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43분간 교섭단체 대표연설
국민소환제, 30조 추경 등 추진 의사 밝혀
여당 의원들 반발…李에 "너나 잘하세요"
"민주적 공화국의 문을 활짝 열겠습니다. 그 첫 조치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도입하겠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 추진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국회 본회의장에 참석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인카드 쓴 것부터 토해내고 이야기하라"며 냉소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날 이 대표는 국민소환제 외에도 3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 선포 등 다양한 화두를 던졌지만 야당은 박수치고, 여당은 야유하며 극명하게 대치했다.
이 대표가 이날 국민소환제 도입 의사를 밝힌 것은 국민 주권을 앞세워 정치개혁 이슈를 선점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조기 대선 국면을 앞두고 '광장 여론'을 가져오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이 대표 말이 끝남과 동시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이 반발하는 등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장내 혼란이 계속되자 이 대표는 "방해하지 않으면 더 빨리할 것"이라며 "내일 (국민의힘) 대표 말씀하실 때 조용히 들어드리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표는 이날 방청 온 시민들을 언급하며 "초등학교 학생들도 와서 보고 있다고 하지 않나"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 대표는 여야 의견차가 심한 주 52시간 이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대표는 "우리는 OECD 국가 중 장시간 노동 5위로 OECD 평균보다 한 달 이상 더 일한다"며 "창의와 자율의 첨단기술사회로 가려면 노동시간을 줄이고 ‘주 4.5일제’를 거쳐 ‘주 4일 근무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대해서도 여당 의원들이 "유연화"를 외치며 비판하자, 이 대표는 대본 없이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여당 의원들을 향해 "품격을 좀 지키시라"며 "노동시간 늘리지 않고 유연화하되 심야노동, 연장노동, 주말노동을 하면 그에 따른 대가는 지급한다고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 "원고나 빨리 읽으라"는 목소리가 나오자 이 대표는 "기다리세요"라고 받아쳤다.
연금개혁을 두고도 여야 입장차가 드러났다. 이 대표는 "보험료율 13%는 이견이 없고 국민의힘이 제시한 소득대체율 44%는 민주당의 최종안 45%와 1% 간극에 불과하다"며 "당장 합의 가능한 부분부터 개혁의 물꼬를 틔워보자"고 제안했으나 여당에선 "누가 44%를 주장하느냐"며 인식차를 보였다.
이 대표는 이외에도 "최소 30조원 규모의 추경을 제안한다"며 "추경 편성에 꼭 필요하다면 특정 항목을 굳이 고집하지 않겠다"고 말했으나 역시 여당 의원들은 "예산 삭감한 거 기억 안 나느냐"며 비판했다. 이 대표가 연설하는 약 43분 동안 여야 의원들은 때때로 서로 비난하며 공격했다. 일부 여당 의원들은 먼저 자리를 뜨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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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는 이날 각종 현안을 둘러싼 입장차만 재확인하며 추후 국정협의회 등 여·야·정 협의가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이 대표가 "우리가 만들어갈 변화는 너무 크고 막중해서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우리 국민의힘 의원들께서 함께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하자 한 여당 의원은 "너나 잘하세요"라고 응수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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