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고령가구의 절반 가까이는 은퇴 후 최소생활비를 충당할 만한 소득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적금을 비롯한 금융자산만으로 현 소비를 대체할 수 있는 가구는 불과 35%에 그쳤다. 초고령사회 가속화에 대응해 현재 가입률 1%대에 불과한 주택연금제도를 개선하고 사적연금 활용도를 높이는 등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자본시장연구원이 발간한 '자본시장포커스'에 따르면 2021년 재정패널조사(NaSTaB)를 기반으로 가계 총소득이 가구가 응답한 최소생활비에 미치지 못하는 고령가구는 전체의 약 46%를 차지했다. 현재 보유 중인 부동산 또는 금융자산을 연금화할 경우 현 소비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고령가구는 각각 64%, 35%였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민기 자본시장실 연구위원은 "금융자산만으로 미래 소비를 유지할 수 있는 고령가구는 전체의 3분의 1에 불과하다"며 "우리나라 고령가구는 연금과 같은 유용한 노후 소득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초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가 향후 금융시장과 경제 전반의 위기 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 힘을 싣는 요소다. 현재 고령가구의 자산 60% 이상은 상대적으로 처분 및 활용이 어려운 부동산 등 실물자산으로 확인됐다. 금융자산의 경우 상당 부분이 예·적금이었다. 주식,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이나 연금자산의 활용도는 극히 낮았다.
김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높은 반면 빈곤율도 높게 나타나는 것은 이들의 노후소득원이 충분하지 않음을 시사한다"며 "고령가구가 보유한 실물 및 주거자산을 효과적으로 연금화해야 어느 정도 노후소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을 포함해 전체 자산을 연금화할 경우 현 소비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고령가구는 약 74%였다.
이에 따라 ▲주택연금제도 개선 및 활성화 ▲고령가구의 금융자산 활용도 제고 ▲청년 및 중년 세대의 퇴직자산 축적 유도 등 정책 당국의 제도적 환경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우리나라는 2024년 12월 기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초과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상태다.
먼저 55세 이상의 소유자가 집을 담보로 잡힌 채 해당 집에 거주하며 매달 생활자금을 받는 주택연금제도는 고령가구의 부족한 노후소득을 다변화할 수 있는 수단으로 평가되지만 현재 가입률은 1%대로 매우 낮다. 김 연구위원은 "가입이 저조한 원인을 면밀히 분석해 가입자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한편 주택연금의 적절한 유동화를 통해 위험을 분산하고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고령층의 금융자산이 여전히 예·적금에 쏠려있는 만큼 이들에게 적합한 중저위험 금융투자상품 활용도를 제고하고, 맞춤형 금융교육 등을 통해 서비스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동시에 즉시연금 상품의 다양화 등을 통해 금융자산의 안정적 운용을 지원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마지막으로 김 연구위원은 "현재의 청년, 중년 세대의 퇴직자산 축적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해 퇴직연금, 개인연금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미래 고령층의 노후 소득원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재 사적연금 기여금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간 국내 고령가구의 항상소득이 부족한 주요 요인으로는 사적연금의 낮은 활용도가 지적돼왔었다. 그는 "기적립된 퇴직연금 수익률의 향상, 사전지정 운용제도의 개선 등을 통해 근로자의 퇴직자산이 효과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제도적 환경을 정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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