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우·나경원·김기현 등 파기자판 촉구
파기환송보다 파기자판이 신속한 결론
與일각 "사법리스크 아닌 정치로 이겨야"
국민의힘 소속 법조인 출신 의원들은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에서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깨고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관련해 대법원이 파기자판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항소심 판단이 부당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국민의힘으로서는 대법원이 원심을 깨고 고등법원으로 사건을 돌려보내 다시 판단하는 것보다 대법원이 1·2심 사건의 증거 등을 종합해 항소심을 깨고 스스로 유·무죄를 판단하는 파기자판이 속도전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김기현 의원은 2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흔들리는 사법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신속히 파기자판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형사소송법 397조는 상고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한 경우에 그 소송기록과 원심법원과 제1심법원이 조사한 증거에 의해 판결하기 충분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판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는 증거조사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 법리적 오류가 명확한 경우, 소송의 신속성 또는 효율성이 필요한 경우, 사회적 논란이 큰 경우 등 대법원이 정한 파기자판 기준을 언급하며 "(이 대표의 항소심은) 4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한다"며 "파기자판이 원칙이며 파기환송은 예외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입법취지"라고 했다.
김 의원은 또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기소부터 1·2심 선고까지 30개월 동안 증거 조사·증인 신문을 거친 점, 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은 6·3·3 원칙이 법률에 명기된 점, 이 대표의 대통령 선거 출마 자격과 관련된 사회적 논란이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삼았다.
김 의원은 기자들이 파기자판이 이뤄진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질문에 "1심에서 유죄인 것을 특별한 사유 없이 2심에서 무죄로 선고한 사례는 1.7%로 더 적다"며 "비율로만 따지면 파기자판은 5배 정도 높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과 마찬가지로 판사 출신인 나경원 의원도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대법이 관행대로 파기환송으로 원심인 고법에 되돌려보낸다면 재판 기간이 더 지연될 것이다. 관행에 매몰된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법리 오해에 관한 판단이 검찰의 상고 이유인 점을 들어 대법원이 직접 판결할만한 조건을 갖췄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의 항소심 이후 국민의힘에서는 대법원이 파기환송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파기자판 촉구로 전략이 수정된 것은 확정판결의 속도 때문으로 보인다. 자칫 조기 대선이 치러지더라도 대선 전에 대법원이 이 대표에 대해 파기자판으로 당선무효형을 확정할 경우 이 대표가 피선거권이 박탈돼서다.
반면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할 경우 고등법원에서 환송 후 항소심을 다시 거쳐야 한다. 이 경우 대법원 판결에 이어 고등법원 판결까지 나와야 하기 때문에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 또한 환송 후 항소심에서 유죄판결이 나더라도 이 대표의 상고권 역시 살아나기 때문에 재상고를 한다면 다시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반면 파기자판의 경우 대법원이 항소심을 뒤집고 스스로 확정판결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간이 덜 걸린다. 검사 출신이자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도 전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항소심 재판부가 기괴한 법리를 억지 창조했다며 "대법원은 이 사건처럼 증거가 충분할 때는 파기자판도 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특히 이 대표가 무죄를 선고받아 상고권이 없다며 상고장 제출 기한 7일, 상고이유서 제출 기한 20일 등 총 27일의 시간을 끄는 것이 불가능해졌다고 신속한 재판이 가능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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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여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아닌 정치로 이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친한(친한동훈)계인 신지호 전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지금부터는 정신 똑바로 차려야 된다”며 “자꾸만 파기자판 이런 거 희망회로 돌린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대법원에서 해 주면 좋은 망외 소득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거고 정치는 정치를 통해서 어떻게 이재명을 꺾을 것인가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장보경 수습기자 jb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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