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1+1' 계속되는 할인 프로모션…부담은 가맹점주 몫
꽤 오랜 기간 국내 피자 업계 브랜드파워 1위를 지켰던 피자헛은 왜 이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됐을까.
피자 업계 전반의 매출 감소와 제법 규모가 큰 레스토랑 매장이 많았던 피자헛 가맹점의 특수성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피자 사업이 외식 사업에서 배달 사업으로 바뀐 게 매출 감소의 큰 원인이 됐다"며 "도미노 피자처럼 애초부터 배달 쪽에 포커스를 맞췄던 곳이나 새로 진입한 피자 회사들과 달리 피자헛 같은 경우 가맹점 중에 상당히 넓은 매장을 갖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피자헛 매장을 직접 방문하는 고객이 현저하게 줄면서, 넓은 레스토랑 매장을 운영하는 가맹점주들에게는 임대료가 적잖이 부담됐을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가맹점주들의 얘기는 달랐다. 점주들은 본사가 사실상 강요하는 끊임없는 할인 행사를 매출 감소의 첫 번째 원인으로 꼽았다.
피자헛 가맹점주 A씨는 "2014년부터 피자헛도 레스토랑 사업 위주에서 배달 위주로 본격적으로 변경했다"며 "이미 10년 전부터 사업 전환을 했기 때문에 배달로 소비자 패턴이 바뀌어서 매출 감소가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오차드원이 한국피자헛 지분 전량을 매수해 회사를 인수한 2017년에는 배달 매장으로의 전환이 거의 완료가 된 상황이었고, 남아있던 레스토랑 매장도 대부분 배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맹점주는 "매출 감소는 지속적이고 과도한 할인으로 고객들이 가격에 대한 신뢰를 상실한 것과 할인 외에는 거의 전무한 마케팅 전략 등이 원인"이라고 했다.
실제 피자헛은 배달의 경우 30%, 포장의 경우 40%를 할인해주는 '3040' 프로모션이나 피자 1판 가격에 2판을 주는 '1+1' 행사 등 다양한 할인 프로모션을 꾸준히 실시해왔다.
가령 '1+1' 행사의 경우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피자 2판을 판매해 1판 가격에 해당하는 매출을 올리면서 도우 등 재료는 2판에 필요한 만큼 사용하게 돼 그 자체로 손해인데, 가맹본부 입장에서는 할인 행사로 피자 판매량이 늘고 가맹점에 공급하는 재료의 수량도 늘어나면서 더 많은 차액가맹금을 받을 수 있게 돼 수익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가맹점주들의 주장이다.
한 가맹점주는 "회사의 다음 전략은 아마도 '5060'이 되지 않을지 모르겠다"며 "사실 '2030' 행사를 할 때만 해도 '3040'은 생각해 본 적도 없었는데, 지금 '4050'을 하고 있으니 '5060'도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이 같은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대부분 할인 비용을 가맹점주들이 부담하게 된다는 점"이라며 "가격 할인 프로모션뿐만 아니라 통신사 제휴 프로모션, 배달앱 할인 행사의 경우에도 본사가 할인 비용의 극히 일부를 부담하고 나머지는 가맹점이 부담해왔다"고 했다.
각 가맹점 프로모션 찬성 비율 통계 내 관리…"블랙리스트" vs "70% 동의 요건 때문"
피자헛 가맹본부는 이처럼 수시로 진행하는 할인 프로모션에 각 가맹점이 찬성 혹은 반대한 비율을 집계해 통계를 낸 뒤 관리해왔다.
회사 측은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가맹사업법과 시행령상 70% 이상 가맹점사업자(가맹점주)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해당 요건 충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각 프로모션에 찬성하거나 반대한 가맹점주들 통계를 관리하는 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실제 가맹사업법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사업자가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하는 판촉행사를 실시하려는 경우 그 비용 부담에 관해 전체 가맹점사업자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70%) 이상의 가맹점사업자의 동의를 받도록 정하고 있다.
반면 가맹점주들은 회사가 이 같은 통계 자료를 할인 프로모션에 반대하는 가맹점주들을 추려내 압박하는 데 활용했다고 보고 있다. 이른바 관리 대상 가맹점주들의 '블랙리스트'라는 주장이다.
가맹점주들이 이같이 주장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정말 우연한 기회에 피자헛 본사 내부에서 대외비로 관리하는 파일이 각 가맹점주들에게 조직 변경 사실을 공지하기 위해 보낸 이메일 엑셀 파일에 같이 첨부돼 전달됐는데, 해당 파일에 그 같은 정황을 의심할 만한 내용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직원의 실수로 공개돼선 안 되는 내부 자료가 유출된 사실을 확인한 회사는 이후 두 차례나 수정 공지를 보냈다고 한다.
2022년 7월 회사가 본사 직원, 직영점, 전체 가맹점에 조직 변경 사실을 공지하기 위해 보낸 이메일에는 2022년 8월 1일부 영업조직 변경 내용이 담긴 'OPS 조직도'라는 제목의 엑셀 파일이 첨부됐다. 해당 파일에는 전국 각 지사의 조직 변경 내용이 담긴 'OPS 조직도 220801' 시트 외에 숨겨진 탭에 '동행방문'이라는 시트가 있었는데, 여기에는 전국 각 가맹점들을 프로모션 찬성 혹은 반대 비율에 따라 ▲매우부정 ▲부정 ▲중도 ▲긍정 ▲매우긍정 등 5단계로 분류해 놓은 자료가 담겨 있었다.
문제는 각 가맹점주들의 할인 프로모션 찬반 비율만 집계한 자료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해당 자료에는 '7월 이후 회사가 진행하는 프로모션 동의 70% 이상'을 최종목표로 반대 비율이 높은 92개 매장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Action Plan & Tool'이라는 제목으로 포함돼 있었다.
이 중에는 ▲본부장·지사장의 '동행방문'이나 ▲특별 LSM(로컬스토어마케팅) 지원 등 긍정적 수단도 있었지만, 가맹사업권 이전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는 ▲양도양수 진행 컨설팅이나 지역관리자의 수시 매장 방문 감사를 뜻하는 ▲Store checklist ▲내부감사 등 부정적 수단들이 기재돼 있었다. 회사 측이 할인 프로모션에 반대 비율이 높은 가맹점주들을 압박하기 위해 검토했거나 사용한 수단들이라는 게 가맹점주들의 주장이다.
실제 회사의 프로모션에 자주 반대해 '매우부정'으로 분류된 한 가맹점주는 회사로부터 '조건부 1년 계약'을 제안받기도 했다. 회사 측은 고객 서비스(GES. 고객 경험 조사) 개선이나 FA(배달의 민족이나 쿠팡이츠 등 플랫폼 주문) 채널 고객 관리 필요,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매장 운영 등 사유를 이유로 들었지만, 통상 피자헛 가맹계약이 5년 단위로 체결되는 것을 고려할 때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한편, 회사 측은 이 같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조속한 대법원 선고·회생신청 기각 기대…"실질 사주 김광호 책임 있는 모습 보여야"
2020년 12월부터 4년 넘게 회사를 상대로 법정에서 싸워 온 피자헛 가맹점주들은 대법원이 서둘러 결론을 내려주길 바라고 있다. 회사의 기업회생 신청으로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이 확정돼도 법원이 인정한 부당이득금을 반환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조금이라도 불확실성을 덜기 위한 첫 단추라고 믿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여전히 차액가맹금은 가맹사업법상 가맹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때문에 따로 계약서에 명기되거나 가맹점주와 합의하지 않았더라도 회사가 당연히 받을 수 있는 걸 받은 것이기 때문에 반환책임도 없다는 게 1심 때부터 대법원 상고심까지 이어진 일관된 주장이다.
이에 반해 가맹점주들은 회사가 구체적인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협의 없이 받아선 안 될 돈을 받아왔기 때문에 당연히 반환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가맹점주들은 피자헛 본사가 과거 어드민피((Administration Fee. 관리 수수료)를 수수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을 당시 '피자헛 가맹본사는 다른 브랜드와는 달리 원부자재에는 마진을 붙이지 않는다'고 주장해 과징금을 감면받고도 뒤로는 몰래 차액가맹금을 받아온 것은 기망이라는 입장이다.
또 이들은 회사가 2심 패소 판결 이후 가맹점주들에 대한 차액가맹금 반환 책임을 덜기 위한 수단으로 회생 제도를 이용한 것이기 때문에 회생 신청이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또 회사가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하며 '회사의 존속가치가 높다'고 호소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가맹점주들로부터 지금처럼 차액가맹금을 계속 받을 수 있는 상황을 전제로 한 주장이기 때문에, 대법원 확정 판결로 차액가맹금을 더 이상 받을 수 없게 된다면 회생 인가를 위한 요건이 성립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한국피자헛과 오차드원과의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MFA. Master Franchise Agreement)이 오는 2027년 9월까지라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가맹점주들은 피자헛의 실질적인 사주라고 할 수 있는 김광호 케이에이치아이(KHI) 회장이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기대하고 있다. 가맹점주들의 부담으로 지속적으로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차액가맹금을 받으며 수익을 올렸던 만큼 대한조선 상장에만 신경 쓸 게 아니라 피자헛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노력할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김 회장은 과거 공정위에 신고하거나 가맹점에 알리지 않고, 특수관계에 있는 '동일농수산'이라는 회사를 통해 피자의 재료로 사용되는 냉동새우를 납품해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기존 납품업체의 새우 가격이 적정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일시적으로 동일농수산을 통해 제품을 납품 받은 적은 있다"며 "새로 인력을 보강해 해외 거래처와의 구매를 회사 내부에서 진행하면서 동일농수산과의 거래는 중단됐다"고 해명했지만, 가맹점주들이 갖고 있는 당시 납품 단가 자료에 따르면 납품업체가 동일농수산으로 바뀐 뒤 오히려 기존 업체보다 공급 가격이 비싸졌다.
또 피자헛의 할인 프로모션이 끊임없이 이어진 데에는 김 회장이 선택한 피자헛 전문경영인들이 회사를 위한 장기적인 발전 계획을 수립해 회사를 경영하지 않고, 최대주주의 이익과 자신의 성과만을 목표로 삼아 단기간 프로젝트로 매출을 올린 뒤 인센티브를 받고 1~2년 만에 교체된 점도 원인이 됐다는 게 가맹점주들의 시각이다.
피자헛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과 회사의 대응은 향후 진행될 여러 다른 프랜차이즈 업체의 소송이나 회사의 대응에 선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태가 어떻게 해결될지 주목되는 이유다.
*차액가맹금이란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에게 각종 물품을 공급하고 받는 대가에서 적정 도매가격을 뺀 차액, 즉 유통 마진을 뜻한다. 물류 마진이라고도 한다.
최석진 로앤비즈 스페셜리스트 csj040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