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연초보다 22% 상승
업황 개선 기대 주가에 반영
건설 경기 불황에도 주요 건설사들의 주가가 출렁이고 있다. 실적 반등에 대한 긍정적인 관측과 해외에서 대형 수주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현대건설의 종가는 3만1050원으로 연초 대비 22% 상승했다. 지난달 24일에만 6% 넘는 오름폭을 기록했다. 주당 3만원 선을 넘어선 데 그치지 않고 3만1500원까지 뛰었다.
이 같은 상승세는 현대건설의 실적 흐름과는 상반된다. 현대건설은 연결 기준 지난해 영업손실 1조220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01년 이후 23년 만의 영업적자다. 예상치인 영업이익 5781억원을 훨씬 밑돌았다.
대우건설도 실적 전망은 어두운데 주가는 상승세다. 올 초부터 현재까지 주가는 9% 올랐다. 그런데 지난해 영업이익(3571억원)은 전년 대비 46.1%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도 10% 넘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DL이앤씨의 영업이익도 17.9% 감소한 2717억원을 기록할 전망인데, 주가는 연초보다 오히려 2.1%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현대건설의 적자는 자회사의 일시적 비용 증가를 선반영한 영향이 크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정유공장,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 가스전 등 해외 플랜트 사업에서 대규모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는데, 이를 재무상 우선 반영하면서 적자가 발생하게 됐다. 이와 관련해 이은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 주요 현장에서의 비용 반영으로 당분기 영업적자가 발생했으나, 선제적인 비용 반영으로 올해 수익성 개선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관측했다.
올해 해외 수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도 주가를 높였다. 대우건설이 시공 주간사로 참여하고 있는 체코 상용 원전 건설사업의 경우 올해 3월 최종 계약이 예상된다. 체코 정부는 사업비로 약 24조원을 예상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최근 '2024년 해외건설 수주분석과 2025년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 건설시장을 지난해 대비 6.4% 성장한 약 15조6000억달러로 예측하면서 해외건설 수주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중동 지정학 불안 해소,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가능성 등은 해외건설 시장의 불확실성 해소 차원에서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며 "우호적인 발주 환경 속에 우리 기업의 수주 확대를 위해서는 국내 정치적 불안 해소와 더불어 지난해 발표된 투자개발형 사업 활성화 방안 등 정책의 지속성이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GS건설 지분을 5% 이상 보유했다고 공시한 것도 이런 기대감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블랙록은 '단순투자 목적'으로 GS건설 지분 5.02%를 보유하고 있다고 지난달 21일 공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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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워낙 건설업의 시장 상황 좋지 않았는데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이런 시기가) 지나가는 모양새가 반영된 것 같다"며 "국내 건설 경기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재건 등 해외 수주 기대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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