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직사회, 100년 전으로 회귀
200만 연방 공무원 중 10%가 '위험'
능력 대신 충성 요구 시대로
![[THE VIEW]엽관제 부활…트럼프의 '공무원 개혁'](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5031014502761515_1741585827.jpg)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 공무원 수십만 명을 해고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더 나아가 약 5만명의 계약 상태를 변경해 임의로 해고할 수 있도록 하려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연방 공무원들이 정치적 성향이나 트럼프에 대한 충성도에 따라 언제든 해고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현재 미국 연방 공무원은 총 200만명으로, 이 조치로 10% 이상이 해고되거나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놓이게 됐다. 현행 미국의 공무원 인사 제도는 능력주의에 기반하고 있어,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새로운 인사 정책이 역사적 퇴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약 100년 동안은 '엽관제(spoil system)'에 따라 연방 공무원을 고용했다. 이는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공직을 부여하는 정치적 후원 시스템이다.
사실 엽관제는 여러 민주주의 국가에서 여전히 발견되며, 우리나라에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국무총리는 대통령이 임명하고 해임할 수 있다. 다만 우리나라는 이러한 엽관제가 고위 공직에만 한정돼 있어 미국 초기의 광범위한 엽관제와는 차이가 있다.
과거 미국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고위직부터 하위직까지 공무원들이 대거 교체됐다. 링컨 대통령 시절에는 약 90%의 공무원이 해고되고, 그 자리는 링컨의 선거나 정당을 지원한 사람들로 채워졌다.
예상할 수 있듯, 능력이나 실적이 아닌 정치적 충성도에 따른 엽관제는 연방 공무원들의 전문성을 크게 저하시켰다. 특히 4년마다 정권이 바뀌면서 공무원들이 대거 교체되며 한 직책을 오래 맡아야만 얻을 수 있는 노하우와 경험적 지식이 축적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연방 공무원들은 무능력의 대명사가 됐고, 더욱이 엽관제는 부정부패를 만연하게 했다. 정당은 지지자들을 공무원으로 임명하는 대가로 그들의 월급 중 2~7%를 정당에 납부하도록 요구했다.
![[THE VIEW]엽관제 부활…트럼프의 '공무원 개혁'](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5031015015261540_1741586512.jpg)
결국 1881년 미국에서 제임스 가필드 대통령이 암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필드의 선거운동을 도왔지만 공직을 얻지 못한 한 지지자가 앙심을 품고 저지른 일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은 엽관제를 폐지하고 공무원 임용 시스템을 능력제 또는 실적제(merit-based)로 전환하는 법을 제정했다.
이후 공무원 개혁법을 통해 정치적 이유로 공무원을 해고할 수 없도록 추가적인 법적 장치도 마련됐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이와 같은 강력한 법적 장치는 없지만, 공무원 체계는 실적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은 유연한 해고 정책을 통해 성과가 낮은 공무원을 해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연방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약 40%가 성과가 낮은 공무원이 해고되지 않고 그들의 성과가 개선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행정학자와 사회학자들은 이러한 엽관제의 부활이 정치적으로 악용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트럼프의 정책에 반대하거나 비협조적인 공무원을 즉시 해고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법학자들은 엽관제가 헌법 정신에 위배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 공무원은 헌법에 대한 선서를 하고 국민의 세금으로 급여와 복지를 받기 때문에, 공무원의 의무는 단순히 대통령의 명령을 수행하는 것을 넘어 국민의 이익과 헌법 수호에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 의견과 전망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다수의 미국인은 공무원이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약 90%에 달하는 미국인들은 정치적 중립성을 갖춘 능력주의 공무원 체계를 원한다. 연방 공무원을 대거 해고하라는 트럼프의 행정 명령은 이미 큰 반발을 사고 있다.
트럼프는 최근 이와 같은 시대착오적인 조치를 여러 분야에서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제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아직 미흡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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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보영 美 인디애나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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