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명 증원된 대구 지역 의대
비수도권만 2000명 중 82% 배정
대구 핵심 학원가에서도 문의 증가
대학 재학생, 서울권 이동 등 조짐
"의대 입시 문의가 작년보다 15% 정도 증가했다."
3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핵심 학원가에는 ‘의치한(의대·치대·한의대) 준비반’을 홍보하는 간판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대형 종합학원부터 작은 입시학원까지, 초·중등과 고등학생, 재수생을 불문하고 의대 입시를 준비하는 특강반을 알리는 팸플릿이 눈에 띄었다.
정부가 발표한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 정원 배정 결과 증원된 정원 2000명 중 82%인 1639명이 비수도권에 할당됐다. 대구(경북대·계명대·영남대·대구가톨릭대)에는 218명의 신규 정원이 배정됐다.
비수도권 중심 의대 정원 증원 소식에 교육열이 높은 대구 수성구에도 의대 열풍이 불고 있다. 특히 정부는 늘어난 의대 정원 학생 모집과 관련해 ‘지역인재전형’으로 60% 이상 뽑겠다고 밝혔다.
현재 지역인재전형은 지방 의대가 소재한 권역에 있는 고등학교를 3년 동안 재학해야 지원할 수 있다. 다만 2021년 법 개정으로 현재 중학교 3학년이 치를 2028년도 대입부터는 중·고교 6년을 해당 지역에서 살아야 한다. 이 때문에 비수도권 기존 거주자들에게 의대 진학이 더 유리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대구 지역 학원가에서도 상위권 학생들을 중심으로 의대 진학 문의 비율이 늘어났다. 수성구의 재수종합학원인 송원학원 관계자는 "현재 고등학교 3학년 학생, 학부모보다는 대학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에게서 문의가 많이 온다"며 "종래에 성적이 높았던 의대 준비생들이 정원이 늘어나면서 다시 도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은 문의만 늘어났고 입시반에 등록하는 수의 큰 변화는 없지만 6월 이후 반수생이 생겨나면서 인원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기존 상위권 중 의대 대신 치대·한의대·수의대·약대를 준비하거나 지원했던 학생들이 의대 준비 수요로 넘어올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이 관계자는 "성적 커트라인에 걸렸던 학생들이 의대 지원선까지 올라오는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며 "학원들도 분위기가 고무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인재전형 혜택을 받기 위해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거주하러 오는 ‘지방 유학’ 현상이 생겨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구 지역의 한 부동산 중개사도 "학구열이 높은 학교 주변 신축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서울에서 자녀를 데리고 전세를 얻으려 내려오는 사람들이 생겼다"며 "다른 부동산도 그런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다만 같은 지역의 초·중등 의대 입시학원에서는 수도권과 달리 아직 큰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수성구의 의대 입시학원 관계자는 "초·중등의 경우 원래 공부를 잘하던 학생들이 의대를 준비하기 때문에 과거와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대구=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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