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생사의 갈림길 선 소상공인들의 비명](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5050707310546245_1746570664.jpg)
"그렇다고 과제 목록에 안 넣을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라도 하소연해 봐야죠."
지난달 29일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가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개최한 정책과제 발표 현장에서 소공연의 한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이같이 '넋두리'했다. 소공연은 최우선 정책과제로 최저임금제 개편을 내세웠는데, 이게 현실성이 있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숨이 뒤섞인 어조로 이런 답을 내놓은 것이다.
최저임금 문제와 관련해 소공연 내부에선 최근까지 약간의 기대감도 엿보였다.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이른바 '중도 보수론'을 앞세워 시장에 어필하는 모습에 다소간 고무된 인상이었다. 정책과제를 발표하기 얼마 전, 송치영 소공연 회장과 이 후보의 만남에 관심이 쏠렸던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았다.
송 회장은 당시 만남에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최저임금제 개편을 핵심으로 하는 정책건의를 이 후보에게 했다. 그러나 이 만남 이후 직간접적으로 확인된 이 후보의 입장은 '최저임금제와 관련해 후퇴는 없다'는 것이었다.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 또한 비슷한 입장이어서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든 상황의 반전은 난망하다는 인식이 이후로 소상공업계 안팎에서 높아졌다. 정책과제 발표 현장에서 감지된 좌절감과 허탈감은 이런 분위기의 연장이었다.
최저임금제 개편과 함께 소공연이 강하게 요구하는 '긴급 소상공인 지원금 지급' 방안 또한 예산안 문제 등 국회 안팎의 정치적·정책적 환경 탓에 논의의 우선순위에 오르긴 어려워 보인다. 정책과제 전반의 실현 가능성을 둘러싼 기자들의 질문에 "그만큼 저희가 절실하다는 의미로 봐달라" "아무리 어려워도 계속 주장하고 호소하고 설득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대답만 거듭하는 모습은 소상공인들이 처한 현실과 무력감을 대변하는 듯했다.
불확실성으로 점철된 대내외 경제환경과 계엄 및 탄핵 정국이 빚어낸 소비심리의 위축은 우리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인 소상공인들을 회복 불가능한 지경으로 몰아넣고 있다. 특히 최저임금 제도의 경우 고용주와 근로자 모두의 일자리를 앗아가거나 위축시키는 역효과를 내고 있지만 협소해질 대로 협소해진 정치의 테이블은 논의의 기회조차 허용하질 않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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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에게 정책과제의 현실성을 따지는 일은 사치였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들이 내세우는 정책과제는 정책과제이기 이전에, 낭떠러지 앞에서 내지르는 비명으로 들어야 한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은 연일 근사한 공약을 쏟아내지만 민생을 일으켜달라는 소상공인 등 서민들의 외침에 대해선 여전히 원론적이거나 공허한 이야기만이 맴돈다. 대다수 소상공인에게 이번 대선은 이념과 가치가 아닌 생사의 문제가 돼버렸다. 누가, 무어라고 이들에게 답하겠는가.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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