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30개 도서관 중 20곳만 운영
복합문화공간 형성에 학습실 줄어
비싼 스터디카페 이용료에 원성
강의실·동아리실 대부분 시간 방치
"공부할 공간도 없고, 또래 친구들도 없고 도서관 보단 스터디카페서 공부하는 게 편해요."
4일 오전 광주 서구 풍암동 서빛마루도서관.
서빛마루 문화예술회관 4층에 마련된 이 도서관 종합자료실에는 약 30여개의 좌석이 마련돼 있었다. 좌석은 대부분의 어르신이 앉아 책을 읽고 있었고, 공부하는 학생들은 3~4명 남짓이었다.
이 도서관에는 열람실(학습실)이 따로 없다 보니 서재 옆에 마련된 공간에서 시민들이 책을 읽거나 공부를 했다. 한 어르신은 인터넷 서핑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한편, 또 다른 어르신은 신문과 책을 번갈아 읽고 있었다.
좌석은 오전 일찍부터 금세 차 앉을 자리가 없었다. 중학생으로 보이는 한 학생은 도서관 문을 열고 좌석을 둘러보다 자리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바로 나오는 모습도 보였다.
풍암동에 거주한다는 김기현(71) 씨는 "경로당을 가기에는 아직 젊고, 텃세도 있기에 도서관을 자주 이용한다"며 "책뿐만 아니라 인터넷, 신문 등 여러 문화 활동을 즐길 수 있어서 자주 온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남구 주월동 푸른길도서관.
이곳도 마찬가지로 열람실은 따로 없었고, 책을 읽을 공간은 종합자료실 내부 좌석 20여개와 강의실 등이 전부였다. 이 도서관은 열람실 대신 동아리방과 문화 교실, 시청각실 등으로 구성되는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좌석에선 어르신들이 독서대에 책을 펴놓고 있었고, 20·30세대 등 젊은 층은 찾기 힘들었다.
일부 시민은 종합자료실과 비교해 비교적 소음이 적은 빈 강의실에서 공부하고 있었지만, 이마저도 3명에 그쳤다.
드물게 도서관에서 보이는 학생들은 무료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장점에 도서관을 이용하고 있었다.
전공과 관련 자격증 공부를 하던 대학생 정모(23) 씨는 "도서관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 자주 찾는데,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가끔 찾는다"며 "주변 친구들을 보면 예전에는 도서관을 자주 이용했지만, 이젠 카페 등에서 주로 공부한다"고 말했다.
반면, 인근에 있는 한 스터디카페는 시간당 일정 금액을 지불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좌석이 70% 이상 차 있었다.
특히 10대로 보이는 학생들이 스터디카페를 주로 이용했고, 어르신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장모(15·여) 양은 "집 근처에 도서관이 있지만, 학습할 만한 공간이 따로 없고 좌석도 협소해서 불편하다"며 "스터디카페가 비싸긴 하더라도 대체재가 없다. 자유롭게 자리를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만 생각하고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 등에 따르면 광주지역 30개 공공도서관 중 열람실(학습실)을 운영 중인 도서관은 20개다.
광주시립도서관의 경우 모두 열람실이 마련됐으나, 시교육청이 운영하는 도서관 1개와 구립도서관 21개 중 9개는 학습실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았다.
이처럼 열람실이 줄어든 데에는 도서관이 단순 공부를 하고 책을 읽는 공간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기 때문이다. 입시생과 취준생 등이 공부하던 도서관은 최근 다양한 외국 문화, 인터넷 강좌, 문화·동아리 활동 등을 접할 수 있도록 바뀌고 있다.
때문에 10대 학생과 20~30대 취준생은 스터디 카페로 몰리고 있으나, 시간당 2,000~3000원, 1개월권 10만원 등의 값을 지불해야 한다. 이로 인해 열람실의 공간을 줄이고 강의실과 세미나실을 마련했지만, 대부분 시간 방치된 등 실용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 최근 광주지역 한 도서관에선 '열람실 공간을 따로 마련해달라'는 취지의 민원이 제기되면서 기존에 없던 열람실을 운영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광주시 관계자는 "열람실 공간은 언제는 다시 만들 수 있지만, 10대 학생과 20대 취준생 등 젊은 세대들이 주로 카페를 이용하기 때문에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고자 학습실 공간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데도 대부분 도서관에서 열람실을 운영하고 있다. 민원이 제기된다면 언제든 운영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호남취재본부 민찬기 기자 coldai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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