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탄핵 등 정치 불안 반영
미·중 무역전쟁도 위협요인으로 꼽아
물가상승률은 1.9%로 둔화 전망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넉 달 전보다 0.5%포인트 낮춘 1.5%로 조정했다. 미국발(發) 글로벌 관세 전쟁 영향과 국내 정치 불안을 한국 경제 성장 저해 요인으로 꼽았다.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ADB는 이날 발표한 '2025년 아시아경제전망'을 통해 한국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5%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직전 전망인 지난해 12월과 비교해 0.5%포인트 하향 조정한 수치다.
ADB의 전망치는 정부(1.8%)나 한국개발연구원(KDI·1.6%),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1.6%)보다는 낮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5%)·한국은행(1.5%)과는 같은 수준이다.
ADB는 미국 상호관세 충격과 정치 불안 등을 성장률 하향 전망의 근거로 꼽았다. ADB는 "대내적으로 고금리, 가계부채, 정치적 불확실성 등에 기인한 민간소비 약화와 건설업 부진, 대외적으로는 미국·중국과의 수출 경쟁 심화, 무역 불확실성 등이 경제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 따른 중국의 34% 보복관세에 미국이 '50%포인트 추가 관세'로 맞대응하는 등 미·중 무역전쟁 수위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성장률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ADB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전후로 이어지는 정치적 혼란이 경제 여건에 미치는 영향도 이번 전망에 처음 반영했다.
ADB는 다만 "대내외적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AI) 관련 반도체 수출 호조·정부지출 증가·정치 안정·확장적 통화정책 등의 효과에 힘입어 올 하반기에는 성장세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성장률은 1.9%로 예측했다.
올해 국내 물가상승률은 국제유가 하락, 식료품·에너지 가격 안정세에 기반해 직전 전망보다 0.1%포인트 낮은 1.9%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물가 상승률로는 1.9%를 제시했다.
ADB는 아시아 지역 전체의 올해 성장률은 4.9%가 될 것으로 봤다. 지난해 12월 전망치보다 0.1%포인트 올려잡은 것이다. 내년엔 4.7% 성장하며 성장세가 다소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미국의 관세 조치에 따른 무역 불확실성 확대와 중국의 부동산 부진 등을 이유로 꼽았다. 다만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수출을 견인하고 물가 안정과 관광 회복이 수요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금 뜨는 뉴스
아시아 지역의 물가 상승률도 올해 2.3%로 제시하며 직전 전망 대비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내년 전망치는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하락, 중국의 저물가 기조 등이 물가 안정에 기여하며 2.2%로 다소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종=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