰 DNA에 부끄럽지 않게" 나선영 순경이 7일 서울 종로구 혜화경찰서대학로파출소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강진형 기자

나 순경에게 아버지는 부모를 넘어 든든한 선배이자 조언자다. 나 순경은 "경찰 생활을 하면서 아버지가 말한 사명감과 책임감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며 "'항상 조직의 명예를 훼손할 일을 만들어선 안 된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랐는데 실제로 경찰이 돼 보니 제복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고 했다.


아버지로부터 꾸중을 들을 때도 있다. 2023년 가을 화재 현장에서 나 순경은 의욕이 앞선 나머지 화재가 진압되자마자 무작정 건물에 진입한 적이 있다. 나 순경은 "당시 장비를 착용하기도 전에 현장을 살펴야 한다는 생각으로 진입하려 했다가 선배들이 말렸던 경험이 있다"며 "아버지가 이를 듣고 '경찰이 다치면 그 누구도 지키지 못한다'며 혼을 냈는데, 그 뒤로부터 어떤 상황에서도 경찰인 내가 다쳐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지낸다"고 했다.


제복의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 나 순경은 경찰 정신뿐 아니라 체력 관리에도 열정을 쏟는다. 나 순경은 쉬는 날이나 퇴근 이후 항상 5㎞ 달리기를 하며 체력을 다지고 있다. 그는 "아버지는 '체력이 부족하면 시민을 지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며 "이 말을 듣고 체력이 부족한 경찰이 되지 않기 위해 달리기부터 수영 등 다양한 운동을 주기적으로 한다"고 했다.

[MZ순경]"가문의 경찰 DNA에 부끄럽지 않게" 나선영 순경이 7일 서울 종로구 혜화경찰서대학로파출소에서 관내도를 보며 주요 순찰 지역을 파악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이런 게 경찰 DNA"

가족에게 물려받은 사명감은 퇴근 후에도 이어진다. 나 순경은 평소에도 주변 곳곳에서 위험 상황을 살피는 습관이 있다. 지난해 겨울에는 퇴근하고 남편과 식사하러 가던 도중 피를 흘리는 시민을 발견했다. 당시 나 순경은 망설임 없이 현장을 정리하고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부상자의 지혈을 도왔다. 나 순경은 "위험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저절로 몸이 반응했고 그 결과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가문의 DNA'는 사건을 처리할 때도 빛을 발한다. 지난해 말 나 순경은 알 수 없는 곳에 감금된 여성을 찾아내 구출한 적이 있다. 당시 나 순경이 위치 추적을 시도했지만, 해당 지역이 다세대 주택 밀집 지역이라 주소지를 특정할 수 없었다. 이때 나 순경은 피해 여성에게 전화를 걸어 창문 밖에 보이는 차량 번호를 확인한 뒤 곧바로 위치를 특정해 여성을 찾아냈다.


경찰로서 뿌듯함을 느낄 때가 많지만 힘든 순간도 있다. 나 순경은 "파출소 근무를 하다 보면 야간 순찰 중에 주취자를 많이 보게 된다"며 "이때 경찰에게 비협조적이고 욕설을 퍼붓는 시민들도 종종 있어 마음이 안 좋다"고 했다. 그는 "이때마다 아버지의 '시민들에게 감정을 담지 마라'고 한 말을 떠올리면 순간 욱하는 마음이 가라앉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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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순경]"가문의 경찰 DNA에 부끄럽지 않게" 나선영 순경이 7일 서울 종로구 혜화경찰서대학로파출소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강진형 기자
"3대를 넘어 4대째 경찰을 위해"

나 순경은 다시 태어나도 경찰이 될 거라고 말했다. 나 순경은 "경찰로 생활하면서 시민들이 감사의 인사를 전할 때만큼 행복할 때가 없다"며 "과거 막연했던 경찰에 대한 사명감은 경찰이 되면서 더 뚜렷해졌다"고 했다. 나 순경은 "남편도 나도 아이를 갖게 되면 한 명은 대를 이어 경찰이 되기를 바란다"며 "자연스럽게 몸에 밴 경찰 DNA가 오늘의 나를 만들었고 그 DNA가 계속 이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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