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액가맹금. 이름도 낯선 이 비용을 둘러싼 소송이 프랜차이즈 업계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발단은 지난해 9월 피자헛 점주들이 가맹본부를 상대로 차액가맹금을 돌려달라고 낸 소송 2심에서 법원이 1심보다 훨씬 큰 금액의 부당이득 반환책임을 인정한 것이었다.
이후 작년 12월부터 올해 2월 초까지 롯데슈퍼·롯데프레시, BHC, 배스킨라빈스, 교촌치킨, 푸라닭 치킨까지 5개 업체의 1000명이 넘는 가맹점주들이 본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그리고 굽네치킨, 처갓집양념치킨, BBQ, 지코바 치킨, 도미노피자, 파파존스, 두찜 등 여러 다른 프랜차이즈 업체를 상대로 한 단체소송 움직임도 감지된다.
차액가맹금이란
차액가맹금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에게 각종 물품을 공급하고 받는 대가에서 적정 도매가격을 뺀 차액, 즉 유통 마진을 뜻한다. 가령 음식을 만들기 위한 식자재나 식기 등을 본부가 500만원에 구입해서 700만원을 받고 가맹점주에게 공급한 경우 차액인 200만원이 이에 해당한다.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시행령은 별표1에서 차액가맹금을 ‘가맹점사업자가 해당 가맹사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가맹본부가 가맹점사업자에게 가맹본부 또는 가맹본부가 지정한 자와 거래할 것을 강제 또는 권장하여 공급받는 품목에 대하여 가맹본부에 지급하는 대가 중 적정한 도매가격을 넘는 대가’로 정의하고 있다.
왜 문제가 됐나
차액가맹금 문제가 소송으로 번진 계기는 시행령 개정으로 그동안 본부가 받는 차액가맹금을 전혀 파악할 수 없었던 가맹점주들이 본부가 한 해 동안 가맹점에서 받아 간 차액가맹금의 대략적인 액수와 매출액 대비 차액가맹금의 비율을 파악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가맹본부는 법에 따라 가맹계약을 체결하려는 가맹희망자에게 제공할 ‘정보공개서’를 공정거래위원회나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등록해야 한다. 그리고 정보공개서에 기재된 내용은 개인정보와 영업비밀을 제외하고 공개된다.
그런데 2018년 4월 가맹사업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정보공개서에 반드시 기재해야 하는 ‘가맹점사업자의 부담’에 차액가맹금에 대한 내용, 구체적으로는 ▲직전 사업연도의 가맹점당 평균 차액가맹금 지급 금액과 ▲직전 사업연도의 가맹점당 매출액 대비 차액가맹금 지급 금액의 비율이 포함됐다.
개정 시행령은 이듬해인 2019년 1월 1일부터 시행됐는데, 2020년 피자헛 가맹본부가 등록한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피자헛은 가맹점들로부터 평균적으로 ▲2019년 2666만9000원(가맹점당 평균 매출액의 3.78%) ▲2020년 2935만3000원(4.50%) ▲2021년 2368만원(4.73%) ▲2022년 2591만7000원(5.27%)의 차액가맹금을 받았다. 생각보다 큰 금액이었고, 매출액 대비 비율도 매년 높아졌다.
1심 법원의 판단은
일단 피자헛 사건에서는 법원이 가맹점주들의 손을 들어줬다. 피자헛 가맹점주들은 “가맹본부가 가맹계약에 따라 총수입의 6%에 해당하는 금액을 고정수수료로 지급받으면서도, 공급하는 원재료의 원가에 일정한 차액의 이익을 붙이는 형태의 이른바 차액가맹금을 청구해 법률상 또는 계약상 근거도 없이 가맹금을 중복 지급받았다”고 주장했는데 1심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본부 측은 “차액가맹금은 법이 인정하는 형태의 가맹금이므로 법률상 원인이 없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차액가맹금의 형태로 가맹금을 지급받기로 합의하는 것이 법률상 인정되는지 여부와 차액가맹금을 지급받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별개”라며 “법이나 시행령에 여러 지급 형태의 가맹금을 예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곧 이러한 가맹금을 지급받을 근거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차액가맹금을 수령하기 위해서는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본부 측은 공정위가 차액가맹금 관련 내용을 가맹계약서에 기재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 가맹사업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 시정조치나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은 것이나 원고 가맹점주들 중 일부가 피자헛 임원들을 사기죄로 고소한 사건을 경찰이 불송치 결정한 사실 등을 근거로 “가맹계약서에 차액가맹금을 기재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오히려 양측 간 차액가맹금 지급 약정이 없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삼았다.
다만 1심 법원은 차액가맹금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파악이 어려운 2016~2018년, 그리고 2021년 차액가맹금 부분에 대한 원고 측 청구는 기각했다.
2심 법원의 판단은
2심 법원 역시 1심 법원과 마찬가지로 ▲차액가맹금 수령을 위해서는 합의가 필요하며 ▲본부의 차액가맹금 수령을 정당화할 근거나 합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2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았던 2016~2018년 차액가맹금까지 본부가 반환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가맹점주들은 1심에서 반환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차액가맹금의 2분의 1만 청구했었다. 그리고 1심 승소 이후 2심에서 나머지 2분의 1까지 청구를 확장했다. 또 차액가맹금 반환 대상 기간을 2022년까지로 연장했다. 1심 때 75억4600여만원이었던 부당이득반환액은 2심에서 210억원까지 늘어났다.
2심 법원은 차액가맹금이 공개되지 않은 2016~2018년의 차액가맹금을 산정함에 있어, 매출액 대비 차액가맹금 비율이 가장 증가했던 2019~2020년 사이의 19%를 기준으로 매년 역산해서 19%씩 줄이는 방식을 적용한 원고 측 주장을 수용했다.
재판부는 그 같은 판단의 근거로 ▲산정의 근거가 되는 정보(본부가 원·부재료를 구입한 가격)와 자료가 원고들에게 없는 점 ▲그에 대한 법원의 문서제출명령을 따르지 않은 점(본부는 처음에는 해당 문서에 대한 제출의무가 없다거나 영업비밀이어서 제출할 수 없다고 했다가, 법원의 명령이 떨어지자 해당 문서를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는데, 법원은 이 같은 모순된 대응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서 판단한다고 밝혔다) ▲해당 기간 차액가맹금을 안 받았다면 그에 대한 입증이 어렵지 않아 보이는데도 그런 주장을 하지 않은 점 ▲원고들이 주장하는 산정 방식은 원고들에게 매우 불리한 방식으로 불합리해 보이지 않는 점 등을 들었다.
2심에서 본부 측은 “가맹점주들에게 원·부재료의 공급 단가를 공지했고, 점주들이 물품, 단가, 수량을 특정해서 주문했고, 세금계산서가 발행됐다”며 “따라서 원고와 피고 사이에 물품공급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품대금에 포함된 차액가맹금에 관해서도 양측 간 합의가 있었거나 점주들의 추인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계약의 조건은 양 당사자들이 서면으로 체결한 경우에 한해 변경될 수 있다’는 가맹계약서 조항을 근거로 이 같은 주장을 배척했다.
또 재판부는 “상인 간의 거래에서 물품대금에 유통 마진이 포함되고 이를 거래 상대방에게 알려주지 않아도 되는 것은, 거래 주체가 거래 대상과 상대방, 가격을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와 달리 가맹계약에 따라 가맹점사업자가 가맹본부에 의해 지정된 원·부재료를 공급받는 경우 거래 대상이나 상대방, 가격을 선택할 여지가 없어 통상적인 물품 거래와 다르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물품대금에 포함돼 있는 원가 요소인 차액가맹금을 반환해야 한다면 본부가 원·부재료 공급하면서 들인 비용, 시간 및 가치에 대해 점주들이 그에 상응하는 대가 없이 이용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결과가 돼 부당이득 제도의 본질인 공평과 정의의 이념에 반한다”는 본부 측 주장도 배척했다.
재판부는 “소요되는 비용을 보전할 필요가 있다면 해당 내용을 반영한 가맹계약을 체결하거나 비용 산정의 자료를 가맹점사업자에게 제시해 동의를 받는 등으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피자헛 상고심 및 향후 소송 전망
피자헛 사건 상고심은 지난해 11월 29일 대법원 제3부에 배당됐다. 주심 대법관은 이흥구 대법관이다. 지난 11일 심리불속행(원심에 중대한 법령 위반 등 법이 정한 상고 사유가 없을 때 상고심절차특례법에 따라 본안에 대한 심리를 거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 기간을 도과해 본안심리가 진행되고 있다.
피자헛 사건은 가맹점주들이 본부를 상대로 차액가맹금을 청구한 첫 사건인 만큼 대법원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에 프랜차이즈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피자헛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 중 사실관계와 관련된 판단이 그대로 다른 업체의 사건에 적용될 수는 없겠지만 가맹사업법과 시행령상 차액가맹금에 관한 법률적 해석이나 차액가맹금을 수취하기 위한 합의의 필요성, 입증책임 등에 대한 법리를 설시할 경우 구조가 거의 동일한 다른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리딩 케이스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2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가맹사업을 하며 차액가맹금을 받아온 대다수 국내 가맹본부들은 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만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소송을 당한 가맹본부들은 유통 마진 외에도 여러 다른 비용을 포함해 차액가맹금을 받아온 피자헛과는 차액가맹금의 구성 등에 있어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피자헛 사건에서의 법원 판단이 다른 가맹본부에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본부 입장에서는 가맹계약서나 그 밖의 서면, 공지 등을 통해 가맹점주들이 본부가 수령해온 차액가맹금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리고 이번 소송을 계기로 점차 차액가맹금에 관한 내용을 가맹계약서에 명시적으로 기재하는 방향으로 기존 관행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2심 패소 이후 피자헛은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소송에 참여한 가맹점주들 대부분은 본부가 법원에 제출한 채권자목록에 포함됐고, 일부 가맹점주들은 개별적으로 채권을 신고한 상태다. 아직 채권을 신고하지 않은 가맹점주는 늦어도 채권자 동의율을 파악하기 위한 기일인 관계인집회 전까지는 채권 신고를 해야 회생채권자로 변제를 받을 수 있다.
법무법인 YK vs 태평양, 김·장
가맹본부들을 상대로 한 차액가맹금 소송은 법무법인 YK(대표변호사 강경훈·김범한) 공정거래그룹이 주도하고 있다. YK 공정거래그룹은 부장판사 출신 이인석 대표변호사가 그룹장을 맡고 있고, 공정위 사무관을 거쳐 검사로 근무했던 진호식 변호사가 부그룹장을 맡고 있다. 이 밖에도 권순일 전 대법관, 조세법 전문가인 한만수 대표변호사, 공정거래 전문 현민석 변호사 등이 포진해 있다.
피자헛 사건 2심에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낸 YK는 홈페이지를 통해 여러 다른 프랜차이즈 업체를 상대로 한 단체소송을 준비하며 원고로 참여할 가맹점주들을 모집 중이다.
피자헛 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태평양(대표변호사 이준기)은 상고심에서 결과를 뒤집기 위해 기존의 논리를 보강하는 한편, 공식 석상에서 1·2심 판결의 논리적 모순점을 지적하며 여론전에 나서고 있다.
25일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협회장 정현식)가 ‘현실화된 차액가맹금 사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긴급 토론회에 참석한 변채영 태평양 변호사는 “차액가맹금을 가맹계약서에 기재하도록 규정한 것은 2024년부터이기 때문에 가맹금이 가맹계약서에 기재돼 있어야만 수취할 수 있다는 서울고법 판결에는 논리적 모순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차액가맹금은 본부가 운영하는 물류 시스템·관리 비용 등 각종 비용에 투자되는데 이런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본부의 실질적 이득으로 간주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장 법률사무소는 BHC 사건 대리를 맡았다. 2023년 처음 10대 로펌에 진입해 지난해 매출액 기준 7대 로펌으로 성장한 YK와 국내 최대 로펌들 간의 소송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업계 줄도산 우려” vs “기존 관행이 문제”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지난달 말 피자헛 사건을 심리 중인 상고심 재판부에 업계의 관행과 사정을 고려한 판결을 당부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탄원서에서 협회는 “한국 프랜차이즈 업계는 가맹점사업자와의 명시적·묵시적 동의하에 차액가맹금을 수취해 왔으며, 상인이 유통 과정에서 마진을 수취하는 것은 상거래의 당연한 원칙”이라며 “갑자기 이를 부당이득이라고 판단하여 반환하라고 한다면 법적 안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협회는 “차액가맹금은 가맹본부의 독점적 이익이 아니라 원·부자재 가공·물류비용, 가맹점 지원비용, 광고·마케팅 비용, 배달비 지원비용 등 다양한 분야에 재투자되는 공동 자금의 성격을 지닌다”며 “대법원에서 2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줄도산에 빠질 것이라는 공포에 휩싸여 있다”고 호소했다.
반면 가맹점주들은 그동안 본부가 법령이나 계약상 근거도 없이 일방적으로 차액가맹금을 받아온 것이 잘못된 것이며, 당연히 돌려받아야 할 돈을 돌려받게 됐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피자헛 소송에서 가맹점주들을 대리하고 있는 현민석 YK 변호사는 “정보공개서를 통해 구체적인 차액가맹금 액수가 공개되기 전까지 가맹점주들은 본부가 얼마의 마진을 붙이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가맹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달라는 대로 돈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며 “이제까지 그렇게 눈먼 돈을 벌어서 배를 불려 놓고 이제 와서 ‘억울하다’, ‘망한다’고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맹점주들 입장에서는 가맹본부가 마진을 100%를 붙이든, 200%를 붙이든 사거나 아니면 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런 불공평한 계약이 어디 있느냐. 그래서 가맹사업법 시행령에서 계약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차액가맹금 개념을 갖고 오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 변호사는 “가맹본부들은 전통적인 매매의 법리를 끌어와서 마진을 붙이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하는데, 일반 매매계약이라면 가맹점주가 도매가격으로 제3자로부터 구입하거나 소매가격으로 가맹본부로부터 구입하거나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경우 마진에 대한 별도의 합의가 필요 없다”며 “하지만 가맹점주들은 선택권이 없다. 기본적으로 가맹사업은 유통업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가맹점주들의 입장은 차액가맹금을 받지 말라는 게 아니다”라며 “합의하라는 것이다. 몰래 받지 말고 사전에 합의하고 계약서에 명기하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석진 로앤비즈 스페셜리스트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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