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세기 조성된 고대 고분 스물여덟 기
마한 지역사회의 사회·문화적 변화를 보여주는 '영암 시종 고분군'이 국가지정문화유산 사적으로 지정된다. 국가유산청은 한 달간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 여부를 확정한다고 23일 밝혔다.
시종면은 영산강 본류와 삼포강, 남측의 지류를 모두 조망할 수 있는 지역이다. 서해와 내륙 길목에 해당하는 요충지라서 선진 문물을 받아들이는 해양 교통로의 거점이자 내륙으로 확산하는 관문 역할을 했다. 지정학적 이점 덕에 이 지역 마한 세력은 백제, 가야, 중국 등의 영향을 받으며 복합적이고도 독창적인 문화를 창출했다.
대표적인 예가 영암 시종 고분군이다. 5~6세기에 조성된 고대 고분 스물여덟 기로, 영산강 유역 마한 지역사회의 사회·문화적 변화를 축조 기술로 보여준다. 특히 형태가 시대 흐름에 따라 마한 고유의 전통적 옹관묘에서 거대한 방대형 분구의 석곽·석실묘로 발전한다. 점토를 이용해 방사형이나 동심원 형태로 구획하고, 구분된 영역을 성토하는 계획된 방식으로 축조됐다.
이곳에서는 당시 성행했던 양식의 토기와 백제와 관련 있는 금동관 세움 장식, 중국 청자잔, 동남아시아산 유리구슬 등도 출토됐다. 봉분 외곽 장식으로 사용된 원통형 토기와 동물 형상 토제품도 나왔다. 외래 유물을 현지화했다고 추정돼 당시 토착 세력이 여러 주변국과 교류하면서도 독립성과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한 증거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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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청은 "영암 시종 고분군은 마한의 전통적 요소에 바탕을 두고 백제, 가야, 중국, 왜 등의 문화를 더해 현지화한 결과"라며 "역사적으로나 학술적으로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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