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당국이 바닷길을 이용한 마약밀수 차단을 위해 칼을 꺼내 든다. 최근 적발한 해상 마약밀수 중량은 전체 마약밀수 적발 중량의 절반을 넘어설 만큼 덩치가 커졌다. 이에 관세당국은 한국이 대규모 해상 마약밀수 경로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해상 단속망을 전면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8일 관세청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4월까지 선박 및 해상화물을 이용한 마약밀수는 총 20건이 적발됐다. 적발된 마약류의 중량은 3t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 관세청이 적발한 전체 마약밀수 중 건수로는 0.5%, 중량으로는 53.6% 비중에 해당한다. 적발건수는 적지만 중량으로는 전체 적발한 마약류의 절반 이상이 해상에서 적발된 셈이다.
시기별로는 2021년 부산항에 반입된 멕시코발 해상화물에서 메트암페타민 402.8㎏, 페루발 해상화물에서 코카인 400㎏이 적발된 데 이어 2024년에는 울산 온산항에 입항한 캐나다발 선박 하부에서 코카인 28.4㎏, 부산항에 입항한 미국발 해상화물에서 코카인 33.2㎏이 적발된 것이 대표적이다.
올해는 지난달 강릉 옥계항에 입항한 멕시코발 선박 내부에서 코카인 2t(시가 1조원 상당)이 적발되기도 했다. 당시 적발한 코카인은 670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국내에서 적발한 단일 마약 밀수사건 중 역대 최대 규모로 꼽힌다.
관세청은 해상을 통한 마약밀수가 건당 중량이 최대 t 단위에 이르는 만큼 단 1건의 마약밀수도 놓치지 않게 단속을 한층 더 강화할 방침이다.
전날 관세청은 이러한 취지로 '2025년 제4차 마약밀수 특별대책 추진단 회의'를 열어 선박 및 해상화물을 이용한 마약밀수 대응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이명구 관세청 차장 주재로 열린 이날 회의에서는 우범국을 출발 또는 경유한 이력이 있는 선박의 경우 선별검사와 집중검사를 강화하는 내용이 주로 다뤄졌다.
회의 결과에 따라 관세청은 선박 하부를 원격으로 검색할 수 있는 '수중 비디오 촬영 장치(ROV)', 마약에 부착된 GPS 신호를 탐지할 수 있는 'GPS 탐지기' 등 첨단 검색 장비를 도입하고 주요 항만세관에 마약 탐지견을 추가로 배치하는 등 해상에서의 마약 단속 인프라 확충에 나설 계획이다.
또 부산·인천·평택 등 주요 항만세관에 해상화물 마약 특별 검사팀을 편성·운영해 우범국 화물의 집중검사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 마약 은닉 여부를 판독하는 데 효과적인 후방 산란방식 기능이 추가된 신형 컨테이너 검색기도 부산항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한다. 산란방식 기능은 검사대상과 충돌해 산란한 X-선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 마약 등 밀도가 낮은 유기물 탐지에 용이하다.
이외에도 관세청은 동남아·중남미 주요 마약 출발국 세관 등과의 공조를 강화해 해상 마약밀수 우범 정보 입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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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구 관세청 차장은 "해상을 통해 대규모 마약이 국내로 반입되면 우리 사회와 국민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관세청은 해상 마약밀수 시도가 단 1건도 성공하지 못하도록 단속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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