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파나마 항구 운영권 매각 홍콩 기업과 거래 중단 지시"

중국 당국이 국유기업에 파나마운하 항구 두 곳 운영권 등을 블랙록 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한 홍콩 재벌 리카싱 가문과 신규 사업거래 중단을 지시했다고 27일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주 국유기업에 리카싱 일가 기업들과 새로운 협력을 보류하라는 중국 고위 당국자들의 지시가 내려왔다고 전했다. 다만 이전에 진행된 사업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파나마운하 발보아 항구 전경. 로이터연합뉴스

이에 따라 국유기업들은 리카싱 일가 기업인 CK허치슨홀딩스, CK에셋홀딩스, 호라이즌스벤처스, 퍼시픽센추리 그룹 등과 관련된 새로운 사업을 승인받을 수 없게 됐다.

또한 소식통들은 당국이 리카싱 일가가 중국과 해외에서 어떤 투자를 하고 있는지 검토해 사업거래 범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이번 명령에 대해 중국 정부가 국유기업과 리카싱 일가 기업의 협력을 반드시 금지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CK허치슨의 파나마 항구 매각과 관련해 리카싱에 대한 압박이 가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다만 CK허치슨과 투자회사인 호라이즌스벤처스 사업 수익에서 중국 본토와 홍콩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이번 조치가 리카싱 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전날 블룸버그는 CK허치슨과 블랙록 컨소시엄이 당초 예정대로 4월 2일까지 서명하는 것을 목표로 거래를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나마 운하 통제권 환수 압박을 가하는 가운데 리카싱 청쿵(CK·長江)그룹 창업자 가문의 주력 회사인 CK허치슨은 지난 4일 파나마 운하 항구 운영사 지분 90%를 포함해 중국·홍콩 지역을 제외한 전 세계 23개국 43개 항만사업 부문 지분 등 자산을 블랙록 컨소시엄에 매각하는 우선협상에 들어갔다.

중국 당국은 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 관영매체 홍콩 대공보(大公報)는 지난 21일 논평에서 이 거래가 국가 주권, 안보 및 개발 이익 보호에 관한 홍콩 법률을 위반할 우려가 있다며 이 거래에서 손을 뗄 것을 촉구했다. 또 당국이 반독점 기구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 등을 통해 CK허치슨의 해외 항만 사업 매각 거래에 보안 위반이나 반독점법 위반 등이 있는지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보도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지도부가 당초 파나마 항구 문제를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카드로 이용하려고 했으나 CK허치슨이 매각을 발표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격노했다고 전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