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로 제재, 월급명세서도 위법
"규모도 큰데…기본적 노무관리 미흡"
세계적인 인기게임인 ‘배틀그라운드’를 앞세워 지난해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긴 게임업체 크래프톤이 직원들에게 임금을 제때 주지 않아 관계 당국으로부터 수차례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월급 내역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서 고용노동부로부터 시정지시를 받기도 했다. 크래프톤과 자회사들이 임금 체불 등으로 인해 고용부로부터 제재를 받은 건 지난 3년 동안 모두 10차례였다.
3일 크래프톤의 202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소프트웨어개발 자회사인 ‘오버데어코리아’는 일부 직원에게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을 주지 않아 지난해 9월 고용부의 지적을 받았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1년 동안 연차휴가를 모두 쓰지 않은 직원은 연차 미사용 수당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 자회사는 직원에게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임금체불이 됐다.
크래프톤 산하 게임개발사 블루홀스튜디오는 지난해 2월 퇴직자 임금 미지급이 문제가 됐다. 회사는 직원이 그만두면 14일 안에 마지막 월급을 비롯해 퇴직금, 성과급,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까지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퇴사한 지 2주가 지난 직원에게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을 주지 않았다.
또다른 게임개발 자회사인 ‘플라이웨이게임즈’는 직원 퇴직급여를 실제보다 축소시켜 노동당국에게 적발됐다.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의 회사 몫 납입금에 연차·보상휴가 미사용 수당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이 수당까지 퇴직연금 납입금액에 들어가야 한다는 게 당국 입장이다.
급여명세서에서도 법 위반 사항이 나왔다. 오버데어코리아와 블루홀스튜디오가 직원에게 교부한 일부 임금명세서를 보면 임금 항목별로 계산 방법을 보여주지 않은 채 금액만 제시됐다. 현행법상 출근일수와 노동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임금의 계산 방법까지 명세서에 담아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크래프톤 본사 역시 2022년 말 허술한 노무관리 실태가 드러났다. 휴일근무한 직원에게 보상휴가를 적게 주고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납입금액에 연차유급휴가 미사용수당을 넣지 않아 퇴직급여액을 줄였다. 하지만 크래프톤은 노사협의회를 소홀하게 운영하고 고충처리위원까지 뽑지 않아 당국으로부터 시정지시를 받았다.
크래프톤은 이런 사례를 사업보고서에 넣으면서도 "제재에 대한 이행을 완료했다""법규 이행여부 관리를 강화하는 등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말 뿐이었다.
지난해 크래프톤의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업계에선 크래프톤의 이런 행태를 구조적인 문제로 본다. 국내 주요 게임사와 달리 ‘무노조 경영’을 이어오고 있고 IT업계 장시간 노동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고정OT(Ovetime)제를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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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 공인노무사(노무법인 바우)는 "규모가 작지 않은 회사임에도 기본적인 노무관리가 안 된 것으로 보인다"며 "관리가 안 된 회사라면 추후 성과급·상여금 등으로 문제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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