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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이토록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상법 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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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이토록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상법 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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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안이 뜨거운 감자가 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개정안은 지난 13일 국회 문턱을 넘었다. 논란의 핵심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이다.


#.상법개정안 제382조3①: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 및 주주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

#.상법개정안 제382조3②: 이사는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여야 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여야 한다(신설).


부담이 커지는 재계의 반발이 거세다. 경영 위축과 소송 남발을 크게 걱정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거부권 행사만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개정안은 분명 문제가 있다. 추상적이고, 선언적이며, 포괄적이어서다.

먼저 '추상적'. 개정안 382조3항에는 '주주' '총주주' '전체 주주'라는 3가지 용어가 등장한다. 같은 용어인지, 다른 용어인지 불명확하다.

비유해 보자. 버스 운전기사(이사)는 버스(회사)를 잘 운전(경영)해 승객(주주)들을 목적지(이익창출)까지 잘 모셔야 한다. 운행 도중 누군가 덥다며 에어컨을 틀어 달라 한다. 누구는 지금이 딱 좋다 하고, 누구는 춥다며 히터를 켜달라 한다. 누구 말을 들어야 할까. 난감한 운전기사는 어쩔 수 없이 현상유지한다. 그런데 이런 법이 생겼다. "버스 운전기사는 승객에게 충실하고, 총승객을 보호하며, 전체 승객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 이제 일부 승객들이 보호받지 못했고, 공평하게 대우받지 못했다며 불충실한 운전기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다. 심지어 건방지다며('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 배임죄) 고발도 한다. 운전기사는 운전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둘째 '선언적'. '무엇을(what)'은 있는데, '어떻게(how)'가 없다는 얘기다. 당사자들은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한 토론회에서 잘 지적했다. "상법은 원칙적 주주보호 의무 선언에 그쳐 실제 개정 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간과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기업 경영판단이 과도한 형사판단 대상이 되지 않도록 특별배임죄 폐지 또는 가이드라인 제시를 통해 명확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예컨대 자본시장법 등에 주주보호 이행 세부절차 마련, 이사회의 합리적 의사결정에 대한 적절한 보호장치 도입 등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셋째 '포괄적'. 상법은 적용 범위가 넓다. 전체 기업이 대상이다. 파장도 그만큼 크다. 반면 자본시장법은 2800여개 상장사가 대상이다. 정부가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상법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한 이유다. 이 원장은 지난주 국회 정무위에 출석해 "정부 내에서도 상법 개정안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다 검토했고, 오히려 유력안은 상법 개정안에 가까웠다"며 "기업의 우려를 어느 정도 정부가 고려해야 했기 때문에 돌아가더라도 자본시장법 개정안으로 의견이 수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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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런 문제점에도 상법 개정안은 9부 능선을 넘었다. 거부돼야 한다는 재계의 간절함은 익히 알겠다. 하지만 플랜B도 있어야 한다. 버스가 수시로 멈추거나 도로를 이탈하는 최악의 상황을 준비 없이 맨몸으로 감당할 수는 없지 않나.




김필수 경제금융매니징에디터 pilso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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