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분할청구권은 쌍방 생존할 때 적용"
혼인신고 하지 않은 사실혼 관계에서 부부 한쪽이 사망한 경우 남은 배우자에게 상속권과 재산분할청구권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법적인 부부관계에서 ‘배우자’를 상속 대상으로 보는 민법 제1003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지난 28일 재판관 전원일치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사실혼 관계에서 배우자에게는 상속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다만 각하 결정한 재산분할청구권은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각하란 청구 요건에 흠결이 있거나 부적합할 경우 본안을 판단하지 않고 재판을 마무리하는 절차다.
헌재는 사실혼 배우자의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은 민법 1003조 1항 중 '배우자' 부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재산분할청구권에 관한 893조의2 1·2항 등에 대해서는 각하 결정했다.
이번 헌법소원을 청구한 A씨는 사실혼 배우자와 11년간 함께 살다가 2018년 급작스럽게 사별했다. A씨는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에게도 상속권이 있다면서 B씨 형제자매들이 상속받은 재산 반환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법원에서 기각되자 민법 제839조의2 제1항, 제2항, 제843조에 대해서도 위헌법소원심판 청구를 냈다.
A씨는 생존 사실혼 배우자의 상속권을 전면 부인하는 상속권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재산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 것 역시 법률혼 배우자와 비교해 불합리한 차별이라고 했다
해당 조항에서도 '협의상 이혼한 자의 일방은 다른 일방에 대하여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고만 했을 뿐 사실혼 배우자에 대해서는 명시하지 않고 있다.
헌재는 민법 1003조 제1항 '배우자' 부분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결정했다. 해당 조항은 배우자가 망인의 부모나 자녀(직계존·비속)와 같은 수준의 상속권을 갖고 법이 정한 비율만큼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다고 정한다. 이때 받는 재산을 유류분이라고 한다. 직계 존속이나 비속이 없으면 배우자가 단독 상속권을 갖는다.
앞서 헌재는 2014년 결정을 통해 상속권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는데, 그 선례가 이번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결정이었다.
당시 헌재는 "제3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상속과 같은 법률관계에서는 사실혼을 법률혼과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으므로 상속권 조항이 사실혼 배우자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헌재는 사실혼 관계의 사회적 인식이 일부 변화한 측면이 있더라도 피상속인의 배우자를 관청에 혼인을 신고한 배우자, 즉 ‘법률혼’을 맺은 배우자로 보는 현행법(민법 제1003조)을 따라야 한다고 했다.
재산분할청구 각하, 이유는…
재산분할청구권에 대해서는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각하 결정됐다. 헌재는 "입법자는 이혼과 같이 쌍방 생존 중 혼인이 해소된 경우의 재산분할 제도만을 재산분할청구권 조항의 입법사항으로 했다"며 A씨의 청구가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허용되지 않는 것이라고 보고 각하했다.
다만 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적법한 청구로서 헌재가 판단을 내려야 하고, 사실혼 관계에서 일방이 사망한 경우 배우자의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남겼다.
이영진 재판관은 보충 의견에서 “생존 사실혼 배우자의 재산권 등을 보호할 수 있는 방식으로 상속 또는 재산분할청구권 관련 규정 등 입법개선 필요하다”고 했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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