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그곳에 있어야 찍을 수 있는 것,
그곳은 과거와 관계와 태도를 포함한다.
사진을 한다는 이유로 가끔 사진에 대해 난감한 질문을 받기도 하는데, "이 사진 직접 찍었느냐"와 "이 사진 어떻게 찍었느냐"는 것이 대표적이다. 직접 찍었는가 하는 질문은 무시하면 되고, 어떻게 찍었느냐는 질문은 무엇을 묻는지 알기 어렵다. 기법을 묻는 것인지 사연을 묻는 것인지, 사진이 좋다는 것인지, 이상하다는 것인지, 어설피 대답했다가는 질문의 지옥문이 열릴 수 있다. 내가 답할 수 있는 것은 "그곳에 가 있었기 때문이다"는 사실 뿐이다.
![[언스타그램]사진이 찍힌 '그곳'의 의미](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5050612324945835_1746502369.jpg)
지금은 굳이 그곳에 가지 않아도 사진을 흉내 낸 것들을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지만, 아직 겨우 통용되는 사진이라는 엄밀한 조건은 '그곳에 있지 않으면 어떤 사소한 사실도 사진으로 남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곳은 반드시 장소만을 말하지는 않는다. 때로 그곳은 특정인이나 장소에 닿을 수 있는 자격과 지위를 말하기도 한다. 지위는 사회적 위치가 아니라 지난 시간과 관계에서 갖추어진 친밀하고 자연스러운 여건 같은 것들이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남다른 모습들을 담은 사진들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친밀하고 격의 없는 지도자상을 부러워했다. 전속 사진가 피트 수자(Souza)가 찍은 사진들 속에는 통상 권력자 주변에서 만들어지는 장면들과 달리 소박하고 인간적이며 격의 없고 재미있는 순간들이 많았다. 어떤 말보다 시각적으로 자연스럽고 능숙해 보이는 인간관계의 태도가 드러났다.
대통령의 지근거리에 다가설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사진가가 그곳에 가 있다고 늘 그런 인간적이고 자연스러운 모습들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바마는 자신의 친구이기도 한 사진가의 제한 없는 접근을 허용하고 그런 모습들이 대중에 공개되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했다. 그것은 사진가의 능력이기도 하지만 대상인 인물의 자세와 공감도 중요한 일이다. 사진가에게 그곳은 대통령의 옆이라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대통령과의 신뢰와 애정의 관계가 더 큰 그곳이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권력자와 유명인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보아왔고, 우리 앞에 권력자가 되겠다는 사람들의 사진이 계속 쏟아져 나올 것이다. 선거철 후보들은 시장에서 상인들과 포옹하고 사람들 앞에서 하트를 만들어 보일 것이다. 그러나 교감은 없고 행위만 드러나는 사진으로는 보여줄 수 있는 것의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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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사람의 표현법과 다가가는 자세도 중요하지만, 그것은 관계와 태도가 갖추어진 이후의 일이다. 사진 찍는 사람들이나 사진에 나오는 사람들 모두 과거라는 먼 길을 걸어 그곳까지 갔다는 것은 분명하다. 사진은 그곳에 없었던 사람들에게 전해질 것이고, 그 위로 새로운 말들이 쌓일 것이다.
허영한 기자 youngh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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