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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인기 영합 복지·현금지원, 저출생 근본 문제 해결 못해"(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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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지속가능 성장 핵심 과제 저출생·기후변화 문제 해결
대학 지역 비례선발제로 서울 집중 입시경쟁 완화
2~6개 거점도시 육성 통해 수도권 집중화 줄여야

출산율·경제상황 악화, '포퓰리즘' 유혹 빠질 위험
인기영합적 복지·현금지원 재정 정책, 근본 문제 해결 못해
재정만 낭비하며 국가채무 급증 악순환 초래

"저출생 문제 해결의 열쇠는 과열된 입시경쟁과 이에 따른 수도권 인구 집중 해결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GEEF 2025' 기조연설에서 "우리나라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는 저출생·고령화 문제와 기후변화 이슈"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창용 "인기 영합 복지·현금지원, 저출생 근본 문제 해결 못해"(종합)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GEEF 2025'에서 한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핵심 과제에 대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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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재는 "지난해 합계출산율인 0.75 수준이 지속될 경우 한국 인구는 5170만명에서 50년 후 현재의 58%인 3000만명 수준으로 급감한다"며 "연평균 인구감소율은 -1.1%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잠재성장률은 현재 2% 수준에서 2040년대 후반에는 0%대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출산율 0.75가 지속된다면 2050년대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출산율이 낮아질수록 국가재정은 악화하며 고령층 비중이 상대적으로 증가하면서 연금, 의료, 돌봄 등 재정지출에 대한 청년세대의 부양 부담이 급증하게 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23년 기준 46.9%지만, 출산율이 0.75 수준을 유지할 경우 50년 후 국가채무 비율이 182%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됐다. 부양 부담 증가 문제 역시 지적했다. 그는 "현재 청년세대는 청년 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는 구조지만, 출산율이 0.75 수준에서 유지된다면 50년 후에는 청년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출산율이 낮아지고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 '포퓰리즘' 유혹에 쉽게 빠질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단기적으로 고통을 줄이기 위해 인기 영합적인 복지 정책이나 현금 지원과 같은 재정 정책을 추진하려는 유혹이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이런 정책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오히려 재정만 낭비하면서 국가채무를 급격히 증가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초저출산율이 지속되면 외국인 노동력 유입을 고려하지 않는 한 우리 경제는 저성장의 고착화, 부채 폭증, 사회갈등의 심화에 이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출산율을 최소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4까지 회복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연기하거나 포기하는 근본적인 이유로 '높은 경쟁 압력'과 '고용·주거·양육에 대한 불안'을 꼽았다. 청년들의 경쟁과 불안을 부추기는 핵심 요인은 수도권 집중 현상이다. 그는 "한국은 인구, GDP, 일자리에서 수도권 집중도가 50%를 넘어서는 반면 미국과 독일은 5% 내외, 영국과 이탈리아는 10~20%, 프랑스는 20~30%, 일본조차도 30% 내외에 그치고 있다.


이창용 "인기 영합 복지·현금지원, 저출생 근본 문제 해결 못해"(종합) (왼쪽부터)윤동섭 연세대학교 총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가 1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열린 'GEEF 2025'에서 한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핵심 과제에 대해 대담을 나누고 있다. 한국은행

수도권 집중을 심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과도한 대학입시 경쟁을 꼽았다. 이 총재는 "수도권에 집중된 소수의 명문대 진입을 위한 입시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그 결과 사교육이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게 됐다"고 말했다. 자녀가 학교에 갈 나이가 되면 사교육 기관이 밀집한 서울, 특히 강남으로 이주하려는 수요가 증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서울대 입학생 중 서울 출신 비율은 32%로, 서울의 학령인구 비율(16%)의 두 배다. 강남 3구 출신 비율은 학령인구 비율(4%)의 세 배인 12%에 달한다.


그는 "초저출산율 0.75, 과도한 수도권 인구 집중, 입시경쟁 과열, 이 세 가지 문제는 별개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상 서로 깊이 연결돼 있다"며 "문제에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인구소멸, 항구적 마이너스 성장, 사회갈등 폭발, 청년의 기회 및 자신감 상실 등 우리 사회가 용인하기 어려운 수준의 부작용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한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최근 '거점도시 육성'과 '지역별 비례선발제' 등 파격적 정책을 제안한 바 있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 국토 면적과 인구수를 고려하면 2개에서 많아야 6개의 거점도시를 육성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소수의 지역 거점도시에 병원, 영화관, 스포츠센터 등 핵심 인프라와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자해 수도권에 버금가는 정주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역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수준 높은 교육·문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만 거점도시와 주변 중소도시의 경제가 활력을 되찾고 실질적인 국토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입제도에선 대학이 지역별 비례선발제 도입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대학에 신입생 선발 자율권을 부여하되, 최종 선발 결과는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에 비례하도록 요구하는 방식이다. 그는 "이 제도가 도입되면 부모의 경제력이나 사교육 환경 등 사회경제적 배경이 입시에 미치는 영향을 줄여, 교육을 통한 사회 이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며 "서울로 집중된 입시경쟁이 완화하면서 수도권 인구집중과 서울의 주택가격 상승을 억제함으로써 출산율 반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대학이 다양한 지역 출신 학생을 선발함으로써 학생들은 서로 다른 배경과 관점을 배울 기회를 갖게 되며, 이는 장기적으로 지역 간 갈등 완화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부 대학은 입학생의 약 15%를 지역 균형 전형으로 선발하면서 이미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나, 대학 전체 입학 과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작아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를 가진다는 지적이다. 이 총재는 "제도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신입생을 대상으로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한국 대학들이 성적순으로만 학생을 선발하는 방식이 국제적으로도 예외적인 사례라는 설명이다. 그는 "대학의 의지만 있다면 이런 한은의 제안은 충분히 현실적으로 실행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학에 더 많은 입시 자율권을 보장해야 한다고도 했다. 성적으로만 평가하면 유치원 때부터 15년 동안의 반복 학습을 지겨워하지 않을 정도로 IQ가 너무 높지도 너무 낮지도 않은 학생, 부모님의 말씀을 잘 따르고 주어진 요구에 순응하는 성향을 가진 학생을 길러내게 된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이제 우리는 기술발전의 최전선에 서 있으며, 새로운 산업을 창조해야 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순응적인 인재를 천편일률적으로 선발하는 방식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인재들이 서로 협력하고 상호작용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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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핵심 과제인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선 더이상 수출산업에만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아니며 당장 해결해야 할 현실적인 과제라고 봤다. 그동안 정부와 관련 부처에서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였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의 '녹색분류체계'를 국제기준에 맞춰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기준 탄소배출권 가격은 전 세계 평균이 t당 약 30달러, 유럽연합(EU)은 60달러에 달했던 반면 우리나라는 6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이 총재는 "가격이 과도하게 낮으면 기업들은 탄소를 줄이기보다 배출권을 구매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고 판단할 것"이라며 "탄소배출권 거래제(K-ETS)를 보다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이 시장 원리에 따라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는 유인을 갖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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