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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트럼프發 '파리협정 탈퇴'…세계 기후대응 뒷걸음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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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는 사기’라고 주장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이후 전 세계적 기후 대응이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후 대응은 일종의 전 세계적 ‘팀플(팀플레이)’인데, 세계에서 두 번째로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이자 최강대국인 미국이 환경 규제에서 후퇴하면서 그간 눈치를 보던 국가, 기업들도 줄줄이 미국의 뒤를 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취임 직후 파리기후변화협정(파리협정) 탈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기후 위기를 부정하고 청정에너지를 부정적으로 보는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첫 임기 때도 기업 활동에 방해된다며 파리협약 탈퇴를 선언한 바 있다. 이번 대선 선거 운동 과정에서도 조 바이든 행정부의 청정에너지 정책을 비판하고, ‘그린 뉴딜’을 ‘그린 뉴 스캠(신종 녹색 사기)’이라고 불러왔다. 취임 연설에서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을 외치며 ‘국가적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미국이 석유 및 가스 탐사의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라고 주장했다.

[글로벌 포커스]트럼프發 '파리협정 탈퇴'…세계 기후대응 뒷걸음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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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협정은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에서 채택된 국제 협정이다. 전 세계 195개국이 협정에 서명해 채택됐다.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2도 이하로 유지하고, 나아가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 2050년까지 탄소중립(넷제로) 달성을 목표로 한다.


미국은 2016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당시 파리협정에 가입했지만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에서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한 뒤 2020년 11월 정식 탈퇴했다. 이후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직후 재가입했다. 이번 탈퇴 행정명령이 공식화되기까지는 약 1년이 걸린다.


미국의 탈퇴가 전 세계적인 기후 변화 대응 추세를 뒤집을 수는 없지만 기후 대응 속도가 지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연합(EU)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59억6000만t(이산화탄소 환산량)으로 전 세계 배출량의 11%에 달한다. 파리협정은 법적 구속력이 아닌 자발적 참여를 전제하는데 미국이 파리협정에서 탈퇴하면 다른 주요 탄소 배출국들도 탄소 절감을 위해 노력할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르지트 싱 사타트 삼파다 기후재단 이사는 탈퇴 행정명령에 대해 "단결과 긴급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기후 변화에 대한 집단적 투쟁을 약화시킨다"며 "이번 결정은 개발도상국들에 가장 가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BBC 방송은 "이번 철수는 기후 변화가 정부의 우선순위 목록에서 밀려남에 따라 배출량을 제한하려는 전 세계적 노력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아르헨티나 등 미국의 발자취를 따를 나라도 있다"고 했다.


아직 연이은 파리협정 탈퇴 선언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실제로 기후 변화 대응에 앞장서던 유럽연합(EU)에서 정책적 후퇴 조짐이 보인다. EU 경제가 침체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복귀해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 정책을 뒤집고 EU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같은 상황에 EU만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 기업 경쟁력을 잃고 경제적 부담이 가중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지난달 22일 유럽의회 연설에서 2025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한 법안 ‘그린딜’을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지난 5년간 EU가 도입한 일부 환경 규제로 오늘날 소비자와 기업이 엄청나게 높은 에너지 가격에 직면했으며 이로 인해 미국과 중국 대비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프랑스 극우 국민연합(RN)의 대표인 조르당 바르델라는 최근 중도우파 유럽인민당(EPP)의 만프레드 베버 대표에게 힘을 합쳐 EU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저지할 것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책임을 강화하는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 규제 범위 축소 제안서를 EU 집행위원회에 전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폴리티코는 프랑스 정부가 기업에 인권·환경 실사를 요구하는 공급망실사지침(CSDDD)을 무기한 연기하고 CSRD는 2년 연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독일 정부는 기업의 부담을 이유로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에게 CSRD 규제 범위와 보고 항목을 축소하고 시행을 2년 연기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앞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출신 마리오 드라기 전 이탈리아 총리도 ‘EU의 미래 경쟁력’에 관한 자문 보고서에서 CSRD와 CSDDD를 규제 부담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유럽 집행위원회는 이달 26일까지 CSRD 규제 관련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적용 범위를 제한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유럽에서 ESG 추진이 후퇴하는 현상은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시대의 기후 정책을 폐기하고, 화석 연료 생산을 늘리며, 전통 동맹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하며 나타난 새로운 정치적 현실과 맞물려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뒤를 이어 파리협정 탈퇴를 본격 검토하는 국가도 있다.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로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미국처럼 파리 협정을 탈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실제로 그는 지난달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에서 기후 위기 대응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며 파리협정 탈퇴를 암시하는 연설을 했다.

[글로벌 포커스]트럼프發 '파리협정 탈퇴'…세계 기후대응 뒷걸음질 로이터연합뉴스

기업들도 더는 기후를 최우선 과제로 두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월가 은행들이 기후 대응 대열에서 대거 이탈했다. 까다롭고 실무적으로 어려움이 큰 데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모난 돌이 정 맞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사 중 기후 대응에 가장 앞장서던 블랙록은 지난달 고객에게 넷제로 애셋 매니저 이니셔티브(NZAMI)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했다는 서한을 보냈다. NZAMI는 기업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 등 영향력을 행사해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지지하는 자산운용사의 모임이다. 자산운용사 약 325곳을 회원사로 두고 있으며 57조5000억달러(약 8경4439조원) 규모 자산을 운용한다.


블랙록은 2020년 ‘기후 위험은 투자 위험’이라는 입장을 밝힌 뒤 미국 보수 정치인들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됐다. 이들은 블랙록이 일련의 진보 의제에 대한 각성을 뜻하는 ‘워크(woke·깨어있음)’ 정책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화석 연료 기업 투자에 부정적이란 이유로 미국 11개 주에서 고소당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골드만삭스를 시작으로 웰스파고, 시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모건스탠리, JP모건앤체이스 등이 넷제로은행연합(NZBA)에서 이탈한 바 있다.


호르텐스 비오 모닝스타 서스테이널리틱스 지속가능투자 연구책임자는 블랙록이 오래 버텼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으로 압력이 너무 커졌다며 "(블랙록이) 넷제로 이니셔티브를 중단하는 마지막 금융기관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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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향하는 가운데 월가는 기후 금융에 대한 더 많은 공격에 대비하고 있다"며 "월가가 공화당의 압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욕구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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