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0일(현지시간) 공식 출범했지만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한미 정상외교는 한동안 공백이 이어질 전망이다. 대북 이슈, 한미 동맹 등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자칫 ‘외교 골든 타임’을 실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미국 내각도 빠르게 구성될 전망이다. 특히 미국의 외교 정책을 총괄하게 될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이 이날 트럼프 2기 행정부 내각 후보자들 중 처음으로 상원 인준을 통과했다. 루비오 장관은 ‘힘을 통한 평화’란 슬로건을 내건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정책을 이끌게 된다.
한국으로서는 무엇보다 북미 대화 움직임 재개 가능성이 초미의 관심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북한을 ‘핵 보유 세력(nuclear power)’이라 칭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매우 우호적이었고 그는 나를 좋아했다"며 "그가 내가 돌아온 것을 반기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2기 행정부 관련 인사들은 북한에 대해 ‘핵 보유국’이란 인식을 여러 차례 내비쳤다. 루비오 장관도 후보자 당시 청문회에서 ‘불가역적인 비핵화는 환상’이라는 지적에 "더 광범위하게 대북 정책을 살펴봐야 한다"고 발언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지명자는 서면 답변서에서 북한을 아예 ‘핵 보유국’으로 칭했다. 이는 미국의 대북 정책이 과거 ‘불가역적 비핵화’에서 ‘핵 군축’으로 대대적 전환을 앞두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이날 통일부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한미 양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에 대해 확고하고 일치된 입장을 견지해 왔다"며 "미국의 새 행정부와 긴밀한 한미 협력체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이 큰 변화를 앞둔 가운데 한국의 정상 리더십 공백은 더욱 우려를 낳고 있다. 자칫 한국 패싱 가능성도 거론된다. 공교롭게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1기 행정부에 이어 이번 2기 행정부도 한국 대통령 대행체제 시기에 출범했다. 2017년에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열흘 만인 1월30일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와 첫 통화를 가졌다. 이날 미국 워싱턴 D.C. 연방의회 의사당 로툰다 홀에서 개최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한국 정부 인사는 조현동 주미대사뿐이다.
정부는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내달 초께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추진할 방침이다.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조기 방미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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