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금값과 비트코인·주식 시장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주식이나 비트코인이 오르면 안전자산인 금값이 떨어지고 금값이 오르면 주가가 내려가는 식이다. 일명 안전자산과 위험자산 간 ‘역(-)의 상관관계’다.
실례로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얼어붙은 2020년 초 온스당 1500달러였던 금값은 그해 8월 2000달러까지 뛰었다. 반면 같은 해 2월 중순 9800대였던 나스닥지수는 3월 말 6800대까지 뚝 떨어졌고 비트코인 역시 1180만원에서 626만원으로 반토막 났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투자 공식이 깨졌다. 우선 주식 시장은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강세장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의 대표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지난 12일 5175.27까지 치솟았고 나스닥도 이달 초 1만6449.70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일본 증시의 상승세도 거침없다. 지난 4일 사상 처음으로 4만선을 넘은 닛케이225 지수(닛케이 평균주가)는 일본은행이 17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19일에도 전 거래일 대비 263.16포인트(0.66%) 상승한 4만3.60으로 거래를 마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과 비트코인 가격도 파죽지세다. 위험자산인 주식과 비트코인은 물론, 안전자산인 금 등이 함께 움직이는 이례적인 장세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일명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로 불리는 이 같은 현상은 주식, 부동산, 가상화폐, 원자재 등 거의 모든 자산의 가격이 동시에 상승하는 장세를 의미한다.
통상적인 투자 장세와는 다른 에브리싱 랠리는 경제적 기대감과 금융 정책의 변화, 국제 정세 등이 맞물릴 경우 발생한다. 예를 들어 지금처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면 이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금리 인하 기대감을 촉발해 달러 가치 하락에 대한 베팅이 증가하게 된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달러 대신 다른 자산으로 투자를 옮기게 되는데 이때 주식, 부동산, 비트코인 등 다양한 위험 자산으로 흘러가면서 가격이 상승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런데 최근 위험 자산과 함께 안전 자산인 금값까지 요동치며 에브리싱 랠리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등으로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된 영향이 크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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