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뉴스룸 인터뷰
SK하이닉스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기술 개발과 양산을 책임지고 있는 최우진 P&T담당 부사장은 19일 자사 뉴스룸을 통해 "HBM 개발과 양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임 투 마켓(Time to Market·적기 시장 공급)"이라며 "시장 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기술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부사장은 2019년 3세대 HBM2E에 MR-MUF(Molded Resin-Metallic Underfill) 기술을 최초로 도입했다. SK하이닉스가 쓰는 MR-MUF 기술은 D램 칩을 쌓은 뒤 각 칩 사이에 액체 형태 보호재를 주입하고, 열을 가해 칩을 안정적으로 연결·고정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은 열 방출과 내구성을 높이는 동시에 생산 수율을 개선하는 데 기여했다. 최 부사장은 MR-MUF 기술을 한 단계 고도화한 '어드밴스드 MR-MUF' 기술을 개발해 4세대 HBM3 12단과 5세대 HBM3E 양산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최 부사장은 지난 7일 제48회 국가생산성대회에서 국가생산성대상 동탑산업훈장을 받았다. HBM 패키징 기술 혁신으로 열과 압력 문제를 해결하고 생산 수율과 품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최 부사장은 "시장 상황과 고객 요구를 빠르게 파악하여 대응하는 것은 기본"이라며 "SK하이닉스가 HBM을 통해 AI 메모리 시장을 선도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준비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AI 여파로 빠르게 변하는 반도체 산업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의 유연성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전통적인 탑다운(Top-Down) 방식 대신 현장 전문가와 실무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수평적 의사결정 구조를 도입했다.
최 부사장은 2022년 시작한 반도체 시장 침체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운턴 태스크포스(TF)에 합류해 프리미엄 제품군 생산을 확대했고, 공정 효율을 개선하며 원가 절감 방안을 마련했다. 또한 지난해부터 AI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자 추가 투자를 하지 않고도 공정 간 생산 조정을 통해 HBM 물량을 기존 대비 두 배 이상 증산하는 데 성공했다.
미·중 무역 갈등과 일본의 수출 규제로 공급망 불안이 커졌을 때 최 부사장은 국산화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2019년 패키징 분야 협력사들과 함께 업계 최고 수준의 국산 장비를 개발하고, 도금액과 접합 소재 등 해외 의존도가 높은 품목들을 국산화했다. 이는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국내 반도체 업계 전체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최 부사장이 이끄는 P&T(Package&Test) 조직은 반도체 생산공정 중 후(後)공정에 해당하는 패키징과 테스트를 담당한다. 팹에서 전(前)공정을 마친 웨이퍼를 고객이 사용할 수 있는 제품 형태로 패키징하고, 고객이 요구하는 수준에 적합한 품질인지 테스트해 신뢰성까지 확보하는 역할이다. MR-MUF와 D램에 미세 구멍을 뚫어 칩들을 수직관통전극으로 연결하는 기술인 TSV 같은 패키징 기술은 SK하이닉스 HBM 경쟁력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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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부사장은 마지막으로 "생산성 향상과 기술 혁신 후에 발생하는 변곡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마지막까지 품질 향상에 대해 깊이 고민하기를 바란다"며 "HBM을 통해 증명했던 저력, 그 이상을 발휘하면서 기술과 품질이라는 기본을 잊지 않고 도전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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