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P·테슬라 수천명 칼바람
애플도 코로나 이후 첫 감원
SAP 8000명, 페이팔 2500명, 마이크로소프트(MS) 1900명, 구글 1000명.
올해 들어 감원 태풍이 불어닥친 빅테크(대형정보기술기업)들이다. 인공지능(AI) 패권을 잡기 위한 빅테크 간 ‘쩐의 전쟁’이 태풍의 시작점이다. AI에 자원을 집중하기 위해 기존 인력을 재편하면서 대량 해고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기차 판매 부진으로 고전하는 테슬라는 전 세계 인력 10%를 감축하기로 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15일(현지시간)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 테슬라 전 세계 직원 수는 14만473명으로 감원 규모는 1만4000명 안팎이 될 전망이다. 이번 감원 대상에는 머스크와 함께 테슬라 주요 경영진 4명 가운데 한 명인 드루 배글리노 수석부사장, 로한 파텔 공공정책·사업개발 부문 부사장 등이 포함됐다.
‘감원 무풍지대’로 꼽히던 애플도 칼바람은 피하지 못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애플카와 스마트워치 프로젝트에서 600명 이상의 직원을 해고했다. "해고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선을 그어왔던 팀 쿡 애플 CEO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선 것.
연초부터 빅테크들의 굵직한 감원 소식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온라인 결제서비스업체 페이팔은 2500명을 해고할 계획이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기술직과 광고직 직원 1000명 이상을 감원한 데 이어 유튜브에서도 100여개 일자리를 없애기로 했다. 전자상거래업체 이베이도 정규직 인력의 9%인 1000명을 해고할 예정이다. 숏폼 메신저 ‘스냅챗’을 운영하는 스냅은 1분기 내로 전체 직원의 10%인 500여명을 감축한다고 밝혔다.
미국 고용 정보 사이트 레이오프에 따르면 올해 들어 2월까지 감원을 진행한 현지 IT 기업은 총 138곳이다. 감원 규모는 3만4000여명에 달한다. 통상 빅테크는 연간 사업 계획을 세우는 연초에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그러나 올해 감원은 계절적인 요인보다 전략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가장 큰 이유는 AI에 자금과 인력을 집중하기 위한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올 초 실적발표에서 "인건비를 통제해야 AI에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역시 지난 1월 사내 공지를 통해 "우선순위(AI)에 투자하기 위한 역량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어려운 선택(감원)을 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AI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인력을 대거 내보내는 것이다.
AI인재는 몸값이 이미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태다. AI 인력 몸값은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오픈AI는 구글의 AI 핵심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의 연봉과 최대 1000만달러(약 135억원)에 달하는 주식 패키지를 제시했다. 올 1월 기준 박사급 AI 연구원에게는 86만5000달러(약 11억7000만원)의 연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급 전문가라고 불릴 만한 이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머스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에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미친 인재 전쟁"이라며 "오픈AI가 공격적으로 테슬라 직원들에게 이직을 제안하고 있어 보상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인력 외에 반도체 등 AI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실탄 마련도 벅차다. 빅테크는 자체 AI 모델을 넘어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AI 반도체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AI 생태계를 넓히기 위해 스타트업에 조 단위 투자도 하고 있다. 지난달 아마존이 오픈AI 대항마로 꼽히는 앤스로픽에 27억5000만달러(약 3조7000억원)를 투자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해 12억5000만달러(약 1조7000억원)에 이은 후속 투자다. MS, 엔비디아 등은 AI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AI에 7억달러(약 9400억원)를 베팅하기도 했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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