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면세산업' 관련 국회 토론회
면세업 불황, 관광객 쇼핑행태 변화·낮아진 객단가 영향
전문가 "인천공항 임대료 줄이고 징수 구조 바꿔야"
인천국제공항에 입점한 면세점들의 임대료 산정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코로나19 이후 출국객이 급증하고 있지만, 면세 업계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인천공항공사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규선 동서울대학교 관광학과 교수는 11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항공·관광산업의 위기 진단과 해법 모색 : K면세산업을 중심으로' 세미나에서 "인천공항 면세산업의 회복을 위해 임대료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며 "면세점이 무너져 공항에 사람이 없다면 인천공항과 이용객 모두 피해를 보게된다"고 밝혔다.
외국인 쇼핑 행태 변화…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징수 구조 바꿔야
현재 인천공항의 임대료 구조는 인천공항 전체 출국객수에 객당 임대료를 곱해서 산정된다. 면세점 쇼핑객이 줄어도 출국객 숫자가 많아지면 임대료가 오르는 구조다. 이 때문에 면세 업황은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악화됐지만, 인천공항 전체 임대료는 빠르게 치솟았다. 지난해 인천공항 전체 면세점 임대료는 6445억원으로 2022년 1403억원 대비 5000억원가량 증가했는데, 이 기간 면세시장 매출액은 17조원에서 14조원으로 줄었다.
홍 교수는 "인천공항에 입점한 면세점들은 과도한 임대료 부담을 시내 면세점 매출로 보전하는 상황"이라며 "(임대료 부담 완화를 위해)여행객 수에 비례해 임대료를 징수하는 구조는 현 상황에서 지속할 수 있지 않으며 연령, 경로, 체류시간, 환승 여부 등을 고려해 차등 적용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면세산업이 침체에 빠진 것은 중국인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의 쇼핑 관광 형태 변화, 낮아진 객단가 등으로 인해 침체에 빠진 것으로 확인된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숙경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18~2019년 외국인 관광객 주요 쇼핑 장소 상위 5개를 꼽으면 로드숍, 공항면세점, 시내면세점, 동대문시장, 백화점 순이었지만 2024년에는 면세점이 포함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인의 관광객 상위 10개 업종을 보면 2019년에는 면세점의 비중이 63%에 달했는데 지난해에는 13%로 크게 낮아졌다.
실제로 외국인 면세점 관광객 수는 늘고 있지만, 면세점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관광객들은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면세점 관광객 중 면세품을 구매하는 고객 비율을 의미하는 외국인 관광객 구매 전환율은 2019년 114.4%에 달했지만 2023년은 54.6%, 2024년은 57%로 반토막 난 상황이다.
김 연구위원은 "현재 면세점 매출액이 2019년 수준에 도달하려면 전체 면세점 매출은 75%,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액은 39% 신장해야 한다"며 "개선 폭이 커야 하는 상황으로 외국인들의 쇼핑행태는 단기간에 거쳐서 개선이 이뤄지기는 어렵기 때문에 많은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인천공항 비항공수입 65%, 특단의 지원책 내놓을 때"

이어진 토론회에서도 면세점들의 상황이 어려운 만큼 인천공항 임대료를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고상동 영진사이버대학교 관광영어학과 교수는" 인천공항 면세점들의 울부짖음을 해소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하며 임대료 감면과 같은 특단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고 교수는 "인천공항이 세계 1, 2위 글로벌 최우수 공항으로 선정되고 눈부신 발전을 할 수 있던 것은 면세점의 재정적인 기여도가 상당했다"며 "자구책을 면세점 자체에 맡기더라도 임대료의 경우 전향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하게 말했다.
고 교수는 인천공항공사의 수익구조를 지적하며 비항공수익 비중을 장기적으로 하향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인천공항의 수익구조는 항공 수익 비중이 35%, 비항공수익이 65% 정도다. 비항공수익은 면세점 수수료와 부동산 임대료가 주를 이룬다. 영국 히드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독일 프라포트공항의 항공 수익 비중은 57~60% 정도다. 끝으로 그는 "적자를 면치 못하는 면세점 운영 형태를 그대로 방치한다는 것은 인천공항의 동력 상실을 가져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강석 한서대학교 항공교통물류학과 교수는 '공항경제권'을 언급하며 장기적으로 면세점들이 혜택받을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항 경제권이란 공항의 항공운송 네트워크와 연계해 새로운 경제가치를 창출하는 공항 중심의 산업생태계를 의미한다. 공항경제권을 구축해 조세, 부담금 감면 등 각종 혜택을 주게 되면 나아가 면세업자들도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교수는 "중앙정부, 공항공사, 항공사, 민간 등 협력적 거버넌스의 주체를 구성해 법률적인 지원을 받아 상호협력하는 방안이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공항 면세점들의 적자 누적을 해소하기 위해 임대료 조정(여객수 객당 임대로 산정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측 토론자와 인천공항공사 측은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면세 업황을 개선에 힘을 보태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윤근 국토교통부 항공정책과장은 "직접적으로 면세점 업계에 대해 역할을 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인천공항 임대료에 대해) 면세점 임대료, 부동산 임대 수익이 실적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성빈 인천국제공항공사 서비스차장은 "방안을 모색하고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제약이 있는 상황으로 새롭게 프레임을 짤 수 있는 제도와 법 개정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일부 사업자 특혜 우려 속 시내면세점 철수 가속화
일각에서는 인천공항 임대료를 낮추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면세업 전반에 대한 제도 개선 목소리가 아닌 일부 사업자에게만 혜택을 주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23년 입찰 당시 인천공항은 임대료 조정은 향후 없을 것이라고 안내한 바 있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면세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공항 임대료뿐만 아니라 (시내면세점을 포함한) 업계 전반의 제도 개선이나 정부 지원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가운데 적자 골이 깊어진 시내 면세점들 중심으로 수익성 개선을 위해 강력한 처방을 내리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면세업계에서 처음으로 거래 규모가 가장 큰 다이궁(중국인 보따리상)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했다. 매출이 크게 줄더라도 이익을 높이는 고강도 체질 개선 에 나선 것이다.
철수 소식도 들린다. 지난 1월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는 세관과 협의해 부산점 운영 특허권을 반납한다고 밝혔다. 2026년까지 영업할 수 있는 특허권을 받았지만, 실적 부진으로 조기 철수를 결정한 것이다. 당시 신세계 면세점은 인천공항과 서울 명동 본점 운영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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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면세점은 시내 면세점 효율성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업계에서는 현대면세점 동대문점의 적자 누적이 극심한 만큼 철수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인터넷면세점 운영을 위해서는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갖고 있어야 하므로 시내면세점을 모두 철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점 효율성 강화 방안에 대해 다양한 검토 중"이라며 "동대문점과 무역점 모두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철수를 논의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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