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비엠이 최근 상승세를 보이면서 그동안의 부진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그동안 실적과 주가를 억눌렀던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미국 정책 불확실성 등의 변수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만큼 증권가에서는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은 올들어 지난 24일까지 주가가 28.12% 상승했다. 지난해 11월말 이후 처음으로 14만원선에 올라섰다.
잘나가던 에코프로비엠, 전기차 캐즘에 발목
에코프로비엠은 국내 1위 양극재 생산업체다. 전기차 시장 확대 기대감에 국내 증시에서 가장 주목받는 종목으로 떠올랐고 코스닥 시가총액 1위에 오르는 등 승승장구했다. 2021년 194.42%, 2023년에는 212.7%나 오르며 명실상부한 코스닥 대장주로 거듭났다. 하지만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가 불거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실적은 기대에 못미쳤고 주가는 부진했다. 지난해 영업손실 402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고 주가는 약 62% 하락했다. 코스닥 시총 1위 자리는 알테오젠에 내주고 2위로 물러났다.
최근에는 신용등급 전망도 하향 조정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11일 에코프로비엠의 장기신용급등을 'A'로 유지하고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 낮췄다. 신호용 나신평 책임연구원은 "비우호적 업황 전환으로 에코프로 계열 전반의 저조한 영업실적 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수익성 하락 시기 운전자금 및 설비투자(CAPEX) 부담 가중으로 현금흐름 적자가 확대되며 재무안정성이 저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한국기업평가도 에코프로비엠(A)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시장의 관심은 에코프로비엠이 언제쯤 부진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는 전기차(EV)용 중심 양극재 판매량 증가 및 재고평가환입 등으로 적자폭이 축소될 것"이라며 "하반기로 갈수록 전방 수요 회복에 따른 가동률 상승이 기대되며 메탈 가격 안정화로 매분기 증익 추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상 대비 전방 수요 회복 강도가 강할 것으로 보여 2025년 출하량 전망치를 기존 7만7000t에서 8만3000t으로 상향 조정했다"면서 "2025년 회복은 NCM(니켈·코발트·망간)이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NCM 최종 고객사는 2024년 하반기 재고 소진 및 2025년 유럽 이산화탄소 규제 대응을 위한 신차 출시를 앞두고 있어 재고축적이 필요하다.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수요는 하반기 개선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약 2건의 신규 수주 확보를 통해 특정 완성차 제조업체(OEM)에 대한 의존도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NH투자증권은 이같은 전망을 반영해 에코프로비엠의 목표주가를 16만5000원으로 기존 대비 10% 상향 조정했다.
iM증권도 에코프로비엠이 올해 점진적인 실적 회복을 통해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원석 iM증권 연구원은 "올해 매출액은 3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7% 증가하고 영업이익 830억원으로 흑자 전환할 것"이라며 "1분기에도 고객사들의 재고 소진과 신차 출시 효과 등으로 영업이익 15억원으로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회복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시장 여건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안회수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출하량 전년 대비 21% 성장, 가동률 약 45%로 가이던스 대비 보수적으로 가정한다"면서 "NCM 제품은 포드, 닛산 신모델 출시와 함께 볼륨이 성장하겠으나 미국 정책 불확실성으로 드라마틱한 기대는 어렵다. NCA 제품은 유럽 스텔란티스 물량이 빠지기 때문에 유럽 정책 보조금이 부활하지 않는 이상 성장에는 어려운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코스피 이전 상장 앞뒀으나 밸류에이션 부담
유가증권시장 이전 상장도 최근 주가 강세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11월 한국거래소에 코스피 이전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하고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에코프로비엠 측은 지난 11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코스피 이전 상장은 현재 거래소 상장 심사를 진행 중으로 이른 시간 내 상장 절차가 완료될 수 있도록 소통하고 있으나 심사 일정이 다소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어 올해 1분기말 전후로 승인이 완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옮기는 것은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다. 기업가치 재평가, 투자자 저변 확대 등을 통한 수급 개선 효과 등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주가 상승 여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원석 연구원은 "현 주가는 2026년, 2027년 예상 실적 기준 각각 주가수익비율 69.0배, 31.2배 수준으로 전세계 이차전지 셀, 소재 업종 내 밸류에이션이 가장 높은 업체 중 하나"라며 "1분기말 전후에 코스피 이전 상장이 확정될 경우 패시브 자금 유입으로 인해 단기적인 주가 상승세가 나타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밸류에이션의 상승 여력이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돼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보수적인 의견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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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1분기 말 코스피 이전 상장을 목표하고 있어 수급에 따른 주가 변동성은 클 것으로 예상되나 추세적인 주가 상승은 제한적"이라고 내다봤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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