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과기정통부 장관도 인정한 '쉽지 않은 AI G2 꿈'](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5031321491467562_1741870154.jpg)
지난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렸던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25(MWC 2025)’의 모든 참가 기업 부스는 ‘AI(인공지능)’라는 글자로 뒤덮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MWC에서도 AI 기술이 소개되긴 했지만, 올해처럼 테크 산업 전체를 지배하는 핵심 의제는 아니었다. 모바일·통신 업계가 일제히 AI 혁신 경쟁에 뛰어든 모양새다.
현장에서 관찰한 한국의 입지는 예상보다 좁았다. 전시장 곳곳에 구현된 최신 AI 응용 사례들 속에서 국내 기업들의 존재감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삼성전자의 모습이 이를 단적으로 나타냈다. 지난해 ‘갤럭시 링’으로 혁신성을 인정받았던 한국의 대표기업은 올해 다소 수세적인 모습이었다. 안드로이드 확장현실(XR) 헤드셋 ‘프로젝트 무한’을 야심차게 선보였지만,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의 관심은 다른 데 있었다. 크고 무거운 무한 기기를 써보고 체험하는 대신 안경에 AI 기능을 담은 가볍고 편리한 안경을 삼성이 출시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먼저 나왔다.
반면 중국 기업들은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샤오미는 AI 비서로 차량을 제어하고 가전을 원격 구동하는 전기차 ‘SU7’을 선보였다. 이틀 동안 시승한 인원이 1200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아너는 스마트폰에 온디바이스 딥페이크 탐지 기능을 탑재해 AI 기술력을 과시했다.
3년 만에 현장을 방문한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소회는 냉정했다. "중국을 제치고 미국과 함께 AI G2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실제로 보니 그 간극이 예상보다 크다"는 고백은 현실을 직시하는 발언이었다. ‘GPU 확보’와 ‘인재 양성’을 강조한 장관의 메시지는 우리가 AI 경쟁에서 기초 체력부터 보강해야 함을 시사한다.
국내 통신사들은 이미 AI 시대 위기를 느끼고 서둘러 해외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와 협업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는 중이다. KT는 마이크로소프트와, LG유플러스는 AWS·구글과 손잡았다. SK텔레콤도 빅테크와 AI 데이터센터 공동 투자를 논의 중이다. 독자적인 생태계 구축보다 빅테크와 협력이 현실적 대안임을 인정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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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WC 2025는 화려한 AI 기술의 향연이었지만 한국에는 자기 위치를 재점검하는 계기였다. 바르셀로나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귀국길에 한국 기업인, 공무원, 언론인들의 발걸음은 천근만근이었을 것이다. 그 무거운 마음을 원동력 삼아 AI 데이터센터와 같은 인프라 확충과 AI 전문 인력 유입 같은 ‘AI 기본 자원 확보’부터 집중해야 할 때다. 그래야 내년 MWC에서는 올해 샤오미 전기차 ‘SU7’처럼 전 세계 관람객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제품이 한국 테크기업 부스에도 등장할 수 있다.
바르셀로나(스페인)=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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