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 연꽃테마파크에서 부천 소사역까지 14.9㎞
경기둘레길의 시흥 54코스는 시흥 연꽃테마파크에서 호조벌을 거쳐 부천 소사역까지 이어지는 14.9㎞의 길이다. 연꽃을 보며 시작해 도심과 산을 모두 걸을 수 있다.
출발지인 시흥 연꽃테마파크는 관곡지에 핀 연꽃이 절경이다. 시흥에는 연성(蓮城)이라는 지명을 쓰는 곳이 있는데 관곡지의 연꽃이 널리 퍼지자 이 지역을 연성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관곡지에서 가장 아름다운 연꽃을 볼 수 있는 시기는 8월이다. 여름밤이면 활짝 핀 연꽃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몰려든다.
연꽃테마파크에서 나와 보통천 물길을 따라 걷다 보면 호조벌을 만난다. 호조벌은 300년 전 조선 경종 때 바다를 막아 만든 간척지다. 백성을 구휼하기 위해 만든 농경지로, 여의도 면적의 2배에 이르는 시흥시 최대 곡창지대다. 매년 10월이면 선현의 지혜를 기리기 위해 주민들을 중심으로 호조벌 축제도 열린다.
물길을 따라 걷는 걸음은 신천동 도심구간을 지나 숲길에 들어서게 된다. 소래산이다. 해발 299m의 산인데, 이름은 시흥이 시로 승격되기 전 소래읍이었던 데서 따서 지어졌다. 소래라는 이름에는 설이 많다. 지형이 소라처럼 생겨서라는 설, 냇가에 소나무가 많아서 '솔내'라고 부르다가 소래가 되었다는 설, 지형이 좁은 곳이어서 우리 말로 좁다는 의미인 ‘솔다’에서 유래했다는 설, 백제가 나당연합군과 싸우던 시절 당나라 소정방이 중국 산둥성 래주(萊州)를 출발해 이곳에 머물렀기에 소정방과 래주에서 한 글자씩 따왔다는 설 등이다.
소래산에 오르면 맑은 날에는 육안으로 서울 시내와 서해가 내려다보인다. 소래산을 대표하는 유산은 마애보살 입상이다. 정상을 향해 산을 오르다 산 중턱에서 장군바위로 불리는 거대한 암벽에 부처의 모습을 새긴 높이 14m의 마애보살 입상을 만난다. 균형 잡힌 신체, 각진 얼굴, 양어깨를 덮은 옷, 머리에 쓴 원통형 보관에 새긴 덩굴무늬가 특징이다. 고려 시대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천 년 동안 소래산을 지킨 불상이다. 오랜 세월 풍파로 선은 희미해졌지만 선조들의 예술혼과 불심은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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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래산에서 출렁다리를 건너 숲길을 나가면 목적지인 소사역이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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