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韓 내수 성장기여도, 주요국 최하위…올해 수출 버팀목도 위태

반면 순수출 기여도는 1.9%P 주요국 1위
작년 성장률, 부진한 내수를 수출이 만회하며 견인
올해 내수 회복 지연+관세폭탄發 수출 타격
잇따른 성장률 하향 조정…IMF 1.0%로 낮춰

지난해 우리나라 내수의 경제 성장 기여도가 전 세계 주요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내수 회복 지연 속 미국발 관세 충격에 따른 수출 부진 역시 예고돼 있어 올해 경제 성장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작년 韓 내수 성장 기여도, 10개국 중 꼴찌…수출이 만회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0.1%포인트로 나타났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는 2.0%로, 이 중 내수가 성장률을 높이는 데 0.1%포인트 기여했다는 얘기다. 지난해 1분기 0.5%포인트였던 내수 기여도는 2분기 -0.1%포인트로 줄었다. 3분기 다시 0.8%포인트로 뛰었으나 4분기 비상계엄 사태로 경제 심리가 얼어붙으며 -0.2%포인트로 주저앉았다.

이는 해외 주요국 대비로도 최하위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경제 규모 상위 20개국 중 지난해 연간 성장률과 부문별 지출 기여도가 공개된 10개국의 내수 기여도는 평균 1.6%포인트다. 인도네시아가 5.5%포인트로 가장 높았고, 스페인(2.8%포인트), 영국(2.4%포인트), 스위스(1.7%포인트), 캐나다(1.5%포인트) 등도 1%포인트를 상회했다. 네덜란드(0.8%포인트), 이탈리아(0.4%포인트), 독일(0.3%포인트), 프랑스(0.3%포인트)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 0.1%포인트로 10개국 가운데 꼴찌였다.

반면 지난해 한국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 기여도는 1.9%포인트로 가장 높았다. 수출이 2.9%포인트, 수입이 1.0%포인트로 조사됐다. 10개 주요국 가운데 2위인 프랑스(0.9%포인트)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뒤이은 이탈리아(0.4%포인트), 스페인(0.3%포인트), 네덜란드(0.1%포인트), 캐나다(0.0%포인트) 등과는 격차가 더 컸다. 인도네시아(-0.1%포인트), 스위스(-0.4%포인트), 독일(-0.6%포인트), 영국(-1.3%포인트) 등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성장률은 부진한 내수를 순수출이 만회하며 이끌었던 셈이다.

연합뉴스

올해 내수 회복 지연+관세 폭탄發 '버팀목' 수출도 타격

올해 역시 부진한 내수가 여전히 기지개를 켜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관세 폭탄에 수출 역시 종전만큼 힘을 쓰지 못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인 상황이란 것이다. 무역 협상에서 진전이 있다 해도 직간접적인 타격은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예상이 속속 나오고 있다. 김진욱 씨티 이코노미스트는 '한미 통상 협상의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서 미국과 중국이 서로 100% 넘는 관세를 부과하는 현재 관세 전쟁 국면이 올해 한국 성장률을 약 0.5%포인트 낮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2월 경제전망 당시 올해 성장률을 1.5%로 내다봤으나 다음 경제전망 발표가 있는 5월에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예고한 상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7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관세 정책이 나온 것을 보면 2월 전망 당시 가정한 시나리오는 너무 낙관적"이라고 짚은 바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전날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0%에서 1.0%로 크게 낮춰잡았다.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0%대 성장을 점치는 곳도 늘고 있다.

임 의원은 "위법한 계엄으로 빨라진 내수 경기 악화가 세계적으로도 심각한 수준"이라며 "일시적으로 회복한 수출도 미국 상호관세로 타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불 피해를 복구하고 내수 시장을 회복시키는 데 충분한 수준의 재정 지출 확대로 경기 부양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