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 산업의 틀을 깨는 AI발 대전환
"HBM 공급 제약 속 2028년까지 호황"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반도체 종목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시장 일각에선 "지금이 고점 아니냐"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증권가에선 반도체 업황의 '피크아웃(고점 통과)' 논쟁이 사실상 종결되고, AI 수요를 중심으로 구조적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 확장 국면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폭발적 수요와 강력한 공급 제약의 조화
교보증권에 따르면 최근 최보영 연구원은 '반도체 고점논쟁의 종말, 밸류에이션 확장의 시대'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산업이 과거의 경기 순환 모델을 벗어나 AI 혁명이라는 거대한 패러다임 변화를 맞이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실적 가시성과 이익의 질이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단계에 진입한 만큼, 단기 이익에 기반한 주가수익비율(PER)보다는 기업의 본질적 자산 가치와 업황의 중장기 변화를 반영하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을 통해 기업 가치를 재평가해야 한다고 짚었다. PER이 반도체 업종에선 오히려 혼동을 주는 숫자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연구원은 "반도체는 전형적인 사이클 산업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같은 주문형 생산 확대에도 불구하고 수요와 공급의 시차 때문에 호황과 불황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며 "오는 2027~2028년경에는 빅테크 기업들이 누적된 대규모 투자에 따른 감가상각 부담과 전력 인프라의 물리적 제약으로 투자 성장률이 둔화하는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반도체 업종의 가치평가는 단기 실적에 민감한 PER보다 기업의 본질적 자산 가치를 반영하는 PBR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훨씬 합당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빅테크의 공격적 투자와 장기 낙관론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이에 따른 폭발적인 메모리 수요가 이 같은 진단을 뒷받침한다. AI가 인간의 노동력을 보조하거나 대체하는 단계로 진화하면서 반도체 시장 전체 규모는 비약적으로 커질 전망이다. 반면 공급 측면에서는 HBM 생산이 기존 D램 생산 능력을 상당 부분 잠식하는 구조적 제약이 발생하고 있다. HBM은 일반 제품 대비 공정이 복잡하고 웨이퍼 소모량이 많아 물리적인 공급 확대가 제한적이며, 이러한 수급 불균형은 반도체 가격의 강력한 하방 경직성을 형성하고 있다.
최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는 이제 단순한 부품의 영역을 넘어 AI 시대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인프라 자산으로 재평가받고 있다"며 "공급의 구조적 제약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사활을 건 인프라 투자가 맞물리면서 이번 슈퍼사이클은 2028년까지 과거 어느 때보다 길고 강력하게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 등 빅테크들은 AI 주도권 선점을 위해 올해 설비투자를 전년 대비 90% 이상 늘리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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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국내 반도체 대표 기업들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는 추세다. 단기적인 변동성을 넘어 AI라는 거대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지속적인 가치 상승을 이어갈 것이란 판단에서다. 최 연구원은 삼성전자에 대해 차세대 HBM4 양산과 파운드리 공정 간의 시너지를 통한 경쟁 우위 확보를 점치며 목표주가 22만원을 유지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고성능 메모리 시장의 독보적 리더십과 자사주 소각 등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주주환원 정책을 근거로 목표주가를 120만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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