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보다 돈 된다?…달걀 숨겨 美 입국하려는 멕시코인들 급증

WSJ "美 전역서 달걀 밀수 적발 36%↑"
조류인플루엔자 영향…달걀값 사상 최고
뉴욕 등 대도시서 12개에 10달러 이상
멕시코와 3배 차이…불법 반입 늘어

미국에서 최근 조류 인플루엔자(AI) 여파로 달걀 가격이 폭등해 품귀 현상이 빚어지자 남부 접경지에서 검역을 거치지 않은 달걀 밀수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인용한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 자료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사무소는 지난해 10월 이후 멕시코에서 들어오는 입국자로부터 달걀을 압수한 건수가 전년 대비 158%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텍사스주 남부 접경 도시 라레도의 CBP 사무소에선 같은 기간 달걀 밀수 단속 사례가 54% 증가했으며 미국 전국적으로도 36% 늘어났다. 미국에서 달걀 가격이 급등하면서 가격이 미국의 3분의 1에 불과한 멕시코에서 저렴한 달걀을 구매한 뒤 불법으로 반입하는 사례가 늘어난 탓이다.

미 농무부는 검역상의 이유로 공식 수입 채널을 통하지 않은 달걀의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텍사스주 엘패소 검문소에서 한 픽업트럭 운전자가 좌석과 예비 타이어에 필로폰을 몰래 숨겨 반입하려다 적발됐는데 정작 국경 요원들을 더 놀라게 했던 것은 해당 트럭에 있던 달걀들이었다고 WSJ은 보도했다.

텅 빈 달걀 진열대. AP=연합뉴스

미 노동부 소비자물가 통계 발표에 따르면 미국에서 12개 들이 A등급 대란(大卵)의 평균 소매가격은 지난 2월 5.90달러(약 8600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년 전의 3달러(약 4300원)에 비교하면 2배 수준으로 올라 '에그플래이션'(eggflation·달걀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 공포감이 커진 상태다. 대도시의 일부 소매점에선 12개 들이 달걀 가격이 10달러(1만4500원)를 넘는 경우가 드물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에서 확산한 조류 인플루엔자가 달걀값 상승의 주된 배경으로 작용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에서 조류 인플루엔자가 2022년 발발한 이후 닭과 오리 등 가금류 1억4800만마리가 살처분됐다. 이에 미국 식료품 매장에서는 달걀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달걀을 사재기하면서 가격 인상과 품귀 현상을 부추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달걀 가격 안정화를 위해 최대 10억달러(약 1조4300억원)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경쟁 당국인 법무부가 대형업체들의 담합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으며 농무부는 달걀값 문제 해결을 위해 최대 10억 달러(1조4천5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지난달 발표했다. 농무부는 "트럼프 행정부는 달걀값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AI 퇴치를 위한 포괄적인 전략을 실행할 것"이라면서 "이 위기를 막고 달걀을 다시 저렴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서지영 인턴기자 zo2zo2zo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