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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아시안게임 이미 유치했는데…건설난항 빠진 사우디 네옴시티[AK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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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공목표 2080년으로 대거 늦춰져
스키리조트 건설비용만 52조 넘어서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하메드 빈살만 왕세자가 야심차게 추진해온 미래도시 프로젝트 '네옴시티'가 심각한 난항을 겪고 있다. 당초 2030년 완공을 목표로 했던 이 초대형 프로젝트는 최근 완공 시기가 2039년으로 늦춰졌다가 다시 2080년으로 대폭 연기되는 등 현실적 장벽에 부딪히고 있다. 실제 공사 현장은 아직 기반도 제대로 세우지 못한 상태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위기는 지난해 11월부터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프로젝트 총책임자였던 나드미 알 나스르 네옴 컴퍼니 최고경영자가 갑자기 사임하고 경영진 대부분이 교체됐다. 표면적으로는 단순 사임으로 발표됐지만, 후에 사우디 측의 감사 결과 회계 문서를 비롯한 각종 문서 조작 정황이 드러나며 경영진이 대거 해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핵심은 빈살만 왕세자의 야심과 현실 사이의 괴리에 있다. 당초 계획된 네옴 시티는 서울의 44배에 달하는 2만 6500㎢규모로, 인구 900만 명을 수용하는 거대 도시였다. 이 규모는 일반인들이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크기다. 특히 빈살만 왕세자는 높이 500m, 길이 170km에 달하는 거대한 일자형 유리 온실 안에 고층 빌딩들을 집어넣는 파격적인 디자인을 고집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도안대로 도시를 건설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경영진이 건물 높이를 낮추고 도시 형태를 일반적인 방사형으로 변경하자고 제안했으나, 빈살만 왕세자는 이에 강하게 반발했다. 빈살만 왕세자는 높이도 낮추면 안 되고 규모도 줄이면 안 된다며 원안 고수를 고집했다. 결국 경영진은 눈치를 보며 건설 비용이나 기술적 어려움이 발생할 때마다 이를 솔직히 보고하지 않고 문서를 조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옴시티 건설에 소요되는 예산 역시 천문학적인 규모다. 총 공사비용은 8조8000억달러(약 1경2700조원)로,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25년치 예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더욱이 이 금액은 일부러 낮게 잡은 액수로, 실제로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현실적 제약으로 인해 사우디 정부도 점차 입장을 바꾸고 있다.


동계아시안게임 이미 유치했는데…건설난항 빠진 사우디 네옴시티[AK라디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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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절충안으로 빈살만 왕세자의 원대한 구상은 세대를 거쳐 50년 이상 걸릴 초장기 프로젝트로 남겨두고, 당장은 축소된 규모의 도시를 먼저 건설한 후 동계 아시안게임도 유치하면서 점진적으로 확장해나가는 중장기 프로젝트로 전환하는 중이다. 왕세자로서는 자신의 재임 기간에 첫 삽을 떠 어느 정도 모양을 갖추고, 완성은 훗날로 미루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네옴시티의 일부인 트로제나 지역에 건설 예정인 스키 리조트도 논란의 중심에 있다. 2029년 제10회 동계 아시안게임 개최지로 선정된 이곳은 해발 2600미터에 이르는 산맥이 있어 겨울철 기온은 영하로 떨어진다. 하지만 강수량이 거의 없는 사막 지역이라 눈이 내리지 않는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스키 리조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역 전체를 인공 눈으로 뒤덮어야 하는 상황이다.

사우디 정부는 이 지역에 초대형 저수지를 건설해 물을 끌어올린 뒤 인공 눈을 만들어 스키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하지만 리조트 건설 비용만 당초 예상보다 2배 이상 늘어난 380억 달러(약 52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지구온난화로 인해 유럽 알프스 지역의 스키장들도 지난해 30% 이상 문을 닫은 상황에서, 인공 눈만으로 스키장을 운영하는 것이 과연 실현 가능할지, 그리고 동계아시안게임을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가 월드컵, 골프, 축구 등 다양한 국제 스포츠 행사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첫째는 '스포츠 워싱(Sports washing)'으로, 국가의 부정적 이미지를 스포츠 행사를 통해 세탁하려는 시도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다른 중동 국가들에 비해서도 종교적 압박이 심하고 자유가 제한적인 왕국이라는 이미지가 있어, 네옴 시티와 같은 국책 사업에 외자를 유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제 스포츠 행사 유치를 통해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가까운 국가로 인식되길 원하고 있다.


둘째는 빈살만 왕세자의 내부 정치적 목적이다. 지속적인 개혁 개방 정책을 추진하면서 외부 행사들을 끌어들여 사우디 내 개혁을 반대하는 이슬람 수니파 지도자들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2017년 대규모 숙청을 통해 정권을 장악한 빈살만 왕세자의 통치 기반은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다. 친인척 왕족들을 잡아들이고 재산을 몰수하는 과정에서 많은 원한을 사기도 했다.


동계아시안게임 이미 유치했는데…건설난항 빠진 사우디 네옴시티[AK라디오] AFP·연합뉴스

특히 사우디 종교 지도자들은 왕세자의 개혁 개방 정책에 강한 반감을 갖고 있다. 예멘 후티 반군과의 전쟁 장기화, 이란과의 지역 갈등, 이스라엘-하마스 교전 이후 중동의 혼란 등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보수파 세력들은 개혁보다는 전통적 종교 믿음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나라 주변 상황이 어지러운 가운데 개혁 개방을 추진하면 사우디가 분열될 수 있으므로, 사우디를 통합시키고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전통적 종교 믿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이러한 초대형 프로젝트들은 모두 석유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지탱되고 있다. 네옴 시티 프로젝트에만 현재까지 동원된 인부가 10만 명을 넘고, 7년째 지속되고 있지만 진척이 더딘 상황이다. 오일 머니가 없다면 이러한 대규모 사업은 지속 불가능하다. 현재까지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유가가 3배 이상 폭등해 재정적 뒷받침이 가능했다. 그러나 전쟁이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고 국제 유가도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사우디 재정에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


중동 국가들은 대부분 직접세가 없는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국가 재정은 석유 수입을 통해 충당되며, 오히려 이 수입으로 국민들에게 복지 정책을 통해 돈을 지급하는 형태다. 따라서 석유 가격 하락은 곧 재정 악화로 이어지며, 대규모 국책 사업 추진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중동 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후티 반군과의 전쟁도 계속되고 있어, 사우디는 곧 재정 적자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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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사우디 정부가 네옴 시티 프로젝트의 규모를 대폭 축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처음 구상했던 영화 속 미래 첨단도시의 모습을 2030년에 실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빈살만 왕세자의 원대한 꿈이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초될지, 아니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단계적으로 실현될지는 앞으로의 국제 정세와 사우디 내부 정치 상황, 그리고 무엇보다 국제 유가의 향방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이미리 PD eemillll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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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례없는 헌정질서 위기…시대전환의 대장정 시작됐다
    유례없는 헌정질서 위기…시대전환의 대장정 시작됐다

    편집자주대한민국 헌법은 국가의 근간이자 국민 삶의 기준이다. 마지막 개헌을 상징하는 '1987년 체제'는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40년 가까운 세월의 변화를 고려해 대한민국의 오늘과 내일을 새롭게 설계할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국회의원, 정치학자에게 개헌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인 과제로 인식된다. 비상계엄이 촉발한 '사회의 격랑'은 역설적으로 개헌의 동력을 살려냈다. 여야 정치권을 비롯해 우리 사회 곳곳에서 개

  • 25.03.0707:00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누구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누구

    "인생을 되돌아보면 절대 좌절하지 않았다는 것. 이것이 지금의 저를 있게 한 가장 큰 자산입니다."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인생철학을 묻자 "시골 가난한 소작농의 자식으로 태어나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환경이었지만 내 뜻을 굽히지 않았다"며 이같이 답했다. 박 전 총재는 진보와 보수 정권서 두루 기용돼 우리나라 성장을 이끌었던 대표 경제학자다. 전두환 정부에서는 금융통화위원, 노태우 정부 시절에는 대통령 경제

  • 25.03.0617:16
    "협치로 풀 문제 계엄으로, 대통령 권력 분산해야"
    "협치로 풀 문제 계엄으로, 대통령 권력 분산해야"

    편집자주대한민국 헌법은 국가의 근간이자 국민 삶의 기준이다. 마지막 개헌을 상징하는 ‘1987년 체제’는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40년 가까운 세월의 변화를 고려해 대한민국 오늘과 내일을 새롭게 설계할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국회의원, 정치학자에게 개헌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인 과제로 인식된다. 비상계엄이 촉발한 ‘사회의 격랑’은 역설적으로 개헌의 동력을 살려냈다. 여야 정치권을 비롯해 우리 사회 곳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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